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를 작품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하는 인간의 창조 활동 중 하나다. 인간의 정서적 감수성을 토대로 한 활동이기에 인간의 정서를 안정·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 이정연 SADI(삼성디자인학교) 기초학과 교수

현재의 예술은 과거의 예술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의 재해석을 통해 무한의 미래로 확장되어 나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때문에 예술은 틀 안에 규정되어질 수 없으며 예술의 성격은 오로지 그 가치로서만 나타나고, 그 가치는 보편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개별적인 예술 작품 안에서 특수하게 구현된다.

천연재료 이용해 독창적 조형세계 확립
이정연 SADI(삼성디자인학교) 기초학과 교수가 주목을 받고 이정연 교수는 ‘신창세기(Re-Genesis)’ 연작을 통해 태초에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된 본래 인간의 순수성과 아름다움을 회복하자는 바람 및 동서양 만남의 정신과 세계관을 추구해온 작가다.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기법을 창조해낸 그는 삼베와 옻, 자개, 금, 흙과 숯가루, 돌가루, 오리알, 계란껍질 등 천연재료를 이용해 작품에 독특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독창적 조형세계를 확립했다. 이정연 교수의 작품은 평면과 입체의 구분을 허물고, 한국적 소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며, 종교적 은유와 내적 성찰 등이 내재되어 있어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이 교수는 삼베 바탕에 옻칠을 한 후 옻과 흙을 혼합하여 선과 점, 뼈나 대나무, 돌과 구름 같은 형상을 만들며 때로는 흙, 숯가루, 돌가루, 뼛가루, 자개 등의 천연 재료가 그 위에 얹혀지고 얼룩진다. 그렇기에 이 교수의 작업은 규모나 방법에서 워낙 많은 노동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옻 작업은 재료 특성상의 어려움으로 사람들이 맨손작업을 기피하는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연 교수는 과감하게 건칠기법을 이용해 옻과 흙을 혼합한 재료를 직접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묻혀 캔버스 위에 바른다. 붓칠로는 화면에 잘 그려지지 않아 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삼베 위에 칠해진 재료는 마치 붓이 지나간 것과 같은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그렇게 탄생한 이 교수의 작품에는 황갈색의 삼베, 옻칠, 숯가루, 천연소재와 함께 반복해서 등장하는 기호나 도상들이 그만의 문장을 만드는 단어 구실을 하며, 이 기호들을 조합해 만든 텍스트가 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정연 교수가 옻에 주목한 것은 우연히 옻을 다루는 작가를 만나면서부터였다.그는 옻이 한국인과 한국문화와 매우 긴밀한 연관을 지닌 사실에 주목했다. 옻은 한국인의 삶 속에서 옻칠은 일상적인 가구나 기물, 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보편적으로 활용되기에 어린 시절부터 우리 눈에 익었고, 더욱 친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옻칠이 재료의 특성상 잘 번지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으며 보존성이 탁월해 작품의 영구성을 살리는 측면에 깊이 매료된 이 교수는 “옻은 한국적인 것을 지키고 알리고자 하는 생각과도 딱 맞아떨어진 소재”라고 덧붙였다.

동서양의 정신세계를 한 화면에 혼융하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을 수료한 이정연 교수는 미국의 Pratt Institute에서 MFA(Painting, Prinmaking)를 취득하고, Columbia University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지금까지 약 40여 회의 개인전과 뉴욕 첼시의 Kips gallery 전속화가 등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동양화 제작 뿐 아니라 동양회화의 근간에 자리한 동양적 정신세계나 수행의 과정, 또는 화론에서 강조하는 ‘기운생동’을 몸소 체득하기 위해 단전호흡, 요가, 선의 세계에 심취했으며, 기독교를 접하면서 독실한 신앙인으로 살면서 그의 작품도 종교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나’라는 존재와 인간의 나약함을 작품 속에 이입하는 과정을 거쳐 추상표현주의 경향이 짙은 창작으로의 진화를 거듭해왔다. ‘신창세기’시리즈와 ‘만남’ 시리즈의 작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동서양의 정신세계를 한 화면에 혼융하는 작품을 통해 내용과 기법적인 면에서의 우연적인, 그러나 필연적인 만남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이정연 작가.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며, 창작활동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하겠다”면서 “아울러 21세기 디자인 경쟁력 시대를 이끌 창의적 인재 양성에도 적극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