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정부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차원에서 이미 발표된 재정지원 8조5000억원 외에도 추가재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지원대책은 올해 안에 당장 효과가 나올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 박재완 장관은 지난 9월 10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경제여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9월 10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경제여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6월 말 ‘2012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기금계획을 변경하고 이월·불용 자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총 8조5000억원의 재정 투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소득 확대 효과 통한 소비 활성화 가능할까
정부가 9월 10일 마련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은 부동산 거래세 감면과 원천징수액 인하로 근로소득자의 소득 확대 효과를 통한 소비 활성화를 노렸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세부안으로는 ▲미분양 주택의 양도소득세 전액 감면 ▲원천징수 근로소득세액 10% 인하 ▲자동차·대형 가전제품 개별소비세 1.5%포인트 인하 등이다. 정부는 주택경기를 활성화하고자 부동산 관련 세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준다. 올해 말까지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는다. 미분양주택을 사서 5년 이내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5년 후 팔면 취득 후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을 뺀 나머지 양도소득금액만 세금을 내면 된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주택거래 취득세를 절반으로 감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취득세율이 현재 9억원 이하 1세대1주택자는 2%, 9억원 초과 1세대1주택자나 다주택자는 4% 수준으로 이를 각각 1%, 2%로 인하하게 된다. 지방세수 감소 우려가 있어 취득세 감면은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지자체와 협의한 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양도세·취득세 감면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후 취득한 주택부터 적용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대금을 내지 않은 계약자에게 부과하는 지연손해금은 연체기간이 1개월 미만이면 0.5%포인트, 1개월 이상이면 1%포인트 이자율을 낮춰주기로 했다. 정부는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상 공제액을 확대해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액을 평균 10% 가량 낮추기로 했다. 그만큼 올해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원천징수액 인하는 특별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서 한다. 가령 부양가족이 2인 이하이면 현행 ‘110만원+총급여의 2.5%’를 특별공제 했는데, 앞으로 ‘210만원+총급여의 4.0%’로 공제액을 확대한다. 그렇게 되면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이 줄어들게 돼 원천징수세액도 감소한다. 하지만 내년도에 환급받는 돈도 줄게 돼 근로자가 내는 최종 납부세액은 변함이 없다. 간이세액표 개정사항을 4인 가구의 월 급여 500만원만원인 근로자에 적용하면 원천쟁수세액이 현행 26만9천290원에서 개정 후 24만820원으로 11%(2만8천470원) 준다. 정부가 덜 걷게 되는 원천징수세액은 연간 2조원 가량이다. 9월 지급되는 급여에서 원천징수할 때 개정된 간이세액표 기준보다 초과징수된 1~8월분의 세액을 차감할 방침이다. 정부는 원천징수액 감소분 2조원 중 올해 1조5천억원가량이 근로자에게 환급되고, 나머지 5천억원은 내년에 환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또 산업 연관효과가 높은 승용차와 대용량 가전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낮춘다. 이륜차를 포함해 배기량 2000㏄ 이하는 현행 5%에서 3.5%로, 2000㏄ 초과는 8%에서 6.5%로 각각 인하된다. 대용량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TV는 현 5%에서 3.5%로 내려간다. 대용량 기준을 보면 에어컨은 월간소비전력량 370㎾h, 냉장고는 월간소비전력량 40㎾h, 세탁기는 1회 세탁 시 소비전력량 720Wh, TV는 정격소비전력 300W 이상이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지난 9월 11일부터 출고되거나 수입신고된 제품부터 적용됐다. 그 이전에 출고·수입신고되어 판매자가 보유한 재고품도 인하된 세율만큼 환급해주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률을 작년보다 1.6%포인트 더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76.1%였던 예산집행률을 올해는 77.7%로 올려 예산으로 잡힌 돈을 그만큼 더 쓰겠다는 의도다. 정부 안대로 집행률을 높이면 자치단체 예산 2조원 가량을 시중에 더 투입하게 된다. 정부는 집행률을 높이고자 ‘재정집행관리강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집행 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민간 선(先)투자를 활성화해 최대 1천억 원 물량의 공사도 더 진행한다. 민간 선투자는 사회간접자본 공사를 조기에 완공하기 위해 민간 건설사가 건설자금을 차입해 짓고 나서 정부가 공사대금과 이자비용을 나중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현재 이 보상이자율은 현 5%로 대출금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는 보상이자율을 6% 수준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모태펀드의 자펀드 실투자도 상반기보다 최대 1천억원 늘린다. 이 외에도 정부는 긴급복지 수급대상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00%에서 120%로 완화하고, 주거지원 기간을 최장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한다. 저소득 근로자가구에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은 법정기한인 9월30일보다 2주 빠른 9월 13일부터 지급을 시작했다. 기존 고용유지지원금을 158억원 확충하고, 무급 휴업·휴직 중인 근로자에게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지원금을 내년에 84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방과후학교 지원대상을 올해 60만명에서 내년 75만명으로 늘리고, 1인당 지원금도 월 4만원에서 월 5만원으로 확대한다.

