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은 무수히 많은 중간 규모의 회사들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강소기업은 대기업이 무색할 정도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목표에 맞는 적절한 전략들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 스위스, 스웨덴과 같은 수출강국들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은 대기업 덕분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경제의 큰 부분은 대기업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증 강소기업들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독자적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 바탕으로 성장

▲ 5천만불 수출탑 수상하는 최경식 회장

강소기업이 견고한 국가는 빠른 위기극복과 안정적인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이 경제의 중심인 국가는 취약점이 노출되는 한편 위기회복 지연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3월 독일과 미국 등에 비해 프랑스와 스페인 등이 위기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를 강소기업 부재로 꼽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가경제에서 강소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주)금강밸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금강밸브는 국내 석유화학시장에서 출발해 독자적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한 업체다. 최경식 (주)금강밸브 회장은 “금강밸브는 창립 후 32여년간 볼밸브만 생산한 볼밸브 전문 제조업체”라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재는 전 세계적인 판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 대구에서 ‘금강밸브공업사’로 출발, 1984년 독일로 첫 수출을 성공시키며 해외진출의 물꼬를 튼 이후 1985년 주조설비를 완공했으며 1990년대 들어 탄탄한 기술력과 첨단 설비를 구축해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존 설비 및 브랜드 인지도, 기술 등을 바탕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결과 해외시장에서 KUKA라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으며, 볼밸브 제품을 주력으로 제조 및 수출하고 있는 (주)금강밸브는 전 세계 석유 및 가스시장에서 프로젝트용 볼밸브 공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50여 개 국내외 관련 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세계 메이저사에 공급하는 볼밸브 제품 수만도 11만5980개에 달한다. 또한 KUKA ball valve를 재고로 보유하고 판매하는 관련업체, 평소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에이전트만도 20여 개에 달하며, 전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 및 각국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공사에도 볼밸브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4년에는 1000만불, 2006년 2000만불, 2007년 3000만불 수출탑에 이어 지난 2012년에는 5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법정관리 위기 극복 후 수출 강소기업으로 재도약
(주)금강밸브는 우리나라의 주요 강소기업 중 하나로 꼽히지만 사업이 늘 탄탄대로만 달려왔던 것은 아니다. 가정용 도시가스 시설이나 석유화학단지에 들어가는 산업용 밸브 등 내수시장에 안주하던 중 경쟁업체 추격을 받으면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적자투성이 회사로 전락했다. 1994년엔 그동안 벌었던 돈이 모두 바닥나기도 했다. 이에 (주)금강밸브는 세계로 방향을 틀었다. 수출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꾼 2000년대 들어서는 원유·가스시추에 들어가는 밸브로 진출했다. 이후 수출로 날개를 달았지만 성공의 여신은 늘 미소를 짓고 있진 않았다. 지난 2009년 2월 금강밸브는 돌연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 문제는 키코 때문이었다.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환율 헤지를 위해 키코에 가입했다가 환율 급등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렸던 것이다. 당시 키코로 입은 피해금액만도 6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더 큰 피해는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가 모두 끊어지게 된 것이었다. 엑손모빌, 세브론 등 글로벌 원유 회사의 승인을 모두 잃어 납품을 위한 몇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프랑스의 토탈 사 정도만 현재까지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최경식 (주)금강밸브 회장은 2009년 2월,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하지만 (주)금강밸브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불과 2년 여 만인 2011년 1월 28일 법정관리 절차가 종결됐고, 지난해 5월, 남아 있던 모든 빚을 청산하게 된 것이다. 이제 (주)금강밸브는 세계시장을 재패할 일만 남았다. 그 징후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2011년 3천만 달러에서 2012년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어난 9천만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최경식 회장은 “앞으로 매년 30%씩 매출 목표를 늘려나가는 한편, 올해는 연구소를 설립해 자체적인 연구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