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명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안 ‘야곱의 사다리’ 연작을 통해 설치작품과 판화, Interactive Art에 이르러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해왔던 작가는 당초 사실성의 순수미학에서 화법을 연구해왔으나 최근 설치개념미학의 세계로 접근하고 있다.

▲ 약한 색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는 약한 것이 아니라 대단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가 김명희.

‘야곱의 사다리’ 설치 작가로 알려진 작가 김명희는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프랑스에서 동서양의 많은 재료와 기법의 연구와 뚜르 평생교육원인 ‘아꿰이 데 뷔의 프렁세즈 아카데미’에서 강의와 전시, 그리고 뚜루대학교에 입문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시립대학원에서 현대회화와 설치미술 그리고 판화와 도자기를 공부하면서 왕성한 활동으로  참 진리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시지각적 방식 넘나들며 다양성의 조형성 선보이다
작가 김명희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야곱의 사닥다리>는 창세기 28장 12-22절의 성경에 근거한 야곱이라는 한 인물이 꾼 꿈의 산물로서 삶의 여정을 통해 빚어지는 생의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지금까지 야곱의 사다리를 통해 인생의 사닥다리가 올바른 곳에 놓일 때까지 참 많은 고난과 역경이 혹은 크고 작은 선택들이 이어져 이룬 삶을,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때론 너무 무성해서 번거롭고 무거운 급경사를 조심스럽게 피해야 할 때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어쩌면 스스로 야곱이 된 상태에서의 가장 난약한 두려움에 있는 하루살이의 형편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작품 <야곱의 사닥다리>는 애벌레에서 벗어나 그 드넓은 누런 들녘을 날며 빛이 되어버린 ‘나비’를 통해 함축한다. ‘나비’는 기존의 규범이나 관습에서 벗어나 매스미디어와 광고 등 대중문화적 시각이미지를 미술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던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팝아트로 구상미술의 한 경향이라 볼 수 있다. 획일화된 단면성과 반복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현대인의 표현적 삶을 ‘나비’를 통해 투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야곱의 사닥다리>는 인간의 굴레에서 인식되는 다양한 희망의 끈을 잡고 있으며, 서로를 위해 무반주속에서도 타인의 음성을 듣고 자기의 소리를 다독거리며 되새김질하는 무명의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 Light & rain and dew,빛과 우로

또한 작가는 맛의 조형미학을 통해 자연의 순리에서 얻은 결과를 예술로 재창시하여 시각적인 맛으로 조형화한 새로운 탄생도 시도했다. 일상적인 자연의 결실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극사실적인 묘법과 조형형식에 따라 표현성 또는 영상설치에 이르러 시지각적인 방식을 넘나들며 다양성의 조형성으로 선보이게 한 것을 장점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이 시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자연의 진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가치도 담아냈다. 이렇게 작가 김명희의 작품은 표현주의적이면서 구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양극성 또는 이중적 화음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으로 또 다른 하나는 자연주의다. 한 가지 그림의 다양한 형태를 차용하는 것은 팝아트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형태구조를 연계하는 것 모두가 가장 구체적인 결과만을 창작이라는 피드백을 기본으로 주조되는데, 작가는 정지된 자연주의적 표현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작업마다 고유의 화법을 버리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새로운 작업 모드를 레시피하는 것이다.

작품 속에 묻어는 작가의 고행적 인성과 생각

▲ 야곱의 사닥다리-blue

작가 김명희는 지난 30여 년 동안 만들어진 그의 작품 전체의 풍요로움을 고찰할 때 미술가 자신과, 그의 본질, 작가가 되는 과정 등과의 관계를 함께 감안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매번 반복하여 한 인간이 자신과 자신의 체험에 몰두하고 탐구하여 산출된 것이다. 작가 김명희의 작품들은 그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고행적 인성과 생각을 나타낸다. 외적인 표현방법의 축소, 정신적 힘을 위한 포기다. 그것은 관찰자가 채집하려는 색의 표면적 표현이 아니라 재료의 특별한 존재성에서 뻗어 나오는 형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관찰자에게 전해진다. 형광의 사다리만이 아니라 모시나비의 재발견 또는 재해석이 사물 위에 놓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으로부터 돌출된다. 즉 그에게 고유한 미학은 글자 그대로 소중한 가치이고, 미학적 흥미이며 매혹의 덧붙임 없는 즐거움이다. 작가 김명희의 작품들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작품들이 쉽다거나 쉽게 통찰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것들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나타내고 있으며 무한한 시간을 순간으로 옮기고 무한한 시간으로 고양시킨다. 작품들은 하나의 사실이며 스스로 사실이라고 내세울 필요도 없으며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실험가이자 약한 색을 사용하는 작가 김명희, 약한 색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는 약한 것이 아니라 대단한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가 김명희.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작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사뭇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