▲ 정부가 지난 9월 10일 발표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 내용

감세 정책으로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 열릴까
정부가 9월 10일 발표한 2차 재정지원 강화대책은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한 정부의 고충이 묻어나지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다. 직접적 지원이 아닌 ‘우회 적 지원인’ 감세의 한계상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변경은 실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년에 줄 돈을 미리 준다는 것은 내년 소비진작 효과는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왜 내년 상반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는 건지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대선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액 인하를 통해 올해 근로자의 소득은 늘어나는 반면 향후 소득은 변하지 않는 만큼, 일부에서의 ‘조삼모사’라는 비판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전제품 개별소비세 인하도 전형적인 생색내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용량 가전제품 가운데 개소세가 부과되는 제품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가전제품은 용량이 얼마 안 돼 개소세 혜택을 받기 어렵고, 기업들이 쓰는 제품은 전력 효율성이 좋아 이미 대부분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개소세 인하로 가격이 내려가는 제품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자동차 세금을 인하한 것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휘발유 판매량이 두 달 연속 떨어지는 등 지금은 ‘있는 차’도 몰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마당에 감세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외솔 교수는 “2009년 노후차 교체 세금 감면과 달리 이번 조치는 (모든 차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감세라 2009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도 내심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특정업종 특혜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취득세 감면의 경우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소형 주택 구입을 노리는 실수요자 등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정책실장은 “지난해 이번과 똑같은 취득세 감면으로 주택 거래량이 22.6% 늘어났다”"면서 “9월 20일 시행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 등과 맞물리면 시장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감면 시한이 올 연말까지로 석 달여에 불과한 데다 미분양 아파트의 대부분이 중대형이어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취득세와 양도세를 모두 감면받을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는 수도권에만 3만 가구가 있는데 이 중 84%가 중대형이다. 지방세인 취득세의 경우 자치단체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설득 작업도 관건이다.

취득세·양도세 감면 시행 앞두고 혼란 가중

▲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카드를 꺼냈지만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월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카드를 꺼냈지만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양도세 면제 대상 아파트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이미 잔금을 낸 계약자들은 취득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지 않은 근로자는 원천징수 근로소득세 인하에 따른 기존 납부금을 한꺼번에 돌려받지 못할 여지가 크다. 9월 13일 부동산업계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되는 사항은 양도세 면제다. 정부는 9월 10일 “올해 말까지 발생하는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국토해양부는 양도세 면제 대상 미분양 주택을 ‘개정법안 시행일 현재 미분양 상태’로 바꿨다. 올해 말까지 신규분양 대기 중인 8만여 가구는 제외되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계획도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거래 활성화 대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 측 반대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릴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취득세를 감면받으려면 국회 상임위 통과일인 법 시행일 이후 올해 안에 잔금을 납부하거나 등기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청약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 잔금을 받고 있는 현장에서의 혼란이 상당하다. 실제로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H건설사는 대책 발표 전에 잔금을 완납한 계약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으로 생돈이 날아가게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아직 잔금을 완납하지 않은 계약자들은 “상임위 통과일을 기다렸다가 잔금을 내겠다”며 버티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 단지의 84㎡대 아파트는 취득세 감면 여부에 따라 400만원 정도 세금 차이가 난다. 분양 작업 자체를 중단한 곳도 있다. D건설 관계자는 “대단지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중이지만 가계약한 실수요자들이 본 계약을 상임위 통과 이후로 미루는 바람에 분양작업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계약을 마치고도 잔금을 미루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주택협회는 “세금 감면 조치를 대책 발표일인 지난 10일로 소급적용하고, 올해 말까지인 기간도 내년 말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정부는 법 시행일은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 일’로 정하고 있다. 즉 ‘국회 상임위 통과 일’ 현재 정식 계약일을 마치고도 안 팔린 잔여 가구만 양도세 면제 혜택 대상이 되고, 법 시행일 이후 생긴 미분양 아프트를 올해 말까지 구입하더라도 양도세 면제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발생하는 모든 미분양 물량에 대해 양도세 감면 혜택이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발표 이틀 만에 혜택 대상이 대폭 줄어들게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신규로 발생하는 미분양에 대해서도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시행일 이전까지 발생한 미분양에만 양도세 혜택을 적용할 경우 신규 분양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된다”며 “이는 또 다른 미분양을 낳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