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국가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더 높여 ‘Aa3'로 상향조정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가 세계적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우 견고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며, 우리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주변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반증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지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이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리더 국가의 하나로서 우뚝 서게 되었음을 명실 공히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2010년 우리 경제는 8년만의 최고성장률인 6.1%을 달성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로 복귀했으며,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3,5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구매력을 반영한 국민소득은 유럽연합(EU) 평균 수준인 3만 700달러에서 3만 1,400달러 정도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IMD)는 2009년 27위에서 지난해에는 2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2008년 28위에서 2010년에 20위로 발전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민주화 수준을 보여주어, 일본의 22위를 넘어섰고, 중국의 136위와 북한의 167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또한 과학 인프라 부분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면서 꼭 가보아야 할 도시 및 국가 중 서울이 3위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기준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평가는 세계 10위의 1조 2천억 달러에 이르렀고, 종합적인 국민의 삶의 지표를 나타내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에서도 지난 30년 동안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이제 미국·독일을 비롯한 세계 선진 국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국가가 되었다.  
 국내 연구진의 조사 결과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반도선진화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주요 선진국 및 산업화된 20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대한민국의 종합국력은 세계 13위에 해당된다. 특히 과학기술력 7위, 국방력 8위 등 하드파워 국력에서는 세계 10위 이내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신뢰, 참여, 제도 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자본력에서 15위, 지속적으로 쇄신을 요구받고 있는 정치력에서 14위 등으로 전반적인 소프트파워 국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으나, 총체적인 국력 면에서는 이미 세계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경쟁력 부분에 있어서 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 조선 부분에서 명실공이 세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휴대폰이 2위, 석유화학이 5위, 철강이 6위, 섬유가 7위 등 많은 중요 산업제품이 상위권에 속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IT산업과 정보화에 관련해서 대한민국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지 오래이다. 지난 2009년 기준 대한민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이미 95.9%에 달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조사결과로도 재확인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전자정부발전지수 1위, 온라인참여지수 1위 등을 기록하면서 2010년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정보통신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밖에 우리는 UAE 원전수주를 통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 6번째 원전수출국으로 등극함으로서 선진국만의 리그로 알려졌던 해외 원전시장에서 선진산업강국으로서 위상을 각인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적 신용평가사의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의 상향 소식은 지난 2011년 무역 1조 달러시대의 원년을 연 것에 이어 기뻐할 만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별다른 지하자원이 없고, 수출만이 살길인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며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필사의 노력 지속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의 경우 수출이 전년 대비 19.3% 증가한 5,565억불, 수입은 23.3% 증가한 5,244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흑자 321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서 이미 300억 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무역흑자를 2년 연속 이어왔다.
 특히 대일무역의 경우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주요핵심부품의 높은 일본의존도에 의해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수출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대일무역의 성격을 보면,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3% 증가한 반면 수입은 7% 증가하는데 그쳐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증가가 대일 무역적자로 이어지는 공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리먼 쇼크 이후 해외 아웃소싱을 늘려가던 일본 기업들이 대지진과 엔고라는 악재를 동시에 겪으면서 한국 제품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신용 평가사인 무디스가 이번에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3’등급으로 상향조정해 일본과 동격으로 올려놓은 것이나,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한국을 'A+'로 일본과 동급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대일 무역구조에서 과거와 같은 의존적 경향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 독도문제를 다루려는 속셈으로 한·일간 700억 달러규모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축소내지는 중단할 의향을 내보이고 있는가 하면, 한국 국채 매입 계획을 유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지난 1998년 IMF의 길을 택해야만 했던 우리의 뼈아픈 기억 속에 일본이 우리에게 가했던 경제적 린치를 우리는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깃화에 이어 한국 원화마저 위태로웠던 당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었던 일본은 달러화에 맞서 엔화의 위상을 높일 야심으로 아시아 외환위기국을 돕겠다며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안했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의 AMF창설 제안을 지지하였으나 결국 일본이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미국의 달러화의 위력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미국의 주도로 국제적 고립화가 진행될 기미가 보이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더욱이 아시아 국가들끼리 위기 땐 서로 돕자던 철석같은 약속은 어디로 가고 정작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국면이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자 우리정부 측이 내미는 도움요청을 미국정부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150억 달러의 자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회수해 가버린 것이 바로 일본이었다. 결과는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IMF의 시작이었다.
 최근 들어 한·일간의 외교적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독도문제를 두고 이러한 약점을 다시 건드리려는 일본의 ‘이코노믹 애니멀’적 근성 앞에 이번 국가신용도 상향조정은 매우 큰 힘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적 토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약삭빠른 머니게임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음을 국제적 신용평가사가 인정해 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일 간 통화 스와프는 어려울 때 서로 돈을 빌려주는 장치를 의미하는데, 이미 외환 문제는 지난 1998년 IMF시기와 달리 한국의 약점이 아니라는 것은 일본은 파악하지 못하는 가 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환원,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을 통해 외환위기의 안정장치를 마련해 왔을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액도 3000억 달러로 이미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또다시 자신들이 약속한 국가 간의 약속을 백지화시켜 통화스와프 철회 운운하며 자금력으로 협박하는가 하면, 과거 자국 총리의 국제무대에서의 공식적인 종군위안부 문제 인정사실도 스스로 부정하는 일본의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소행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자국의 영토 ‘독도’ 방문과 일왕의 과거사 사죄 언급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일삼는 일부 국민의식이 부끄럽고 안타까울 다름이다. 이러한 부적절한 부화뇌동(附和雷同)의 여건을 조성한 일부 몰지각한 여론몰이의 주동자들은 자숙해야 할 것이며,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교체라는 목표만을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고 있는 야당은 ‘민족공조’이라는 이름의 친북·종북적 행보에 이어 이제는 친일·매판적 정치 행보에 까지 접어들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과 같은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정부의 성과에 대해 함께 국가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박수를 보내며, 무엇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인지를 함께 모색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