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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한 한 젊은 정치인의 몸부림
역사 속 정치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2009년 05월 04일 (월) 16:17:25 김희준 juderow9@paran.com

<영화속 생활>

한 정치인이 있다. 젊고 매력적이며 국가를 위해서라면 거침없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매우 인기가 높은 정치인이다. 아름다운 아내도 두었지만, 자신을 보좌하는 더 젊은 여인과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버렸다. 아내와는 날이 갈수록 소원해져 가고 있지만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섣불리 이혼은 하지 못하고 매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느날 깊은 관계를 유지하던 자신의 보좌관의 행동이 조금씩 눈에 밟힌다. 의심이 들기 시작한 그는 그녀 몰래 그녀에게 사람을 붙이고 감시를 하도록 지시한다. 그러던 중 그녀가 뜻밖의 인물이며 자신과 깊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점점 자신의 목을 옥죄는 것을 불안하게 느낀 그는 자신을 목숨처럼 따르는 한 남자에게 그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다. 자실로 위장할 수 있게끔 완벽하게 제거했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법.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가 이 사건을 파헤치던 중 자신이 연루되고 그녀를 죽이게끔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4월 30일 개봉해 스릴러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주된 내용이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 주변 인물들을 제거하는 경우는 역사 속에서도 흔히 있어왔다. 영국의 크롬웰,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가 독재 하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던 인물로 꼽히며, 러시아 혁명 이후 레닌은 ‘당의 통일의 관한 결의’라는 명목 하에 해당자에 대한 숙청을 단행했다. 자국 국민을 50만 명 이상 학살한 우간다의 이디 아민은 영화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져 우리들을 경악시킨 바 있으며, 루마니아 챠우세스쿠 대통령의 공개처형은 지나친 독재가 얼마나 국민들의 분노를 끓게 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우리 뇌리 속에 깊이 각인돼 있는 독재자의 최후였다.

최고의 자리, 최고의 것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이러한 독재자들의 숙청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한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랑하던 연인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기에 이들 독재자들과는 분명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명예와 부를 지키기 위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까지 제거하는 모습은 그들의 악랄함과 별반 다르지 않다. “꼭 그래야만 했는가?‘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들 입장이 아주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자리를 정당한 방법으로 얻었던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든, 사람이라면 일단 최고의 명예가 자신의 손에 주어졌을 때, 그 자리를 누군가가 노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부터 생기기 마련. 심지어는 자신과 몇십 년을 동거동락한 측근마저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유하 감독의 영화 <쌍화점>을 보고 있노라면, 공민왕과 건륭위와의 관계가 유난히 돈독한 것을 알 수 있다. 왕비와의 동침을 하지 못하는 자기 대신 건륭위를 대신 동침시킬 정도로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던 공민왕이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의 것을 그가 가져가버리자 그의 분노는 폭발한다. 그리고 그를 가차 없이 내친다. 이것이 진정 정치인들의 진정한 모습일까?

   
‘진실’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한 기자가 선택한 것은 ‘진실’
물론 어질고 착한 왕도 우리 역사 속에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폭군을 더 많이 기억한다. 조선 중기 연산군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오랜 독재로 인해 국민들의 큰 반감을 샀던 박정희 대통령도 같은 맥락의 정치인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정한 법을 다시 바꾸고 그 법을 또 어기는 정치인들. 때문에 아무리 나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하더라도 나쁜 기억이 먼저 떠올려지는 인간의 특성상 그들의 선행은 빛이 바래지기 마련이다. 후대에 자신의 이름이 역사 속에서 ‘독재자’, ‘폭군’으로 그려지길 바랐던 것일까? 그들도 그것을 바라지는 않았겠지만, 시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고, 주변에서 부추겼을 수도 있으며,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지금은 대통령 단임제로 인해 5년의 임기가 끝나면 가차 없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아내 권양숙 여사의 좋지 못한 과거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최고의 자리에서 시간이 지나면 내려와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모양이다.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의 젊은 정치인 스티븐이 사랑하는 연인을 가차 없이 제거한 모습은 얼핏 국내 정서상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을 통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스타’에 가까웠던 그가 세간의 이목이 유난히도 신경쓰였을 터. 때문에 ‘스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불행히도 옳지 못한 것이었고, ‘이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다’라는 옛말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진리로 다가와 그를 조용히 파멸시키고 만다. 주목할 부분은 그를 파멸시킨 것은 그를 음해하려는 정치인이 아닌 그와 친구 사이로 지냈던 한 기자라는 것이다. ‘진실’을 늘 입에 달고 살던 그가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둘도 없는 친구인 그를 파멸로 몰아가는 과정은 ‘진실’과 ‘우정’ 사이에서 그가 얼마나 갈등하고 고민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인간의 심리가 얼마나 간사하면서도 나약한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때문에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오래간만에 인간과 인간의 비틀어진 관계에 관해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 수작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미국 영화이기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 하나씩은 가져갔던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남우주연상 수상자 러셀 크로우, 여우주연상 수상자 헬렌 미렌을 비롯해, <굿 윌 헌팅>으로 주연상이 아닌 각본상을 수상했던 벤 에플렉도 이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스릴러답게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끔 할 만큼 아찔함도 느낄 수 있지만, 정치인과 기자라는 이들이 자신의 직업이 타 직업보다 얼마만큼 더 큰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일깨워주기도 했기에 보는 내내 필자의 마음이 부끄럽기도 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라도 잠시 반성을 해보자.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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