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옥 교수

강한 미국'과 '신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45대 대통령이 21일 새벽 취임했다. 그의 취임사 주제는 미국 우선주의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든다는 것으로 집약되었다. 그는 타국이 더 이상 자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권인수 기간 동안에 트럼프는 미국과 외국 기업들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자국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대외정책의 구상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중국이 철칙으로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 충격적인 보복 관세나 환율 공세도 내비쳤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은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와 한반도 주변질서는 커다란 불확실성의 변화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과 당선 이후 줄곧 미 현대사를 지배해 온 외교와 국제질서의 원칙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전술했듯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들어 놓은 것을 신호탄으로 그는 미국을 위한 협상가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동맹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보호주의로의 전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의 투톱 외교라인을 보면 우리로서는 지나친 걱정은 금물인 측면이 없지는 않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의 청문 과정을 보면 그들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 동맹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트럼프와는 달리 북핵문제나 한반도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전망에서 트럼프의 수사가 급격한 변화의 신호인 것 같으나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총평은 매우 시사적이다. 

먼저 동북아 정세를 예단하는데 핵심축인 G2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향후 관계에 대한 전망부터 엇갈린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더블어 미중 사이에는 벌써 통상마찰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율조작국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양국의 통상마찰이 심화될 경우 당장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미교역이 줄어들면 그에 비례해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의 수출량도 감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중국은 경제 분야에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나 지정학적으로는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의 예측이다. 중국은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가 국제사회 현안에 크게 개입하지 않아 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내치중시의 트럼프 정부에서 동북아 정세는 미국의 주도력이 약화되고, 대신에 일본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커질 개연성이 크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자로서 최초로 만난 외국지도자가 일본의 아베 총리였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국의 군사력 사용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더욱 촉진될 개연성이 크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동북아 국가들에게 자체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 북핵문제의 향방에 따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는 북핵문제가 꼬일 경우  동북아에서 핵도미노 현상이 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예시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러시아와 유대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재한다는 외교적 전략틀 속에서 양국은 밀월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공연하게 개인적 호감을 드러내 왔다. 따라서 미국이 나토를 통한 대 러시아 견제의 강도를 낮추고 종전에 보였던 양국의 심각한 대립 국면은 현저히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북아 정세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문제, 그리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문제 등으로 대립하면서 동북아가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냉전체제로 가는 형국이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트럼프는 줄곧 통상정책 기조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분담금의 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우리는 주한미군, 북핵 문제, 통상정책을 비롯해서 국가존립의 양축인 안보와 경제 분야 모두 트럼프 행정부와 견고한 협상 루트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북핵문제, 사드 배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변동폭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도 한미동맹을 확고히 해야하는 과제를 앉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따른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치밀하고 분석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만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그들의 산업정책의 골간이 자동차나 철강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부활이기 때문에 당장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의 대내외 관계의 역동성과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북핵에 대해 강경한 매파 인사들로 구성된 외교,안보라인의 등장으로 한반도의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외교진영을 갖추고 대외정책 학습 기간을 거치는 데 적어도 임기 첫해는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은 우리에게  대비책 마련을 위한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남은 기간에 한미동맹의 기본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지난친 의존성을 극복하고 호혜적이고 자주적인 관계로 한미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앉게 되었다. 미국과 대중,러,일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면서 그에 연동되어 우리의 외교도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미국의 새로운 대한반도 외교 및 안보정책과 통상정책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와 기회 양날의 칼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의 국가안보의 핵심적 변수는 북핵문제다. 트럼프 정부 하에 미국은 우리에게 종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미국이 될지도 모른다. 일례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같은 문제는 포플리즘과 당리당력에 골몰하는 우리 정치인의 의식과 정치풍토를 고려할 때 자칫 한미 안보의 골간인 한미동맹을 흔들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안보와 외교의 기본은 어디까지가 확고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지를 환기시키고 싶다. 작금에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국의 위기국면 속에서 또다시 촛불과 태극기, 이 둘로 나뉘어 보수 진보의 진영론에 매몰된 채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우리의 안보와 외교의 가장 큰 적은 결코 외부세력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북핵이나 미국의 통상압력 보다 우리 내부의 갈등과 대립과 분열이다. 따라서 우리의 위기극복의 시발점은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