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 역대 최대 판매실적’, ‘미국 시장 점유율 0.7% 포인트 상승’, ‘유럽 시장 점유율 0.5% 포인트 상승’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었다.

▲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 ‘인터오토뉴스(InterAutoNews)’誌가 선정ㆍ수여하는 ‘2011년 글로벌 최고 경영인상(2011 Top Manager in the World)’을 수상했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높은 판매 실적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과 각국의 정책적 규제 등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9월 유럽 자동차 수요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1.0% 감소한 113만2000대로 부진이 지속됐으며,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두 자릿수의 감소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견조한 수요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빅3를 비롯, 지진 피해에서 회복한 일본 업체들이 적극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녹록치 않은 시장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최근 중국 정부의 대도시차량 등록 대수 제한 정책 확대와 적극적인 중국 토종 브랜드 육성, 유가 상승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제값 받기’와 ‘확실한 품질 확보’ 주문
현대·기아차가 여러 가지 악재를 떨쳐내고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선전하기까지는 정몽구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미국을 방문, 기아차 조지아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을 시찰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이 현지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은 ‘제값 받기’와 ‘확실한 품질 확보’였다. 일본 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제품 가치에 걸맞은 가격에 판매할 것과,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 3월 유럽을 찾아 현지 생산·판매·마케팅 전략을 집중 점검한 것도 정몽구 회장이 최근 보여준 눈에 띄는 글로벌 행보다. 당시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시장 위축은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유럽에서 길을 찾으면 글로벌 시장의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화두를 던지며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 유럽지역 사업현황 회의를 주재하며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취향을 면밀히 파악해 이를 유럽 전략형 모델에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현대·기아차는 i40와 신형 i30, 신형 씨드 등 유럽 전략형 모델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정 회장의 말대로 유럽 자동차 시장은 올 상반기 7%의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0.7%의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유럽 전략형 모델 출시와 유로 2012를 활용한 집중 마케팅, 독일 및 프랑스 현지 딜러 인수를 통한 현지 법인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한 끝에 시장의 역성장 추세와는 반대로 판매량과 점유율이 상승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가 닥친 뒤 수습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위기에 한 발 앞서 대응하는 것은 뚝심과 결단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현대·기아차가 위기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삼아 더욱 성장한 배경에는 정몽구 회장 특유의 뚝심과 결단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10년 만에 100만대 생산시대 연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진출 10년 만에 100만대 생산시대를 열었다. 지난 7월 준공한 중국3공장이 생산 가동에 들어가면서 30만대 규모의 기존 1·2공장과 함께 연산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중국 판매 확대에 나섰다. 지난 10월 22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 중국판매법인 베이징현대는 올 들어 9월까지 총 596,148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다. 새롭게 문을 연 베이징 3공장은 랑동(국내명 아반떼MD), 위에둥(국내명 아반떼HD), 신형 싼타페 등을 생산한다. 이로써 3공장이 본격 생산체제를 갖추는 내년에 10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해외 단일국가로는 사상 첫 연간 100만대 자동차를 생산하게 됐다”며 “첨단 설비의 자동화와 다차종 혼류 생산 시스템을 갖춰 생산 확대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에서 현대차 79만대·기아차 46만대 등 총 12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929,604대로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9월 판매량은 127,827대로 중국 진출 이후 월간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공장을 지속적으로 건설해 2014년 완공 예정인 기아차 중국 3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총 174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백효흠 베이징현대 사장은 “현대차는 중소형차급 위주의 생산에서 벗어나 중형급 이상 차종의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며 “이는 고급차 판매량이 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