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조들은 고려청자, 분청사기, 이조백자 등 훌륭한 도자기 문화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고려청자는 1천년 전에 이미 중국 황실에서 사용할 만큼 세계 최고였다. 우리민족만이 만들었던 분청사기는 일본 막부시대에 영토 대신 하사한 문화유물이었고, 일본인들이 약탈해 간 이조다완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자기이며 일본 국보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이조백자는 세계도자기 경매사상 140억원으로 낙찰되어 최고의 도자기임이 전 세계에 증명되기도 했다.

▲ 박광천 명장은 여주군 선정 제3대 도예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전통 도자기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정작 전통 도자기가 위대한 문화유산인지도 모르고 300년 역사도 안 된 유럽산 도자기들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고, 이름난 도자기 대기업들은 전통 도자기는 외면한 채 수십 년 동안 양식기만 만들어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한국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잇는 단아 박광천 명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주군 선정 제3대 도예명장
“도자기의 제일 중요한 핵심 요소는 질 좋은 흙이다. 도자기는 흙과 물과 바람이 흙과 불의 오묘한 조화 속에 도공의 숨결에 따라 혼을 불사르며 색다른 흙맛과 함께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진 인류 최고의 종합 예술품이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전원도예연구소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는 박광천 명장은 여주군 선정 제3대 도예명장이다. 지난 40여 년의 세월을 도자기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 예술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그가 만드는 작품들은 첫 공정에서 마무리까지 모든 단계가 수공으로 제작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도예작업장이 자동화, 기계화로 표준화된 자기를 만들어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작업만이 작품에 진정한 혼을 넣을 수 있고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박 명장의 고집스런 신념 때문이다. 그는 “모든 작품의 근본은 우리 것,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숨 쉬는 전통적인 맥을 잇는다는 정신”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고비도 많이 겪었다.

▲ 박광천 명장은 오는 2월 14일부터 4일간 서울미술관에서 생명의 근원, 태동을 표현한 ‘쌍태동(진사쌍호)’이라는 도자기 두 점을 비롯해서 진귀한 도자기들을 공개하는 전시회를 열며 향후 미국 뉴욕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국제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서 남은여생을 명장의 호칭에 걸맞는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힘쓸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들은 단호하기까지 하다. 단아하고 담백한 맛과 멋을 창출해야 하는 백자의 경우 박 명장의 작가의 진실성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명장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상감철화화장토 투계, 청화백자 투계, 상감철화화장토, 상감철화화장토 백호민화도용춤, 상감철화화장토 십장생, 상감철화화장토 취매도, 백자청화 연문호, 백자투계용춤, 백자청화 달마호랑이 등으로 작품에는 박 명장의 힘찬 붓놀림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민화들이 그려져 있다. 특히 상감철화화장토는 박 명장이 수십 년간 연구해 온 소지와 유약을 동시에 사용하여 비색청자와 분청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오묘함과 백자, 청자, 분청을 한 작품에서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오로지 박 명장만이 빚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도자 장르를 개척한, 전통과 현대를 담은 시공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깊은 산속과 여주 등 일원에서 채취한 태토와 철토 등을 재료로 삼아 상감기법과 산수화, 사군자 및 문인화 등 추상화된 초문, 죽문, 용문, 당초문 등이 자유분방하게 표현되어 있는 상감철화화장토는 스승인 문화재화공 164호 이인호 선생의 사사로 절제된 미학의 완성이 담겨 있다.

세계 속에 한국 도자기의 위상 높이다

▲ 생명의 근원, 태동 (진사쌍호)

강천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박광천 명장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많았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인천에 있는 동양화 학원에서 그림 수업을 받은 뒤 1975년 고암도예에 화공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암도예에서 기초적인 도예기법을 익힌 후 1979년 말 고향인 여주로 옮겨 해동도예에서 이인호 선생의 사사로 화공으로 10여 년 간 활동했으며, 이후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전원도예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펼쳐왔다. 제12회 신미술대전 대상, 제13회 한국예술대제전 종합대상, 뉴질랜드의회 초대전, 한국우수작가 초대전, 96한국문화예술상을 비롯하여 폴란드 대사 및 주한미8군 부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작품에 자신이 직접 여주의 풍경을 동양화풍으로 그려 넣는 것으로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 접시당초문양

또 여주도자기협동조합에서 이사직을 맡아 활동한 것을 비롯해 지역 내 도자기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조합차원에서 운영해온 ‘도공제 행사’를 20여 년 동안 개최하는데 앞장서온 그는 자신만의 아이디어 창출로 전원민속도예원에 ‘도자기 분수대’ 작품을 설치해 분수대 도예가라는 애칭도 얻었다. 박 명장은 “도자기는 손끝으로 빚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이에서 빚으려는 작품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도자기를 수출하고 있다. 향후 해외 판로를 확대해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전했다. 박광천 명장은 오는 2월 14일부터 4일간 서울미술관에서 생명의 근원, 태동을 표현한 ‘쌍태동(진사쌍호)’이라는 도자기 두 점을 비롯해서 진귀한 도자기들을 공개하는 전시회를 열며 향후 미국 뉴욕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국제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