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난리다. 상전벽해란 말도, 패러다임 쉬프트란 용어조차 대체 먹히지 않는다. 심지어 ‘제3의 물결’을 저술했다는 엘빈 토플러도 미래의 실상이 이처럼 잽싸고 변화무쌍하게 닥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 통신망이 전국에 거미줄처럼 펼쳐지고, KTX가 시속 300km로 달리고, 경제 대통령을 뽑고 또 모바일 혁명을 일으킨 스마트폰이 나오면, 세상이 우리 손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녹녹치 않다. 오늘 조간에도 꿈을 잃은 2030세대의 한탄이 스며 있는 특집 연재가 실렸다. “아버지 덕에 별 고생 안 해봤어요. 내 인생 뭐든지 잘 풀릴 줄 알았죠. 그런데 지금은...성공은커녕 결혼이나 제 때에 할지 모르겠네요.” 잘난 아버지 만나 유학을 갔다 와도 스펙을 잔뜩 쌓아도 밥줄뿐만 아니라 대가 끊길 정도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18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가 국민의 절반이상을 중산층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약속을 꼭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의 광화문 결의에 국민들은 벌써 기대가 크다. 그런데 벌써 담당 공무원들은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복지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항명(?)조짐이 보인다. 정권말기도 아닌데 레임덕일 리는 없고...박 당선자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보수정통 언론조차도 이 약속이 당선인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지구 생태계가 모두다 다 겪고 있는 <재정절벽>현상의 전조현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의 눈에는 지구의 지력(地力)이 쇠했다고 본다. 순환이 안 되니 가치 생산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먹거리가 궁해져서, 분명 ‘21세기형 레 미제라블’현상이 도처에 벌어질 것이다. 21c의 가장 큰 화두는 ‘난세의 생존’이다. 솔직히 소통도, 통합도, 인권도 입에 풀칠하고 난 뒤의 문제이다. 지구촌 1등 국가들이 굶주리는데 우리만 잘 살 수는 없다. 전 세계 예상 경제성장률이 3% 미만인데, 수출 의존형 산업구조를 지닌 우리만 10%를 달성할 수는 없다. 그런 걸 두고 ‘장밋빛 헛꿈’이라 한다.
 현실 인식은 정확히 하고 가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 베트남전에서도 지나친 낙관주의 병사들의 전사율이 더 높았다. 난세에 지도자가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던지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마약 같은 술수로 ‘젊은 그대’까지 복지좀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젊은이들 스스로가 이 이야기를 맘속 깊이 새겼으면 한다. 초우량글로벌 기업인 삼성조차 10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는 판국에 과연 누굴 의존하겠는가?

 작가는 단지 ‘궁즉통’ 서체의 크기와 형상을 변조시키는 기법을 통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다  단순하고 강렬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난세에는 단순하고 잽싸며 강한 에너지가 있어야 서바이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씨체의 ‘궁’(窮:배고픔과 허탈함)자가 비록 작품 전체를 억누르듯 크게 자리 잡고 있지만, 태권도의 창조적 ‘뒤돌려 차기’를 연상시키는 ‘통’(通:형통함과 평강)의 역동성이 ‘궁’의 위협과 두려움을 감싸 돌아 제압하는 형국을 그려내었다. 그렇지만 그 열쇠는 ‘통’자보다 차라리 햄버그 패드처럼 ‘궁’과 ‘통’ 사이에 끼어 있는 조그마한 ‘즉’(卽:real time,실시간)‘에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낙관을 케첩 뿌리듯 ’즉‘자 위에 찍어 발라 놓았다. 핵심 역량은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두려움을 물리치는 것도, 궁핍을 내쫓는 것도 그리고 난세에 살아남는 것도 문제 가까이 혹은 내 안에 있는 에너지와 해결 방안을 기도와 묵상을 통해 즉시 깨닫는 데 있다. 무엇보다 지난의 세월 중에 치열하게 살아남은 작가는 이 글씨체를  화두로 던져 ‘대한국인’(大韓國人)들과 공유하며, 이 절체절명의 난세를 이기고 싶다.

<인생김치이야기>저자/창작 서예가 솔현 심동철/goldizz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