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가장 발랄한 작가 중 한 사람인 미국의 마크 트웨인은 다양한 소재의 글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모험소설 외에 초기 단편 중에는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희화화한 작품도 있다. ‘아담의 일기’라는 이 작품은 아담과 이브 설화를 특유의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풀어낸 일기체 소설이다. 이브와 함께 금단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 밖으로 쫓겨난 뒤 아담은 노동을 하고 이브는 자식을 낳아 기르며 지금의 인간들과 같은 고난의 삶을 살았다. 더 이상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므로 그들에게는 수명이 생겼다. 이 소설 속에서 늙은 아담은 이브를 먼저 떠나보낸다. 에덴으로 쫓겨나 살아야 했던 일생을 아담은 후회하거나 고통스러워했을까.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 마크 트웨인의 아담은 이렇게 적고 있다.  

▲ 대화당한의원 이은주 원장

“에덴동산 밖에서 ‘여자’와 살게 된 것은 여자를 모른 채 에덴에서 사는 것보단 나았다. 처음에는 그녀가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목소리가 내 인생으로부터 사라져버린 것이 슬프기만 하다. 우리를 더 가깝게 하고 나에게 그녀의 마음의 아름다움과 영혼의 사랑스러움을 깨닫게 해준 밤톨(chestnuts)에게 축복이 있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원죄’의 씨앗로만 여겨졌던 과일(선악과)을 오히려 칭송하는 반전이 역시 마크 트웨인답다. 게다가 그 과일은 (이브의 입을 통해 주장하기를) 사과가 아닌 밤톨이라고 우기는 익살도 기발하다.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사는 에덴을 떠나 노동과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이승의 삶은 분명 형벌이라고 전래의 설화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 트웨인은 사과향기 그윽한 불임의 동산보다 밤꽃 향기 난만한 이승의 삶에서 더 큰 쾌락을 누릴 수 있을 이 마지막 구절에서 동시에 암시했다.  
여자와 남자의 교합은 인간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쾌락 가운데 하나다. 종족을 유지하고 번식하기 위한 이 중대한 작업(?)에 최대의 쾌락이 동반되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만일 이성간의 교합이 (중대한 일이기는 하지만) 번거롭거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지구상에서 인류 종족은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을까. 인간만이 아니다. 대다수 생물들은 스스로 쾌락을 선택하는 본능을 통하여, 굳이 가르치거나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자식을 낳고 또 그것을 애정으로 키워내면서 종족을 유지하고 있다. 섹스의 쾌락은 그러니까 일일이 그것을 가르치지 않고도 뭇 생명들이 스스로 종족보존의 임무를 기꺼이 수행할 수 있도록 자연이 부여한 유인 장치라 할 수 있다. 사마귀나 일부 거미 같은 종류는 짝짓기를 끝낸 직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 그 위험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짝짓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수컷들의 선택에도 필경 그 일을 향한 참을 수 없는 동경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5~7년 동안이나 대양을 누비고 다니던 연어들이 헤엄치기도 어려울 만큼 얕은 하천으로 올라와 알을 낳게 하는 유인은 무엇일까. 단지 태어난 곳을 찾고 싶은 수구지심 하나만일까.

 동물들의 섹스는 기본적으로 종족보존을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더러는 단지 생식과 무관하게, 본래는 그것의 보조효과인 쾌락을 주된 목적으로 즐기는 종족들도 있다. 자연의 본래 섭리로 보면 섹스는 분명 생식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와 같은 유인원 종족들 가운데는 섹스를 일종의 소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동물들도 있다. 무리를 지배하는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의 충성심을 의심할 때 힘이 약한 원숭이는 두목 원숭이에게 엉덩이를 들이대고 교합을 허용한다. 자연의 섭리로 보면 수컷끼리의 관계는 분명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묘한 충성서약은 무리 내부에서 다툼을 그치고 결속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자 무리에서도, 늙은 왕을 몰아내고 리더가 되는 새로운 수컷은 무리의 암컷들 가운데서 마음대로 짝을 골라 정사를 즐긴다. 물론 이 행위는 수사자의 DNA를 확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그것을 즐기는 순간 수사자는 자기 힘을 과시함과 동시에 자신을 향한 무리의 충성심을 확인함으로써 지도력을 바로세우고 집단 내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둔다. 
성을 생식 이외의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동물의 대표는 역시 인간이다. 현대와 같은 저출산 시대의 인류에게서 섹스는 이미 생식의 수단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오히려 부수적 목적으로 된지 오래다. 성은 쾌락의 수단이자 부부간 화해의 수단으로 더 자주 이용되며, 심지어 직간접의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출산이 필요한 시기 또는 출산 적령기를 넘어서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할 만큼 길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제는 노후까지 연장되어야 할 삶의 질(행복)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적절한 섹스는 필요하게 되었다.
적절한 섹스란 무엇인가. 즐거움은 물론이고 건강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될 수 있는 섹스라야 한다. 건강한 섹스의 대전제는 즐거운 섹스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 즐거움은 단지 몸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즐거움’이란 몸의 상태가 아니라 기분의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몸보다는 마음의 느낌이 중요하다. 물론 멋진 몸을 가진 여자를 볼 때 남성은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고 몸에 흥분을 느낄 수 있다. 여성들 역시 남자의 멋진 몸을 보면서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멋진 몸을 가진 여성이나 남성이 내 말을 알아듣고 내게 호의적 반응을 보인다면 그 우호적 감정은 더욱 고조되면서 상대를 사랑하고픈 욕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멋진 여성이나 남성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나아가 무시하고 얕보는 태도를 보인다면 머릿속에 가득하여 몸을 흥분시키던 호르몬, 도파민은 이내 증발해버리고 우호적 감정마저 사라진다. 혹은 그 좋던 기분이 우울과 분노로 바뀔 수도 있다. 사랑이 아니라 거래의 목적으로 갖는 관계는 배신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 머릿속에 계산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관계가 원활히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 기전을 설명하기는 약간 복잡하지만, 사람의 몸은 근본적으로 사랑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지 시각이나 촉각 그 자체에 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가장 즐거운 섹스는 객관적으로 멋진 이성과의 관계가 아니라 주관적일망정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성 사이에 사랑의 감정으로 갖는 섹스라 할 수 있다. 쾌감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사랑의 고백이야말로 클라이맥스의 기분에 마지막 폭발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와도 같다. 천하의 변강쇠라도 상대에 대한 호의적 감정, 애정을 느끼지 못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시들어버린다.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 단지 정복의 욕구나 분노의 감정,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교접하여 사정을 하는 것은 소녀경에 말한 ‘잘못된 교합’의 전형적인 유형들이다. 무리한 교접, 자연스럽지 못한 성생활은 신(腎)을 상하고 정기를 혼란시키며 수명이 단축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마음에 호감이나 애정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피의 흐름이 활발해져 남성이 해면체는 강직하게 발기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분명 애정을 느끼면서도 발기나 지속성에 한계가 있는 경우라면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발기력에 직접 작용하는 투약이나 시술보다는 기력의 근원을 찾아 문제를 고치고 기력을 강화하는 치료가 바람직하다. 
   (한의사, 대화당한의원 원장. 한국밝은성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