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 창작이란 부단히 새로운 조형세계를 탐색하는 일이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무이한 작품만을 추구하는 것이 창작이다. 설령 뛰어난 예술적인 가치를 평가받는 화가일지라도 동일한 작품이 두 점 이상 존재한다는 것은 창작의 윤리성을 저버리는 일이다.

황태일 기자 hti@

▲ 양태석 화백은 변화와 창조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미술 문화의 세계화를 이루고 있다

자기복제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이 창작의 윤리성이다. 물론 특정의 목적으로 같은 이미지의 작품을 다시 제작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그럴 경우에는 소품을 키운다든가, 또는 기존의 작품과 어딘가 다른 해석을 통해 상호 비교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 현대회화의 보편적인 방법론 가운데 ‘조형의 변주’도 이와 같은 시각에서 출발한다. 개별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을 수립하게 되면 조형의 변주라는 방법을 통해 독자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를 심화시키게 된다. 그리하여 조형의 변주, 즉 유사한 작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조형성을 인식시키게 되는 것이다.

전통회화의 창조적 모색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 활동
주목받는 작가 청계 양태석 화백의 작품 명제는 ‘부귀’, ‘장수’, ‘행복’, ‘평화’, ‘사랑’ 등이 반복적으로 쓰인다. 이러한 명제는 필경 그 자신의 자연관 및 인생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 자신의 관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계절의 순환을 주재하는 조물주의 절대적인 능력을 인식하게 되고, 그를 통해 사색의 창이 열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자연을 매개로 하는 사색 또는 사유의 전개는 범신론적인 철학에 이르게 디고 또한 자신의 삶, 즉 인생철학을 깨우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양태석 화백은 여기에서 자연과 인간이 동화되는 삶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리라. ‘부귀’, ‘장수’, ‘행복’, ‘사랑’, ‘평화’ 등의 명제는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기원적인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그림을 통해 자연의 진면목을 이해하게 되고,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행복(45.5x38cm) 2012년

자연을 제재로 하는 것도 다름 아닌 자연이 내포하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 및 존귀함에 대한 절대적인 동의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자신의 작품이 기원의 부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간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공간과 자기만의 차별화된 작업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양 화백은 전통회화의 창조적 모색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한국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의 작업은 필묵의 운용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여백의 대비를 통해 화면을 구축해 정적인 함축미와 절제미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유려한 필선과 깊이 있는 묵운, 시정이 넘치는 격조 높은 화면은 양 화백만의 차별화되고 주관화된 내면을 드러내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현대 한국화의 실험적 양태와는 또 다른 고전적 심미관의 발현을 느낄 수 있다. 오방색을 주로 하여 ‘행복’ ‘장수’ ‘부귀’ 등의 의미를 담는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소박함과 걸출한 멋으로 오랫동안 집에 걸어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들을 표방해 감상자들은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전문작가의 입장에서 ‘상록갤러리’ 운영

▲ 평화(45.5x38cm) 2012년

양태석 화백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상록갤러리도 화제다. 인사동에 위치한 상록갤러리는 기존 상업 화랑과 달리 양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전문작가의 입장에서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특히 양 화백은 상록갤러리를 통해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 작품의 회화성과 장래성을 고려해 구입·판매하고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전시·판매하면서 미술애호가들이 안심하고 수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화풍으로 담아내 세인들의 가슴에 조용한 감동으로 일깨워주는 작가로 평가되는 그는 현재 한국산수화회 회장, 한국미협, 삼원미협, 종로미협, 해청미술관 고문으로서 한국미술의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양 화백은 화가인 동시에 문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한국 산수화 이론과 실제>, <화필에 머문 시간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등 총 13권의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화단에 입문해 도를 구하듯 끊임없는 고뇌와 인내, 창작의 열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왔던 양태석 화백. 최근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양 화백이 앞으로도 변화와 창조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미술 문화의 세계화를 이루고, 나아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를 대표하는 작가로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