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극장가를 점령, 다른 영화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이병헌 役)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병헌 役)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안상호 기자@

▲ 폭넓은 존재감으로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 관객들에게 어필하며 활약하고 있는 이병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해>는 누적관객 338만 2820명, 스크린수 784개로,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놀라운 흥행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영화배우 이병헌의 불꽃같은 명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평가다.

영화 <광해>  1인 2역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 재위 시절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을 과감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극과 극의 두 인물을 연기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 터다. 독단적이면서도 예민한 카리스마를 지닌 광해는 그가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와 잘 부합되는 듯 했지만 만담꾼 특유의 재치와 여유를 지닌 하선은 얼핏 보기에 이병헌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그는 두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실제 자신의 모습이 어떤 인물에 더 가까운지 예측하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어느덧 마흔을 넘겼긴 나이지만 영화배우 이병헌은 여성들에게는 ‘섹시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그에게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배우들이 밤낮 없는 웨이트로 만든 근육질 몸매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섹시한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웃을 때 입꼬리가 싹 올라가는 미소와 언제 들어도 안정감 있는 음성 또한 이병헌만의 매력이다. 이 치명적인 매력 요소들은 그의 첫 사극 도전작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폭군 광해와 만담꾼 하선의 1인 2역을 선보인 이병헌은 식스팩 없는 사극 캐릭터도 섹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게다가 코믹 연기까지 잊지 않은 센스까지 노련미가 넘치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런 이병헌에 대해 미국의 영화 평론가 엘비스 미첼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9월 23일 방송된 MBC TV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에서 열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시사회에 참석한 이병헌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병헌은 “LA에서 ‘광해’ 시사회가 있어서 왔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병헌은 영화 <지아이조> 프로듀서 에릭호샘, 디자이너 에바차우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특히 <광해> 시사회 사회를 맡은 엘비스 미첼은 “이병헌 씨의 팬”이라며 “그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캐릭터에 맞게 다 다르게 연기한다”고 극찬했다. 이어 “영화 ‘광해’에서도 두 가지 역할을 아주 다르게 잘 표현했다. 이병헌은 배우로서 아주 훌륭한 길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김지운 감독도 <광해> LA 시사회에 참석해 “이병헌에 의한, 이병헌을 위한, 이병헌의 영화”라면서 “병헌아 네가 최고”라고 전했다.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

▲ 이병헌 첫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은 올해로 1991년 KBS 14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지 21년째인 중견(?)배우다. 데뷔 후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찼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미 20여 편의 영화들과 십수 편의 드라마로 가득 채워져 있다. 데뷔 이듬해부터 드라마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지금까지도 늘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월드스타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병헌 역시 칸에 입성했다. 그 곳에서 미국 에이전트를 만나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한다. 미국에서는 <지아이조>를 통해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알린 그는 한국에 돌아와 2009년 <아이리스>에 출연했다. <지아이조>, <아이리스>, <악마를 보았다> 등 작품을 통해 이병헌은 ‘헐리우드 스타’, ‘아시아 최고 배우’, ‘연기파 배우’ 등 수식어를 두루 얻게 됐다. 특히 그는 <지아이조1>편에서 코브라의 비밀 병기인 스톰쉐도우 역을 맡아 전 세계인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후 <지아이조2>에 연달아 출연하며 월드스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현재 이병헌은 세 번째 헐리우드 진출작인 <레드2> 촬영에 들어갔으며 올해 말까지 현지에서 촬영에 전념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는 지난 2010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레드> 속편으로 유럽 전역을 배경으로 퇴한 CIA 요원들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로, 이병헌 외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매리루이스 파커, 캐서린 제타존스 등이 출연하며, 이병헌은 <지아이조2>에 이어 브루스 윌리스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