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마쓰에(松江)시에서 8번째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차관급인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내각부 정무관이 정무 삼역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한국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해 “일본 정부 고위 관리가 참석할 경우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행사는 이미 냉각된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3일 앞둔 시점에서 행사가 강행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와 일본과의 관계 구축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교도와 지지 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日, 정무관 포함 20여 명의 국회의원도 행사에 참석

▲ 일본의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 문제를 폭넓게 알리기 위해 설치한 전광판

지난 2월 22일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는 시마지리 정무관과 자민당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간사장 대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純一郞) 청년국장 등 과거 최다인 총 20명의 국회의원들도 참석하는 등 지방의원들을 합쳐 약 500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 시마네현 지사와 국회의원이 인사를 하고 전문가들의 강연과 대담 후 현 관계자들이 시마지리 정무관에게 시마네현의 요청서를 제출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앞서 시마네현은 지난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관계 각료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총리 및 각료의 출석은 보류됐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아베 정권의 자세를 나타내기 위해 시마지리 정무관을 참석시키기로 결정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마지리 정무관은 인사말을 통해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는 물론 현지인을 포함한 국민 전체가 힘을 합쳐야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조구치 젠베에(溝口善兵衛) 시마네현 지사는 “한국은 다케시마 점거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 정말로 유감스럽다”고 했다. 행사장인 마쓰에(松江)시 소재 현민회관에는 일본 정·관계와 우익 민간단체 소속 인사, 현지주민 등 500여명이 몰려와 식장을 가득 메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청년국장 등 현직 국회의원 21명은 연단 쪽에 자리했으며, 국회의원 참석자수는 당초 계획보다 3명이 늘어났다. 의원들은 잇달아 단상에 올라 다케시마 영유권을 강화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언론도 지난해의 3~4배에 달하는 120여명의 기자를 파견해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시마네현 의회는 이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통한 다케시마 영유권을 조기 확립하고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중앙의 행사로 승격하며 ▲ 교육과정에서 다케시마를 특별히 부각시킬 것 등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시마지리 정무관에게 제출했다. 한편 자민당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 공약집에서 정부 주최로 ‘다케시마의 날’을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한국과의 관계에 배려해 올해는 보류하기로 한 바 있다.

