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정이 남아 있다.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숨은 기부천사들이 참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983년부터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한길봉사회의 앞으로 지난 20여 년간 매달 한 차례도 빠뜨리지 않고 소액 후원금을 보내온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드디어 베일을 벗어 화제다.

한길봉사회의 어려운 소식 듣고 7,000만원 쾌척

▲ 윤주석 과장은“김종은 회장을 통하여 사회와 타인에게 나눔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고 이것은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고 말한다.

지난 20여 년간 매달 5~15만원씩 기부해왔던 익명의 후원자는 2011년 연말부터 4차례에 걸쳐 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하는 등 김종은 회장의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한길봉사회의 김종은 회장도 여러 차례 후원자를 찾기 위해 애를 썼으나 후원자에 대해서는 ‘윤주석’이라는 이름 석 자 말고는 전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김종은 회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김종은 회장이 그렇게 찾기 위해 노력했던 얼굴 없는 후원자 ‘윤주석’이었다. 편지에는 윤씨의 기부 사연이 담겨 있었다. 편지를 통해 윤씨는 1993년 기부를 시작한 사람은 2010년 12월 폐암으로 작고한 그의 아버지였고, 기부자의 이름을 자신의 것이 아닌 아들의 이름이었던 ‘윤주석’으로 적었다고 밝혔다. 평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눠라. 넘치도록 부유해서 나누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윤주석씨의 아버지. 그의 부친은 가난 속에서 자랐고, 주변의 도움으로 생계는 물론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받은 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겠다고 생각, 1993년 김 회장의 사연을 접하고 후원에 나섰던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LED사업부 조명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주석 과장은 부친의 뜻에 따라 노인복지활동에 기부를 해왔다. 지난 2011년 신문 기사를 보고 한길봉사회가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뒤늦게 안 윤주석씨는 2011년 연말에 1000만원을, 지난해 1월엔 200만원, 2월엔 1000만원, 6월엔 4800만원을 기부했다. 그의 어머니도 3월에 3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그의 가족들은 1억원의 후원금을 한길봉사회에 전달한 것이다. 윤주석 과장은 “작고하신 부친의 뜻을 이어 지금도 계속 한길봉사회 후원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보람 있게 느껴집니다”며 “그리고 40여 년간 한 결 같이 노인 복지 봉사에 투신하신 김종은 회장님과의 만남도 제 인생에 깊이 남을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김종은 회장을 통하여 사회와 타인에게 나눔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고 이것은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고 말한다.

“부친의 유지 이어 힘닿는 데까지 후원 계속할 것”
3년 전 그의 부친이 암으로 투병생활을 했던 당시는 그에게도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는 “당시 부친께서는 하반신마저 불편하시어 거동이 불편하셨는데, 직장 문제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점이 아직도 마음 한편에 짐으로 남아있습니다”면서 “그 시기 가장 의지할 수 있었던 분이 어머니셨고 어머니께서는 항시 부친 곁에 머무르시면서 제가 직장 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동생도 어머니를 잘 도와 가족의 화합으로 이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후원하고 있는 한길봉사회에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윤주석씨는 앞으로도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힘닿는 데까지 계속 후원할 예정이다. 은퇴 이후에는 한길봉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는 “누구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겠습니다만, 저는 제가 살아가면서 주위 여러분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분께 베풀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이 사회에 다시 환원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싶습니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윤씨는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닌 생활 속의 일부분으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변에서 봉사, 기부활동이 일상에서 정착되어 어려움에 처해있는 많은 분들의 고충이 해소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며 “또한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노란 잠바 사건으로 한길봉사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금년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거노인 무료 급식이 중단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