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붕괴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교사는 교육과정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무의미함을 느끼고 있으며, 학생들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잃고 사교육과 대안교육, 조기유학 등을 행하고 있다.

▲ 김태영 교장

학생과 교사의 문제 외에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교과교육이 종합적인 연계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도 공교육 붕괴의 한 원인이다. 특히 최근에는 왕따와 학교폭력 등으로 급기야 제 목숨을 저버리는 청소년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의 인성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골의 작은 농촌 학교에서 일어난 외발자전거의 기적은 주위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제2회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서 대상 수상
농촌지역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월등초등학교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니고 싶은 학교’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에 참가해 체험·전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전국 400여 개 학생 동아리가 참여해 전시, 공연, 경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경연을 벌였다. 전교생 38명의 작은 농촌학교인 순천 월등초등학교는 이 대회에서 전교생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체험부스를 운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현재 월등초등학교는 1학년이 7명, 2학년 4명, 3학년 7명, 4학년 8명, 5학년 7명, 6학년 5명으로 한 학년 당 10명이 넘지 않는 작은 규모로, 매년 학생 수 감소로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처지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도 2명만이 입학할 예정이어서 2014년에는 아예 신입생을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서고 있다. 김태영 월등초등학교장은 “관할 교육청은 여러 차례 통폐합을 하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80년 전통의 학교를 지키겠다는 학생, 교사, 주민들의 마음들은 간절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각종 행사 등에 외발자전거를 타고 참여해 ‘학교를 살리자’고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등초등학교 학생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김태영 월등초등학교장이 부임하면서 부터다. 김태영 교장은 지난 2011년 부임한 후 ‘학력 향상형 창의경영학교’ 운영을 하면서 학생들이 하루 종일 수업과 보충학습 등으로 웃음을 잃고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고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 외발자전거를 생각해 냈다.

외발자전거를 통해 체력은 물론 농어촌 학교들이 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교육제공을 통해 시골학교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에 김태영 교장은 학교 총동창회 동문들로부터 30여 대의 외발자전거를 기증받고 1150만원의 예산을 들여 아이들이 마음껏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는 전용 운동장을 만들고, 외발자전거가 처음인 아이들을 위해 초보도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최덕주 교사의 지도 아래 ‘외바퀴 세상’이라는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1시간씩 동아리 활동을 실시하고, 중간체육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 등을 이용해 모든 학생들이 외발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실력은 꾸준히 향상돼 지난 2011년 ‘전라남도 교육박람회’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고, ‘순천교육박람회’에서는 외발자전거 공연을 선보여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순천 ‘남승룡 마라톤 대회’에서도 학생들은 외발자전거를 타고 5km를 완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
현재 월등초는 학생들의 소질 계발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이 방과후 교육활동을 통해 오카리나를 연주하는데 이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의 활력소이자, 전교생을 하나로 모아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공예부와 독서논술부, 수채화부, 영어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오감체험 학습도 인기다. 텃밭가꾸기, 매실체험, 조계산 등반체험, 밀보리 구워먹기, 논학교체험, 복숭아체험, 밀보리파종체험 등 지역의 실정과 환경에 맡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면서 바른 인성을 키움과 동시에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더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교생이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6학년 전체 학생들이 기타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해 음악을 통해 정서를 순화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태영 교장은 “아울러 농촌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원어민 집중영어교육을 운영하고, 다문화가정의 학부모들의 교육기부를 통해 중국어회화 교육도 진행할 것”이라며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학교 문화를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