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제단이자 성역이었던 ‘소도(蘇塗)’에서 유래된 ‘솟대’는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삼한시대부터 널리 행해오던 샤머니즘(무격신앙)적인 민속신앙의 한 형태이다. 부족집단이나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기능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높은 장대(솟대) 위에는 보통 나무로 조각된 새를 매달아 놓았다.

▲ 작가 최형범의 작품은 솟대의 실제적인 크기를 탁상용 크기의 조각품 규모로 축소시켰으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나무 대신 솟대를 모두 철로 만들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조각가 凡崔 최형범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전통민속신앙인 솟대가 사라져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철-솟대 작업을 시작한, 사진작가이기도 한 조각가 범최. 그의 철-솟대 조각은 오늘날 한국의 전통문화를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차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업이다.

전통문화인 솟대를 ‘예술적 조형성’으로 승화
작가 범최는 오는 10월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낮은언덕 갤러리에서 철솟대 조각전 <꿈꾸는 새>를 개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가 독창적으로 창안한 철솟대 작품으로 기존의 솟대가 나무나 돌로 제작된데 비해 모두 철로 제작되어 이채롭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사용되다 버려진 철 생활용구나 농기구등 고철을 수집하여 하늘로 비상하는 솟대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작가 최형범의 솟대 작품은, 우선 두 가지 점에서 특징적이다. 솟대의 실제적인 크기를 탁상용 크기의 조각품 규모로 축소시켰으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나무 대신 솟대를 모두 철로 만들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그가 지닌 남다른 깊은 뜻이 담겨있다. 작가는 솟대를 작은 조각예술품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솟대가 지니는 ‘실용적 기능성’을 ‘예술적 조형성’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 이러한 변형은 솟대에 대한 ‘예술적 승화’ 이외에도, 솟대가 오늘날 우리에게 암시하는 ‘상징적 의미’를 천명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작가 범최가 사용한 철 재료는 모두 오래 된 농가나 대장간 및 방앗간 그리고 시골마을의 고물상 등에서 직접 찾아서 수집한 철물들이다. 쟁기 같은 수많은 농기구들의 깨진 조각, 호미, 옛 미닫이문의 손잡이 고리, 대못, 돌절구 등등, 심지어는 오래전에 사용했던 병따개 같은 것도 솟대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의도적으로 우리 민중의 입김과 체취가 깃들어 있는 고철들을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암암리에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혼을 자신의 ‘솟대예술’에 담으려고 하였던 것이다. 검은 갈색의 작은 조각품으로 다시 태어난 작가 범최의 솟대는, 그것이 상징적 의미를 지닌 솟대이기 이전에, 어떠한 장소에 그것을 놓아두더라도 그 주변공간에 화사한 <형태의 아름다움(形態美)>을 발산하는 하나의 순수예술품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정물화와 하등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만든 솟대를 그것의 상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순수예술작품으로 간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솟대 위 끝에 철로 만들어진 가늘고 긴 새의 부리는 하늘을 향해 무엇인가를 날카롭게 지향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솟대의 형태미에 의한 예술적 승화와 더불어, 어떤 종류의 초월이라는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민속과 이미지를 조각과 사진으로 표현

▲ 작가 범최는 오는 10월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낮은언덕 갤러리에서 철솟대 조각전 <꿈꾸는 새>를 개최한다

작가 범최는 세중옛돌박물관 학예연구 실장으로 근무 중이던 2000년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첩첩산중인 경북문경 산골짜기에 ‘고요의 아침’ 작업실을 마련하고 조각과 사진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중견작가이다. 요즘 세대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예술가도 스타가 나와야된다고 생각한다. 凡崔는 많지는 않지만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격려해주는 팬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흔히 예술가의 길을 고행길이며 작품은 작가의 피와 땀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혼자만의 작업과정에서 힘들고 외로울때 자신을 아무조건없이 좋아하는 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리고 힘을 얻는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으로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꿈을 꾸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凡崔는 평생 아무조건 없이 술을 사주겠다는 팬이 몇명있어 마음만은 부자라며 창작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다.TV도 안나오고 자장면 배달도 안되는 첩첩산중에서 10년간 두문불출하고 작업만 하다보니 어느덧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예술가는 한나라의 자산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과 육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 전시된 사진 45점은 모두 국립민속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진도 덕병리 돌장승 등 도난당했거나 민속학적 가치가 높은 장승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내적 표현을 하는데 전국의 장승과솟대 민속현장 등을 찾아 한국의 민속과 이미지 작업의 연구 활동을 해오면서 본인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목장승을 조각하고 철솟대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에도 활발하게 장승과 솟대를 찾아다니며 촬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11회의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판토마임을 봅시다><겨레의 얼굴 ‘장승><세중 돌 박물관 도록><우리 옛 돌조각의 혼> 등 사진집을 출간했다.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배병우 교수의 첫 번째 제자이기도 한 작가 범최는 고요의 아침 작업실에 암실을 차려놓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흑백필름의 현상과 인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고철더미 속에서 철솟대 용접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