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탈북해 우리나라에 온 탈북자들은 지난 1992년까지 630여 명,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2만 4천 명을 넘어섰다. 먹고사는 것조차 어려워 목숨 걸고 남한을 찾아 온 탈북자들 그러나 이들 앞에는 또 다른 난관이 놓여있다.

▲ 손경주 씨는“탈북자들은 12주간의 하나원 교육을 제외하면 남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을 위한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북한 당국이 체제 단속을 위해 국경 단속을 크게 강화하면서,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 수가 예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6년 동안 매년 2천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제3국이 아닌 한국행을 택했다.

의료서비스 탐방기 UCC로 소비자 콘텐츠 은상 수상
1989년 김만철 씨가 일가족을 이끌고 탈북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귀순자로 불렸던 탈북자에게는 단기적인 경제 지원이 주로 이루어졌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정착’, 그러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지원 분야가 다양해졌다. 통일부의 탈북자 지원 예산만 봐도 부 전체 예산의 58%인 천239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실제 삶은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탈북자의 실업률은 12.1%로 일반 국민의 3배가 넘고, 직업이 있다고 해도 한 달 평균 소득 150만 원 이하가 전체의 사분의 삼이나 되고 정규직보다는 일용직과 임시직이 더 많다. 특히 그들은 의식주 생활, 전통 문화, 교육, 법률, 의료와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어려움을 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남한의 의료서비스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에게 이용방법을 알려주는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만든 한 대학원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손경주(33)씨. 손씨는 탈북자가 손쉽게 병원을 이용하도록 해주는 <리홍단씨의 의료서비스 탐방기>를 만화 UCC로 만들어 ‘소비자교육 콘텐츠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그가 만든 UCC는 중국과 태국을 거쳐 남한으로 넘어온 새터민 리홍단씨의 이야기이다. 9분 17초짜리 UCC로 제작된 영상은 실제인물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인물인 리홍단씨는 북한에서 위암수술을 받았으나 탈북 후 남한에서 위암이 재발을 했는데도 남한의 의료체계를 몰라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정<청단이>가 나타나 남북한의 의료시스템을 알기 쉽게 비교 설명해준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북한 식량난으로 인한 영향결핍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의 후유증으로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적지 않은 기간의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체계를 몰라 서비스의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손씨가 특히 신경 쓴 부분은 한국의 의료급여 체계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북한 식량난으로 인한 영향결핍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의 후유증으로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적지 않은 기간의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체계를 몰라 서비스의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비용을 분담하는 북한과 달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과 환자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항목으로 구분된 한국의 건강보험체계가 탈북자에겐 낯설 것이란 생각에서다.

▲ 손경주 씨는 탈북자가 손쉽게 병원을 이용하도록 해주는 <리홍단씨의 의료서비스 탐방기>를 만화 UCC로 만들어 ‘소비자교육 콘텐츠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탈북자들은 비급여 항목도 정부의 긴급복지지원법이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등의 민간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지만 이를 아는 탈북자는 매우 드물다. 손씨는 “탈북자들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라 거의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도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병원에 가면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파도 병원비가 무서워 병원을 가지 못하는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탈북자들의 실생활에 도움 주고자 UCC제작
손경주씨가 UCC를 제작을 결심한 것은 “지난 학기의 ‘소비자정보교육’ 수업시간에 박미정 교수로부터 ‘2012년 소비자교육컨텐츠공모전’을 준비해보자는 제안을 받으면서다. 그는 “교육대상과 내용은 자유라고 하셨는데, 제가 평소에 탈북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서 주저 없이 대상을 탈북자로 정했어요”면서 “그리고 나서 주제를 고민했어요. 무엇으로 할까하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넘어와서 제일 필요한부분이 건강, 의료라는 것을 알았고, 그들에게 남한의 의료체계를 손쉽게 알려주고 싶었어요”고 제작배경을 밝혔다. 그는 3주 밤낮을 꼬박 투자해 완성한 UCC를 별다른 홍보 없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는데, 올린 지 한 달 만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블로그를 찾는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손씨는 “탈북자들이 남한의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의료체계를 몰라서 진료를 못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제가 알기로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 중에 첫 번째가 ‘인터넷’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UCC가 그들에게 손쉽고 빠르게 접하는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고, 정말 그들에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쪽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들, 하나원 교육자분들이나 탈북자를 담당하시는 사회복지사들, 의료계 사람들이, 좀 더 소외된 탈북자분들을 위해서, 좀 더 단순하고 쉬운 의료체계, 그리고 광고나 팸플릿 같은 것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탈북자들은 12주간의 하나원 교육을 제외하면 남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요. 앞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을 위한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