일본 지방서 열린 ‘중앙정부’ 행사로 치러져
지난 2월 22일 개최된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민·관 가릴 것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일본 우경화의 현실을 확인하는데 자리였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그 후 격화된 동북아 영토 갈등의 와중에 이뤄진 보수 자민당의 재집권 등 굵직한 ‘사건’을 거쳐 맞이한 이 행사는 더 이상 언론의 가십 코너에서나 다뤄질 지자체의 ‘쇼’에 머무르지 않았다. 특히 차관급(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이 정부 대표로 처음 참석한 사실과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 행사 사상 가장 많은 21명의 국회의원들이 몰려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방에서 열린 중앙 행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언론의 관심도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시마네현의 구리하라 마사코(栗元昌子) 공보과장은 “작년에는 취재 온 기자들이 20개사 50명 정도 였는데, 올해는 50개사 13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행사장 바깥은 우익들의 축제 무대였다. 이날 전국에서 몰려온 우익단체들은 버스를 타고 마쓰에시 곳곳을 누비며 확성기로 각종 구호를 외쳤다. 일본 경찰은 소음이 심한데도 이들을 거의 제지하지 않았다. 반면 매년 현장을 방문해온 한국 독도 관련 단체 회원들은 이날 각종 활동을 사실상 원천 봉쇄당했다. 독도수호전국연대의 최재익 회장 등 회원 7명과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는 공항에서 3∼7시간 입국 심사를 받은데 이어 이날도 행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제지를 당했다.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려다 현수막을 펴고 구호 한번 외치는데 그친 최재익 회장은 “과거에도 일본 경찰이 막긴 막았지만 이번처럼 행사장에서 먼 곳에서부터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막은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 본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과거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고 소개했다. 김점구 대표는 “행사장인 시마네현 청사 근처에 과거 어느 때보다 우익 인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듯 했다”며 “시마네현 당국이 과거에는 한국 독도 운동가들을 경계하면서도 자유롭게 행사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해 줬는데 이번엔 제약이 심했다”고 전했다. 또 시마네현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의 구영인 사무국장은 “오늘 민단 사무실 문을 닫아 두었는데 우익단체 회원 50여명이 와서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면서 “요즘 우익들의 활동이 날로 격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 “日, 중앙정부가 시네마네현 행사 인정해준 것”
일본이 지난 2월 22일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사실상 중앙정부 행사로 치르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사흘 앞두고 한일관계에 또다시 냉각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차관급 인사지만 해양정책과 영토문제를 담당하는 관리가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더 이상은 ‘다케시마의 날’을 지방 소도시의 행사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시마네현 행사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아무도 안 갔다”면서 “이번에 중앙 정부 인사가 참석한 것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시마네현 행사를 인정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이전과 달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개최되었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해 “일개 지자체 행사에 대응해 행사를 키워줄 필요가 없고 격에 맞지도 않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로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사가 개최되자마자 바로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했다. 또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공개적으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 외교문서를 전달했다. 정부는 총리실 산하의 독도영토대책반 차원에서 중장기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이번 행사 때문에 가까스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양국관계가 회복불능 국면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상당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중앙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겠다고 총선 때 공약했지만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형식상에는 이를 유보했다. 국민대 이원덕 국제학부 교수는 “이번 다케시마의 날은 기존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아베 정권이 선거공약에서 요란을 떤 것보다는 많이 후퇴한 것”이라면서 “일본도 한일관계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반응해도 거기에 크게 대응은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날 주한일본대사 대신 그 밑의 공사를 불러 항의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아베 내각이 지지층을 의식해 3월 교과서 검정 등 주요 일정 때마다 독도·과거사 도발을 반복하고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경우 한일관계는 국민감정까지 개입되면서 통제가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독도 갈등으로 냉각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직인수위는 2월 21일 발표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영토 문제는 역사문제 차원에서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되 일본과 호혜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병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부 안팎에는 새 정부 출범 후 통상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진행하는 정상회담 일정에서 일본을 중국 뒤로 늦추거나 매년 개최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식으로 일본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계속 나온다.

서울 시내 곳곳서 ‘다케시마의 날’ 행사 규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한 2월 22일 일본대사관 앞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이를 규탄하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독도의병대와 독도 NGO포럼 회원 등 100여명이 모여 “일본의 잘못을 규탄하기보다는 일본과 이웃사촌이 돼 힘을 모으자”며 “독도를 빼앗는 것이 일본에게 손해”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철회요청 메시지 낭독, 독도 관련 단체 대표자의 1분 스피치, 독도노래, 독도시낭송, 역사어린이 합창단의 독도의용수비대 합창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11시쯤에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일본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저지되기도 했다. 오후 1시에는 나라독도살리기국민운동본부의 회원 및 독도기자단 100여 명이 모여 ‘시마네 현 독도의 날 조례 즉각 폐기’와 ‘일본 내각관방 독도전담부서 설치 철회’를 주장했다. 이날 일본대사관 앞 기자회견은 오후 3시까지 이어졌으며 한 남성이 커터칼을 들고 자해를 시도하는 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특히 한 남성은 커터칼로 자신의 배 부분과 왼쪽 팔을 그었지만 경찰에 의해 곧바로 저지돼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2개 중대 180여 명의 병력을 기자회견장 주변에 배치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는 ‘김장훈의 3.1절 독도 사진 독립기념운동’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날 기지회견에는 독도 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교수와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이 함께 했다. 이날 김장훈은 “오늘이 일본이 정한 다케시마의 날인데 참 유감스럽다”라며 “1905년 2월22일은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강제 편입시켰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들로 볼 때도 말이 안 되는 조약”이라고 지적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