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대선 후보도 가닥이 잡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후보,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등으로 확정됐다.

장정미 기자 haiyap@

18대 대선의 최대 관심사였던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단일화는 결국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사퇴로 마무리 되었다. 이로써 이번 18대 대선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사퇴

▲ 박근혜 후보는 군산시를 방문하여 대탕평인사와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 내겠다고 호소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전격 사퇴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1월 23일 “제가 후보직을 내려 놓겠다”며 대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20분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연말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여야간 일대일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안 후보는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다”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단일화 룰 협상 결렬에 관해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비록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말했다. 그는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 가겠다”고 밝혔다.

▲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경제성장과 안보에 대해 자신했다

그간 안철수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간의 단일화는 룰 협상 과정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고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안 후보 측은 방법론을 논하는 문 후보 측에 ‘각자의 지지층을 모아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 싸움이 치열해지자 안 후보는 지난 11월 14일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11월 18일 다시 두 후보가 만나 협상을 재개했지만 또 다시 서로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일 후인 11월 21일 TV토론 후 다음날인 22일 후보 간 회동이 다시 열렸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1월 23일에는 양 측 특사까지 동원해 막판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편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충격적인 사퇴로 현실화됐지만, 당초 목표였던 양 세력 간 연대와 통합까지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안 후보의 백의종군으로 앙금이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지층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며 “이제 야권의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과정에서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는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에게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이것만으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이 문 후보를 지지할 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두 후보가 당초 내세웠던 후보 단일화 이후에도 함께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펼치는 연대, 세력 통합이 현실화될지는 일단 단일 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 분석
정치쇄신 분야에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포기한다는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4년 중임제 개헌안은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찬성 입장을 보인다. 검찰제도개혁과 부정부패 근절과 관련해선 문 후보는 대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박 후보는 중수부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상설특검제를 도입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선 기존 순환출자 규제 문제를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문 후보는 3년 유예기간을 거쳐 해소토록 하겠다는 입장이고, 박 후보는 신규 출자만 규제한다고 공언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두 후보는 정부의 개입 정도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현재 우리 금융권과 가계 사이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돌리기’ 대상이 된 가계부채는 1,000조 원 규모로 연말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정권에게 떠안겨진 가장 큰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 성격의 돈을 직접 투입해야 한다는 데는 박근혜 후보가 가장 적극적이다. 박 후보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국민행복기금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종잣돈 1조 8,700억 원을 채권 발행을 통해 18조로 불린 뒤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의 전환 등 채무상환 지원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미 부실 저축은행 사태라는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15조 원이 넘는 사실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국민 세 부담을 늘렸다. 또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은 상대적으로 당사자 간 해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여기에 압류가 면해지는 힐링통장의 허용, 회생을 위한 채무힐링센터 설립 지원, 이자제한법·공정대출법·공정채권추심법을 담은 이른바 ‘피에타3법’ 마련 등을 통해 채무자 회생의 길을 터준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당장의 가시적 처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주거대책에선 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2만호, 임기내 총 6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 후보는 철도 부지위에 임대주택과 기숙사 등 소위 ‘행복주택’을 20만호 짓겠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정책기조가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는 분야는 복지분야다. 교육 정책에서 문 후보는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박 후보는 일제고사는 꼭 필요하며, 평가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의료분야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문 후보는 복지재정 확대를 통해 본인부담 의료비를 연간 100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면 박 후보는 무상의료는 재원부담이 심하고, 암·심장병 등 4대 중증질환을 100%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북정책에선 문재인·박근혜 후보 모두 남북정상회담,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은 다르다. 박 후보는 남북대화를 위해선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한 북측의 사과가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이고, 문 후보는 일단 남북대화를 재개한 후 다양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진보정당의 심상정·이정희 후보 대선 출마
올 대선 판에서 진보정당의 존재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진보정당 후보의 지지율은 각 1~2%대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특히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파문 이후 노동계의 지도적 인물들조차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진보정당은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10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출마 선언 후 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어 지지세력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11월 2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진보정당의 대선후보는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만이 남았다. 심 후보는 지난 11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매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후보단일화를 위한 중도사퇴는 이제 제가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와 자신의 사퇴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 후보로서 저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만 노동권 강화와 정치개혁의 향한 저와 진보정의당의 노력은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정책연대를 통해 계속될 것”이라며 문 후보 측과 정책연대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외로운 선거운동이었지만 진보정치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어 무엇보다 가슴 뿌듯했다” 선거운동 기간을 회고했다. 심상정 후보는 출마 후 쌍용차 노조 농성장,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장에 이어 각 지역별 노조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정치세력화를 외친 바 있다. 이에 심 후보는 “철탑 위에 매달린 채 찬바람을 견디고 있는 울산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평택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그리고 다리 난간에 매달린 아산의 유성기업 노동자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그러나 그분들을 따뜻한 가족의 품, 그리고 정다운 직장으로 돌려 보내드리겠다는 저의 약속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심 후보는 “그동안 마음으로 저를 응원해주신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상공인, 장애인, 농민, 청년, 여성 등 서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지난 11월 13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는 부자증세를 기초로 한 조세·재정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정희 후보가 내세운 조세·재정 정책의 기조는 ▲부자·재벌 소득세·법인세 인상 ▲복지증세 ▲투기·불로소득 공평과세 ▲탈세 엄단 등이다. 이 후보는 연봉 3억원 이상일 경우 소득세율을 50%로 높이고 1000억원을 초과하는 이윤을 내는 200여개 재벌의 법인세율을 30%로 높이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도 원상회복시키기로 했다. 또 복지특별회계를 신설해 부자증세로 확보되는 재원을 복지 지출에만 쓰도록 할 방침이다. 재벌과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각종 비과세 감면 조치를 정비하고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재정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상장주식이나 파생상품의 양도차익 등 자본소득에도 소득세와 똑같이 과세하고 이자배당 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도 종합소득에 합산해서 과세하기로 했다. 금괴나 보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변칙 상속이나 증여에 대해서도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정상과세하고, 이밖에 금융차명거래를 차단하고 국세청에 계좌열람권을 부여해 고액체납자 발생을 막을 계획이다. 또한 간이과세제도를 정비해 세원을 관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정희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자증세, 재벌증세로 연간 61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확충해 국민들에게 복지사회를 안겨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말로만 서민복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복지재원을 확충해 국민 누구나 보편적인 복지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