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가 만든 아이폰의 경쟁력이 디자인에 있다는 것은 이제 문화적 요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성쇠가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성이 커지는 문화 속에서 당연히 언어가 포함되고 이에 따라 우리말을 다루는 국문학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 청주대 국어문화원의 김희숙 원장

청주대 국어문화원의 김희숙 원장은 “국어를 표현하는 한글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인 글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한글을 슬기롭게 이용할 경우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더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데 큰 도움을 받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글이 미래 선진적인 한국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하는 전망과 현재 국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적지 않은 괴리를 노정하고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보면 어학분야에서는 영어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국문학 발전에 꼭 필요한 우수한 연구 인력들 또한 국문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있지 않다.

한국의 미래 책임질 국문학 인재 양성
문화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있어 국문학은 분명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철자체계로 가지고 있는 한국은 다른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희숙 원장은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국어와 한글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해야 하는 이때에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한다. 현재 애플컴퓨터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예산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애플컴퓨터는 다른 시각에서 연구와 개발은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애플컴퓨터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찰, 곧 인문학적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것이 21세기의 새로운 연구와 개발형태라 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이끌 주역이 되어야 할 국문학에 우리나라 최고의 인력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청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은 현재 충북 지역민들의 올바른 국어생활을 위한 상담 및 교육, 연구, 나아가 표준어뿐만 아니라 충북 지역어까지 모두 우리의 유형, 무형자산으로 판단하여 충북지역어의 수집·발굴·보존하는 역할을 문화경쟁력으로 성장시키고자 독특성을 추구하며 시도하고 있다.

국어 관련 학과에 대한 연구지원 늘려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국문학은 현재의 유리한 상황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주도할 능력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김희숙 원장은 “이는 국문학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하였지만 많은 부분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국어와 국문학에 대해 취해온 태도에서 적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 2012년 10월 13일 청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주최 한글날기념 제3회 우리말사랑대회 시상식에서

그동안 영어를 우리말인 국어보다 높이 취급해온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는 국어학계를 영어로부터 위축되게 만들었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급급하게 만들었다. 문화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과거 이공계에 쏟았던 만큼의 국가적, 그리고 사회적인 지원이 준비되고 있거나 실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국어 관련 학과에 대한 연구지원을 늘리고 국어를 전공하는 우수한 연구 인력들에게 과거 이공계 전공 학생들과 연구자에게 주었던 것과 비교될 수 있는 혜택이 제공되어야 한다. 김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에 부응할 수 있는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국어능력시험을 통합하여 권위와 공정성을 높이고 세계의 모든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세계적인 표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글을 세계 모든 언어가 사용할 수 있는 정음기호(正音記號)로 정착시켜야 한다. 김희숙 원장은 “세계 곳곳에서 오늘날 서양의 로마자표기 만큼이나 많은 한글표기를 만나는 날을 상상해 보면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면서 “백성들이 글자가 없어 겪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한글을 창제하셨던 세종대왕님의 꿈을 세계 속에서 실현하는 것 또한 국문학자들의 중요한 의무다”고 피력했다. 학회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아 “2012년 제1차 WCSEL(세계영어학자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여(Contrastive Analysis of Responses to Compliment, Apologies and Thanks in English and Korean) 언어학 연구의 영역을 제자와 에린(Erin Fitzgerald)과 더불어 영어학까지 접근한 점도 학문발전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21세기 한국어정책과 국가경쟁력」 출판
2012년에 또 하나 기억할 만한 일은 저의 지난 10여 년간의 국어학연구를 집대성했다고 볼 수 있는「21세기 한국어정책과 국가경쟁력」이 출판된 것입니다. 더욱 자랑스러운 일은 한 해 신청된 4천여 권의 책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에 「21세기 한국어정책과 국가경쟁력」이 수상되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글’, ‘언어학’, ‘이중언어학’ 등의 우리나라 최고 언어학 관련 학술지들의 지면을 빌려 토로해왔던 다양한 언어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마침내 우리사회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으로 내게 다가와 그동안 겪었던 학문적인 어려움을 모두 털어내는 느낌이었다. 나의 책이 갖고 있는 시의 적절성은 동료 언어학과 국어국문학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정치학을 전공한 교수로부터 책의 내용에 대한 문의전화를 받았을 때 가늠할 수 있었다. 나도 잊고 있던 내용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고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아 전화를 하신다고 하셨을 때 저자로서 아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의 학계에서 21세기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언어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양한 전공자들이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고 최소한 나의 책이 이들 사이에서 건설적인 논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책의 가치는 더 나은 책을 만드는 거름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21세기 한국어정책과 국가경쟁력」은 이론서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