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성폭행, 학교폭력 등 강력 범죄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2012년 대한민국사회의 현주소. 날로 높아지는 불안감으로 인해 극장가는 ‘부러진 화살’, ‘도가니’ 등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들이 각각 340만 이상, 460만 이상의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두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하반기 스크린 역시 ‘비정한 도시’, ‘남영동 1985’, ‘26년’, ‘돈 크라이 마미’ 등 사회 고발 영화들이 다수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각각의 애환을 모티프로 한 영화 ‘비정한 도시’(감독 김문흠)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10월 1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김문흠 감독과 배우 조성하, 김석훈, 서영희가 참석했다. 영화 ‘비정한 도시’는 지난 한해 발생한 범죄가 약 175만 건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아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우연히 발생한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24시간 동안 연쇄적으로 발생한 범죄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을 충격적으로 담았다. 3년여의 기획 개발 과정 끝에 완성된 김문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비정한 도시’는 누구든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삭막한 현실의 도시 역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곳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과 불륜, 장기매매, 악덕 사채, 자살, 집단 따돌림 등 지금 현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영화는 이에 따라 형성되는 팽팽한 긴장감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있다. ‘비정한 도시’의 메가폰을 잡은 김문흠 감독은 지난 2005년 90만원의 제작비로 제작한 단편영화 ‘Help me’로 다수의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10월 25일 개봉)

Q. 영화를 보다 보면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감독님께서 어떻게 캐스팅 했는지 궁금하다. 또, 캐릭터 이름들이 재미있는데 특별하게 지으신 이유가 있나.
- 김문흠 감독 :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름을 정할 때에는 사실 이 영화의 기획 자체가 제가 앞으로 만들 영화를 예고편처럼 모아 만든 형식이다. 그래서 택시 강도 이야기도 있고, 부부의 이야기들도 있고, 모아보니까 하나의 도심 속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캐스팅을 할 때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직접 발로 뛰어 다니면서 캐스팅을 제안했더니 흔쾌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참여를 해주셨죠. 캐릭터들의 이름 중 ‘돈일호’라는 인물은 택시 드라이버 ‘로버트 드니로’에서 ‘돈일호’라는 한국식 발음으로 만들었다. 또한, 돈이 시작이라는 점에서 ‘돈일호’라고 지은 것도 맞다. ‘김대우’는 대출받은 인물, 대부라는 이미지로 했고, ‘변사채’는 아내가 나중에 변사체로 발견되기 때문에 ‘변씨 성을 가진 사채업자가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변사채로 지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도심 속 한 카테고리 안에 살고 있는 저희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하나로 엮여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던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도심 속 이야기를 담았다.

Q. 배우들께서는 신인감독이신데 어떤 점 때문에 출연하시게 됐는가.
- 김석훈: 영화를 출연하기로 결심할 때 여러 가지의 것을 보고 결정하는데요. 이 영화는 감독님의 열정을 봤다. 감독님의 열정과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한 영화다. 이 영화가 흥행이 될지 상업성이 있을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 보통 영화를 출연하게 되면 감독님 외에 여러분들이 나와서 출연진을 섭외하시는데 오로지 감독님만 만나 뵈었다. 후회는 없고, 감회가 새롭다.
- 서영희: 저도 비슷하다. 감독님이 말씀을 워낙 잘하셔서 감독님을 믿고 촬영에 임했다. 긴 촬영은 아니었다. 굉장히 짧아서 아쉬웠는데, 좋은 선배님들 만나게 해주셔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 조성하: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여태까지 보던 대본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이 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다. 김문흠 감독이 정말 열정적으로 캐스팅하러 다닌 것 같아서 새삼 ‘노력하는 감독이구나’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 출발할 때 이 자리까지 오게 될 줄 모르고, 이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장에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큰 반응을 가지고 출발하게 된 것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한다.

Q. 김문흠 감독께는 이기영 씨의 부인을 어떻게 살인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지신 것 같은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김문흠 감독 : 변사채의 아내 피살 장면이 없다. 그 부분은 제작단계부터 설왕설래 했던 부분이다.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을 때 제가 단호하게 스텝들에게 거절했다. 이 여자를 누가 죽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심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죽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누군가 특정인을 두지 않고 ‘변사채가 될 수도 있고, 택시기사가 될 수도 있다’라는 설정을 두고 ‘우리 모두가 도심 속의 공범자가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그 부분은 과감히 보여주지 않았다.

