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는 경제 불황에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이웃사랑의 손길은 여전히 이어진다. 전국 곳곳에 얼굴을 알리지 않는 기부천사들이 있는가 하면 수년 전부터 꾸준히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독지가들이 있어서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 문태석 지점장이 몸담고 있는 농협은 세계 4대 협동조합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경제적 약자인 농민조합원을 대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외국에선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에겐 흔하지 않은 것이 바로 기부와 봉사문화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기부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지면서 점차 개인들의 소소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부문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다 보니 소액을 기부해도 어떻게든 자신의 ‘공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20여 년간 남몰래 한길봉사회 후원
최근 지난 20여 년간 (사)한길봉사회를 후원해 온 날개 없는 천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문태석 NH농협은행 일신동 지점장. 그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근무할 당시 OECD 국가 중 최장시간인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사정의 협상실무자로, 우리나라의 주5일제 도입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문태석 지점장은 지난 1993년부터 한길봉사회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농협 서대문 본점에서 근무했던 그는 “노인들에게 무상급식 활동을 펼치는 한길봉사회의 김종은 회장을 보고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장애를 앓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니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욱 정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후원 배경을 밝혔다. 대학시절에 고아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던 문태석 지점장. 그때는 자원봉사활동이 위주였다.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농협본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우연히 비오는 날 독립문공원을 지나다 200여 명의 어르신들이 비를 맞으며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한길봉사회의 김종은 회장을 처음 보았다. 문 지점장은 “그 후 1994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을 지원해왔다”면서 “독립문공원 콘테이너 박스에서 연중무휴 어르신 무료급식을 실시하던 김종은 회장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는 한길봉사회의 이사를 역임하며 김종은 회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사실 그가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아내의 영향이 컸다. 대학시절부터 함께 고아원 등에 봉사활동을 하며 함께 지냈던 그의 아내는 장애 3급의 불편한 몸이 장애 2급으로 되었어도 열심히 살고자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사스가 큰 위협으로 다가왔던 지난 2009년 당시 단순한 감기로 알고 입원했던 그의 아내는 병원에서 오랜 기간을 코마상태(식물인간)로 고생하다 끝내 세상을 떠났다. 평생 언제나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랑하는 아내와 갑작스럽게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문 지점장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문 지점장은 “병원에서 코마상태로 6개월을 고생하는 아내를 보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포기하며 눈물 속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주변의 많은 분들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며 “다른 잡념이 들지 않게 정신없이 업무에 집중하고 마라톤, 등산 등 운동에 심취하여 생활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당시 실의에 빠진 저에게 많은 분들의 용기를 북돋는 따스한 말 한 마디와 육체적인 분주한 움직임, 봉사활동이 티핑포인트가 되었다”고 당시를 심정을 고백했다.

농민과 지역사회의 발전 위해 체계적 봉사활동 계획

▲ 문 지점장은 “노인들에게 무상급식 활동을 펼치는 한길봉사회의 김종은 회장을 보고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장애를 앓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니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욱 정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후원 배경을 밝혔다.

현재 문태석 지점장이 몸담고 있는 농협은 세계 4대 협동조합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경제적 약자인 농민조합원을 대변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적 금융위기와 한국 경제의 침체로 인해 농협도 많은 내부구조의 변화를 모색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태석 지점장은 “농협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현실적 성장모델로 지주회사로 전환하여 새로운 전환기에 있다”며 “농협은행이 한국사회에서 농민을 위한 진정한 은행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원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지점장은 농민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나눔 경영을 실천하는 회사의 방침에 부응하여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선적으로 호흡기 장애로 고생하는 장애우를 위한 지원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문태석 지점장은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며 살고 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다. 나보다 더 어렵고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 나의 작은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내가 숨 쉬고 생각하고 때로 힘들어 하는 것 자체도 감사할 일이다”며 “2013년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이 더 많은 도움의 손길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받은 혜택을 남에게 되돌려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