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대략 2만개가 넘는다. 한 대의 완성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각각 저마다의 부품들이 자기 역할을 하며 다른 부품들과 상호작용을 이뤄야 한다.

정재원 기자 jjw@

▲ 대륙금속(주) 박수복 회장

자동차의 변속기, 엔진 등의 필수요소에는 주조와 금형, 열처리 도금 금속표면처리 등 흔히 말하는 3D업종이 자리하고 있다.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 산업이라는 인식으로 3D업종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제조업의 근간을 이뤄내는 중요 산업이다.

새로운 도금기술 개발에 이바지
최근 박수복 회장의 대륙금속(주)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수복 회장은 지난 2012년 부산중소기업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인물이다. 박수복 회장은 “35년 만에 부산기업을 대표하는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3D업종으로도 국가산업에 기여하고 자동차의 수출을 촉진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3D업종으로 알려진 도금업종에 종사하면서 새로운 도금기술 개발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은 박수복 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선정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의 도요타와 독일의 벤츠, 스위스의 시계 등 세계적인 명품은 모두 제조업에서 근간을 이룬다. 세계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조선, 중공업, IT 산업이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기까지는 주조, 금형, 열처리, 용접, 표면처리, 소성가공 등 6대 뿌리산업의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조업의 중심이자 시작을 이루는 국내 뿌리산업은 3D산업, 공해업종으로 인식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3D 업종으로 근로자들이 기피하고 있는 업종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완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좌우하는 뿌리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대륙금속은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 및 부자재 도금, 표면처리 전문기업으로 현재 부산공장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문으로 생산, 울산공장에서는 자동차 범퍼를 생산 중이다. 도금업계의 기술 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해 선진외국업체와 기술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2002년 기술연구소를 만들고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등 자체 기술개발에 주력해온 박 회장은 지난 1987년 국내 최초로 HMC의 북미진출과 동시에 미국의 ‘UL’과 캐나다의 ‘CSA’ 품질인증을 획득했으며, 1993년에는 ‘3중 니켈법’이라는 내식성이 강한 도금기술을 개발해 한국표면공학학회로부터 ‘기술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아울러 기존 방식보다 생산비용, 제품외관, 내식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도금 신기술을 개발, 국내 중소기업계 최초로(국내전체3위) 1995년 4월, 미국의 ITS社로부터 ISO 9002인증도 획득했다.

국내 최초로 무독성 3가크롬 이용한 도금기술 개발

▲ 에쿠스, 제네시스, 투싼, 산타페 등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름 아닌 대륙금속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현대차 그릴의 90% 정도가 대륙금속이 개발한 제품이다

제강회사에서 3년간 근무한 뒤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었던 박수복 회장.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장래성이 있는 기술집약성 사업을 찾다가 그의 눈에 들어왔던 것은 다름 아닌 ‘도금’이었다. 박 회장은 “남들이 꺼리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32살 때인 1977년 대륙금속공업사를 설립했지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회사 설립 후 처음에는 타 업체처럼 수작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과 미국에서는 벌써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은 박 대표는 기술개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1986년자동화에 박차를 가했으며 그 결과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 지난 2006년 국내 처음으로 라디에이터 그릴과 자동차 범퍼를 한 세트로 조립해 납품하는 모듈화 공정을 시작해 주목을 받았던 대륙금속은 최근 또다시 국내에서는 최초, 세계에서는 3번째로 무독성 3가크롬을 이용한 도금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박수복 회장은 “크롬도금을 할 때 발생하는 크롬가스는 몸에 해로운데 연구팀에서 독성이 없는 3가크롬을 개발해 1995년, HMC에 일본보다 먼저 적용 수출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륙금속의 제품은 현대자동차에 주로 납품된다. 에쿠스, 제네시스, 투싼, 산타페 등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름 아닌 대륙금속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현대차 그릴의 90% 정도가 대륙금속이 개발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부산의 부경대 용당캠퍼스 한미르관 1층에 박 회장의 호인 ‘다정(多情)’에서 이름을 따온 ‘다정홀’도 생겼다. 부경대 전신인 부산공업고등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뒤 3D업종으로 괄시받던 도금산업에 뛰어들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시킨 그의 도전정신과 열정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기분은 좋았지만 상당한 부담도 있었다”면서 “내가 과연 대학 강의실에 명판이 걸릴 만한 인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행동과 함께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