Q. 뒷부분에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용서의 의미가 있나.
- 김문흠 감독 : 총 열 개의 에피소드라 하면 9가지의 비극이죠. 도심 속에서 사실 언론에 나오는 자극적인 비극들이 많이 나온다. 도심 속에는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비춰지는 것 중 한 꼭지 정도는 용서의 마음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 ‘너희의 삶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수많은 비극 안에서도 아직은 살만하지 않은가’라는 희망의 일부분도 주고자 했다.

Q. 극중에서 돈일호는 실수로 한 순간에 협박을 받게 되는데, 만약 그처럼 위기의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나.
- 조성하 : 저는 돈일호처럼 복잡하게 살지 않는다. 그냥 바로 112를 누fms다. 바로 112를 눌러서 저보다 더 큰 힘을 빌려 악의 무리를 소탕하도록 하겠다.

Q. 조성하 씨는 실제 택시기사로 일하신 경험이 있어서 이번 역할이 느낌이 남다르셨을 것 같다.
- 조성하 : 사실 저는 택시기사를 한 적이 있다. 중간 중간에 실제 느낌 있는 애드리브를 한 적도 있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그런 느낌이나 손님들과 대화하고, 택시 안에서의 행동이나 눈짓 등 반응들이 모두 몸에 익어있었다. 그랬던 터라 사실 큰 고민 없이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김석훈 씨는 오랜만에 영화하셨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 김석훈 : 우리가 도시에 살아가잖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정한 도시, 정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다 모여서 사는 것 같지만 정이 없이 사는 것 같다. 최근에 특히 현대사회, 인간의 삶이라는 게 너무 정 없이 각박하게 돌아가는 삶이다. 개인적인 이기심을 떠나서 점점 더 공존하는 세상이라기보다는 파괴되는 세상인거죠. 이 영화에도 불륜, 사채, 고리대금업 등 기타 등등의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정리된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런 세상, 사회를 영화로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

Q. 서영희씨랑 부부연기 하셨는데 호흡은 어땠나.
- 김석훈 : 저희가 셋이 이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촬영한 횟수들은 비슷하다. 정애리, 이기영 선배님도 나오시는데 촬영 횟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영화 촬영의 경우, 같이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그렇게 촬영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비정하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정이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부부연기 몰입해서 하려고 했다.

Q. 서영희 씨가 극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옥상 위에 올라선 장면이 인상 깊었다. 실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 서영희 : 그런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제가 옥상 위에 올라가서 다시 걸어 내려오지는 못했을 것 같다.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저도 가족들을 위해서 희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자살도 보험금을 주나요?(웃음)

Q. 마지막으로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김문흠 감독 :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 구조들을 파헤쳐 보고 연결해보고 하는 연쇄적인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찰리 채플린이 ‘우리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보면 희극이다’는 말을 했다. 의도적으로 클로즈업으로 많이 찍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으로 느껴지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엮어놓고 멀리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다 보면 블랙 코미디죠. 죽으려고 했던 여자가 살고, 살려고 탈옥한 남자가 죽게 되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이를 즐기고 본다면 의미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
- 김석훈 : 영화는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고 있어도 일단 재미있어야 본다. 저는 옴니버스 형식의 구조의 영화를 좋아한다. ‘바벨’이라는 영화가 있었고 ‘클래식’도 있었는데, 그런 구조의 영화였다. 관객 여러분들이 그런 옴니버스 형식의 구조 영화를 찾아보신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 조성하 : 올 해 들어서 천 만을 넘기는 작품이 두 작품이 나왔다. 하지만 저희들은 칠백만, 팔백만, 천만이라는 숫자를 꿈꾸지는 않는다. 꿈이 있다면 열 개의 퍼즐을 애니팡하듯이 재미있게, 정말 편하게, 허리띠 풀러 놓은 것 같은 마음으로 보셨으면 좋겠다. 10가지 이상의 좋은 점을 발견해서 칭찬을 많이 써주는 기자분께 개인적으로 약주를 대접하겠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