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

                정정순 

꿈속에서
몇 번씩 만난 집은
아흔 아홉 칸이었다

지난 밤
아흔 아홉 칸의 집을
팔아버리라고 그이에게
한마디 하였더니
시세도 없이 헐값에 팔았단다

다시 사들일 수도 없다고
얼마나 속 끓였는지
평소 내 말 잘 안 듣는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꿈에서는
왜 그리 잘도 듣는지
그 큰 집을 바라보며
애타하던 꿈을 생각하며

아침상을 받다가
꿈인 것이
당신의 여자인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화제話題
         정정순

우리 둘만이 있는
화제話題는
화재火災가 될 때가 있습니다

칭찬보다 불만이 더 많은
당신과의 화제話題는
사랑하는 아들딸입니다

오늘도 화재火災가 될 뻔한
엇갈린 대화
당신 눈높이를 맞출 수 있나요

이제 화제話題는 화재火災일 뿐
당신 말 앞에
듣고도 마는 척

또 다른 꿈으로
시어를 사랑하는 마음
밤비소리처럼
그냥 빗소리로 듣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