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그 고유의 실용적 측면과 함께 예술적 요소가 동시에 극대화되는 분야다. 그만큼 건축의 예술적 측면은 당대의 문화와 철학, 그리고 사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건축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예술작품을 살펴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김범식 원장은 경상북도가 선정한 건축목공예 부문 최고 장인이다

한국의 전통 건축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가깝다. 이는 주변의 자연경관과의 실질적인 거리상의 가까움 뿐 아니라 건축의 터가 되는 공간 자체가 원래의 자연 상태를 가급적 살려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건축물의 경계에서도 그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때로는 낮은 담장, 때로는 담장이 없는 건축의 공간이 그대로 주변의 자연이 건축물의 내부로 넘나들게 한다. 건축 내부의 공간과 공간 사이의 경계가 이어지고 흐르고, 건물 밖의 공간도 건물 내부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선정 ‘건축목공예’ 부문 최고 장인
김범식 한국전통건축연구원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범식 원장은 경상북도가 선정한 건축목공예 부문 최고 장인이다. 전통 건축물을 복원하고 수리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도편수(대목장)인 그는 문화재의 예술양식을 승화시키며 한국의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전통건축의 표상을 이어가는, 이 시대의 독보적인 장인이다. 전통 건축목수의 외길을 걷고 있는 김범식 원장은 특히 정제된 조형미와 절제된 선, 건축물의 양감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부자재와 단청의 아름다움을 살린 전통건축에서 우러나는 오랜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복원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북 김천 직지사박물관 신축을 비롯, 합천 해인사, 문경 봉암사, 청도 운문사, 수원 봉녕사 등 국내 130여 개의 사찰에 대한 복원·보수·증축·신축 등에 참여하며 ‘민족의 인문과 과학의 결정체’를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한국인물연구원이 선정하는 한국현대인물열전 33인에 포함되었으며, 한국건축가협회상, 문화재청 공로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김범식 원장은 지난 10여 년 간 전통건축물 모형을 만드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 전통 건축목수의 외길을 걷고 있는 김범식 원장은 특히 정제된 조형미와 절제된 선, 건축물의 양감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부자재와 단청의 아름다움을 살린 전통건축에서 우러나는 오랜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복원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원장은 “비록 모형이지만 문화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면서 “또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좋은 수단도 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국보와 보물을 찾아다니면서 보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모형으로 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우리 문화재를 접할 수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보 18호 부석사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308호 풍남문, 국보 5호 봉정사 극락전, 국보 49호 수덕사 대웅전, 국보 52호 해인사 장경판고문, 보물 819호 덕수궁 중화전, 보물 1563호 동화사 대웅전 등의 모형을 제작했으며, 지난 2011년에는 국보 1호인 숭례문과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을 정교하게 축소한 모형 18점을 전시한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도편수 김범식의 우리 건축 모형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국 대사들, 외신이 다녀가기도 했다.

후학 양성 위해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
오직 장인정신만으로 오늘날 퇴락해 가는 전통건축물을 살려내고 있는 김범식 원장. 사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소목장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형편에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목수일이었던 것. 이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최기영, 전흥수 대목장의 스승이었던 김덕희 선생과 김윤원 선생의 문하로 입문해 전통건축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1960년 말 최고의 대목장으로 손꼽혔던 조원재 선생을 만나 다시 한 번 전통건축에 눈을 떴다.

▲ 국보 1호인 숭례문과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을 정교하게 축소한 모형 18점을 전시한 ‘2011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도편수 김범식의 우리 건축 모형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국 대사들, 외신이 다녀가기도 했다

조원재 선생의 제자인 이광규 선생을 따라 진주 촉석루 보수공사와 불국사 복원 공사 등 굵직한 현장에 참여하며 도편수가 되기 위한 기술과 경력을 차근차근 쌓았고, 그러한 기술과 경력으로 건축목공예 부문 최고의 장인이 되었다. 2011년 3·1절 행사에서 건설환경근장 수상하고 대한명인회에서 명인으로 추대 받은 김범식 대표는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건축물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제 후학 양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김 원장은 과거에 비해 건축 기술을 엄청나게 발달했지만 건축수명은 오히려 짧아질까 걱정이다. 왜냐하면 목재구입은 겨울에 벌목한 목재라야 수명이 길고 좋은데, 산판하는 사람들이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나무가 물이 올라 못쓰는 나무를 벌채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목재를 잘못 선택하면 건물수명이 짧아진다. 우리 선조들이 지은 건물은 고려 때 건물로 지금까지 있고 앞으로도 지난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을 견딜 것이다. 최근 한옥에 대한 재평가 바람이 불면서 예전에 비해 전통건축 일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전통건축일은 1,2년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다.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전통건축 일을 배우려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범식 원장은 오랜 세월 인내와 사명감을 가지고 배우려는 사람이 몇 명 안 된다면서 정부의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기술의 경우 국비지원 훈련과정이 많이 개설되어 있어 의지만 있으면 자기돈 들이지 않고 기술을 배울 수 있지만 전통건축일은 그렇지 않다.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