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김정일 생일 4일을 앞둔 2월 12일 북한이 결국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는 그동안 지속되어 왔던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저버리는 엄중한 도발이자 도전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 기습적으로 장거리 미사일(ICBM)을 쏘아놓고 ‘광명성 3호’란 이름의 실용위성이라는 거짓을 주장하며 평화적인 우주개발 권리를 침해한다고 국제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북한이었다. 

▲ 유영옥(경기대교수, 한국보훈학회장)

  그러나 북한이 내세운 실용위성 '광명성 3호'는 지상과 교신 한 번도 제대로 못했고, 두 달이 지난 2월 12일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차 핵실험을 감행해 규모 4.9의 인공지진을 발생시켰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면서 우수한 성능을 과시했다고 자랑하기 바빴다.
 이로서 그동안 지속되었던 북한의 기만술과 더불어 핵보유국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는 그들의 속내를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종북주의자들이나 맹목적 유화론자들이 펼쳐 온 북한 감싸기의 허구성과 이에 동조하는 좌파적 평화론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또한 과거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에서 펼친 햇볕정책의 결과가 결국 북한이 마음 놓고 핵기술을 발전시키는 배경이 되도록 자금을 대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이후 그것은 북한 비위맞추기에 급급한 비굴한 포용정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무엇보다 이제 국제사회와 우리 모두가 그동안의 어정쩡한 경제제재와 같은 봉쇄정책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한편 북한에서 최대의 명절은 다름 아닌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다.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은 1968년에 북한의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고, 그가 62세가 되었던 1972년부터는 민족의 최대 명절로 격상되어 현재까지 북한의 최대 명절 ‘태양절’로 기념하고 있다. 그의 뒤를 이은 아들 김정일의 경우엔 34세가 되던 1976년에 그의 생일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었고, 50세가 되던 1992년에 민족의 최대의 명절로 승격되었다. 또한 2011년 12월에 사망한 김정일의 70번째 생일이었던 지난해에 북한은 그의 생일을 '광명성절'로 명명하였는가 하면, 그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김정일 훈장’과 ‘김정일 상(賞)’을 제정하고, ‘김정일 기념우표’를 발행하였으며, 열병식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거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오는 2월 16일 김정일의 생일(광명성절)을 요란하게 준비하면서 변함없이 이어지는 북한체제의 모순과 비합리성을 또다시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광명성절을 맞이하여 제17차 '김정일화(金正日花, Kimjongilia)' 축전이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축전에 중앙기관 간부들, 인민군, 각 계층 근로자를 비롯해 조총련 및 해외동포단체들과 외국인들도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선전을 하고 또 하였다.
 ‘김정일화’는 일본의 한 식물학자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베고니아의 한 품종을 개량한 꽃을 1988년 김정일의 46세 생일에 조선노동당 총비서에게 선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김정일을 상징하는 꽃으로 북한에서 자리매김 되었다. 그런데 이 꽃의 꽃말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지혜’, ‘정의’라고 한다.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수상경력을 지닌 2009년 제작된 북한 인권 고발 다큐멘터리 영화 ‘김정일리아(Kimjongilia)’가 바로 이 꽃말의 아이러니를 잘 표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대학생 단체에서 지난 2011년 8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던 중 민주노총 등 불법 시위대의 무력행사로 중단된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정일은 경제파탄으로 수백만의 북한 주민을 아사(餓死)로 내몬 장본인이자 아우스비치 수용소와 비교될 정도의 참혹한 정치수용소를 통해 인권탄압을 자행하면서 자신은 호화로움의 극치를 달하는 생활을 했던 독재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도 "위대한 장군님의 선군령도를 떠나 우리 조국의 승리와 영광, 번영의 력사를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천만군민의 심장 속에 깊이 간직된 진리다"라고 김정일의 업적을 칭송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의 굶주림과 그로 인한 참상은 외면한 채 죽은 자를 치장하기 위한 호화 생일 쇼를 계획하고 있는 이러한 북한정권의 모습은 반인민성과 체제의 허구성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주체사상’으로 철갑을 두르고 외부와의 교류를 거부한 채 벌어지고 있는 북한 사회의 현상은 21세기 세계화와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서있는 우리를 포함한 세계인들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은 세계 최고의 ‘극장국가’, ‘미지의 나라’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세계의 조롱거리인 3대 세습 공고화를 위해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의 군사도발도 모자라 독재자 김정일을 성인(成人)의 반열에 세우려는 비상식적인 추모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제3차 핵실험계획은 세계평화를 뿌리채 흔드는 비인간적 도발행위다.
 그러나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도 사망한 김정일을 추모하는 각종 정치행사에 광분하는 의도를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과 존경심을 유도함으로서 할아버지 김일성에 이어 혁명 혈통으로서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 안정성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이끌어내는 것인지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진실을 외면한 채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존재로 만들어 시대착오적인 절대왕권과 같은 독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호화스러운 김정일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면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몰고 올 후폭풍은 가히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일차적으로 남한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 본토까지 북한의 핵무기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안보적 상황의 변화는 동북아 국가의 연쇄적인 핵무장과 군비강화 경쟁에 불을 지필 것이다.
  최근 원전재가동 여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했던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하고 우라늄 농축시설도 신·증설키로 한 일본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북한 위협론’을 내세워 핵무장을 하고자 노려왔었는데 이보다 좋은 명분이 없게 되었다. 그동안 북핵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원론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지만, 결국엔 북한의 체제안정이 비핵화보다 우선한다는 결론으로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돌아서곤 했던 중국의 행보가 이번엔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무장은 미래의 중국에도 도움이 안 되며,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와 관련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핵심국가들의 새로운 대북전략이 긴급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남한과 북한이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이승만·박정희 정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북한을 붕괴시킬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 내지는 암묵적인 공존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한반도를 단숨에 핵전쟁의 도가니로 몰아갈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된 마당에 이러한 자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나약하다고 볼 수 있다. 신생 박근혜 정부는 미국을 포함해 북한 옹호 딜레마에 처한 중국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설득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를 적극적으로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전쟁위협에 굴하지 않는 우리의 내부적 결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금 이 나라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합해야 할 시점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