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는 작가 임진성을 주목하고 있다. 손가락을 통해 마음을 그려낸 작가 임진성의 지두화는 형이적 표현이 아닌 사의적 표현이다. 붓은 자세한 형(形)으로 표현되지만, 손끝의 무수히 많은 지문과 체온을 통해 작가가 느끼는 감성은 붓이라는 매개를 사용하여 느낀 것보다 섬세한 감정을 지닌다.

▲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이자 한국화 표현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임진성 작가

지두로써는 세밀하게 대상을 그려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작가 임진성의 지두화는 지문이 화선지와의 일체합일을 통해 만들어낸 형상 속에서는 비록 거칠고 둔탁하지만 마음에서 풀어낸 생명의 기운이 화선지에 표출된다.

정신성과 물성이 일치하는 시점에서 하나의 작품 완성
정교한 표현이 가능한 모필을 뒤로하고 원시적이고 둔탁한 표현으로의 지두화는 자연의 원초적, 원시적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작품의 주제인 생생불식(生生不息)은 쉼 없이 시원적인 힘에 의하여 끊임없는 변화하고 날로 새롭게 생성하는 자연의 강한 생명성이다. 마음을 즉감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임진성의 지두화는 주체의 의(意)와 손과 화선지라는 물이 해석을 통해 서로가 교감하며 감응의 과정을 겪는다. 그리하여 마음에서 생성된 의(意)가 손과 화선지라는 물성과 만나 삼위일체를 통한 감응으로 공동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교감을 통해 이루어진 화면에는 더욱 더 생명성이 발휘된다. 수묵의 물성 자체에 천착해온 작가 임진성의 작업은 크게 볼 때 1980년대 수묵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위치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2000년 경 처음 수묵의 물성 실험의 일환으로 지두화를 시작했을 때 이와 같은 조선후기의 지두화 전통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초기의 주변 실경에서 점차 재현성이 제거된 추상화된 대화면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그의 지두화는 남종문인화의 담담한 의취와는 전혀 다른 개성적 화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얇은 화선지에 손가락으로 먹을 퉁기듯, 손바닥으로 쓸어 담듯 지나간 흔적들로 이루어진 화면 속에는 먹과 종이의 물성 뿐 아니라 작가의 신체성과 감정까지도 여과 없이 혼재한다. 남종문인화에서 보이는 자연과의 거리감이 사라진 채 화면 가까이 바짝 다가선 자연의 이미지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대상과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즉 먹과 종이, 작가의 신체행위의 흔적들은 관객의 시선 앞에 바짝 다가선 채 그 손길의 빠른 흔적을 따라 가면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감지하게 한다. 즉 묵과 화선지는 그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물성으로써 정신성과 물성이 일치하는 시점에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양식적으로 볼 때 오히려 잭슨 폴록식의 액션페인팅, 추상표현주의에 보다 가까운 그의 작업에 대해 작가는 “사의성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사의성은 곧 생생불식의 유기체적 우주의 생명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숲의 바람, 나무가지의 흔들림, 시든 꽃의 보이지 않는 생명성등 대자연의 잔잔한 울림과 역동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에 내재되어 있는 움직임과 울림을 손의 촉각성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해내는 것이다.

묵과 종이의 관계성을 신체 감각의 일부처럼 체험하다

▲ 손가락을 통해 마음을 그려낸 작가 임진성의 지두화는 형이적 표현이 아닌 사의적 표현이다

천지의 변화와 무한 생성력으로 만든 만물은 하늘과 땅의 두 근원적이고 시원적인 힘에 의하여 산출되고 유지된다. 생생(生生)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작가 임진성은 “생생은 천지의 힘”이라면서 “변화가 피조물의 존재양상을 의미한다면 산출력은 능산자, 조물자의 그칠 줄 모르는 역량에 대한 형용이다. 만물은 쉼 없이 시원적인 힘에 의하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날로 새롭게 생성하는 생생불식한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동양화에서 느끼는 다소 고답적인 이미지와 달리 그 경계를 넘나들며, 묵과 종이의 관계성을 신체 감각의 일부처럼 체험하고 느끼는 작가 임진성. 현대 미술계의 새로운 기법인 ‘지두화’ 시대를 개척한 작가 임진성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이자 한국화 표현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북경무역센타, 캐나다 도산아트갤러리 등에서 총 15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 및 기획초대전 150여 회에 참가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제, 경향미술대전 장려상 및 입선과 특선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 임진성은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겸임 교수로 재임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