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옥(국가보훈안보연구원장, 국가보훈학)

지난 2011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잠시 주춤했던 북한주민의 이탈현상이 최근 들어 증가 추세로 돌아서면서 11월말 현재 탈북자수가 3만명에 이르렀다. 탈북자 3만명이라는 숫자도 의미가 있지만 탈북자들의 질적 변화가 이루어 져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의 탈북자들 중에는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고위층 엘리트 간부와 해외 노동자 등 중산층이 대거 포함된 ‘이민형 탈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그 동기도 경제적 어려움 보다는 자유에 대한 동경이 가장 많다. 북한은 개인우상화와 상징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정당성이 결여된 3대 세습정권을 핵무기가 지켜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과거 구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붕괴되었는지 깨달아야 한다. 현재 북한에서 체제의 버팀목이었던 엘리트 계층이 탈북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북한의 체제이완과 붕괴의 시그날이 울리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우리에게 한반도 질서의 혼란과 안보위기인 동시에 통일시대의 개화라는 양날의 칼로 다가오고 있다.

금년 들어 지난 11말월까지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1천100여명으로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21%가 증가했다. 2011년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탈북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금년이 처음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이제 3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최근의 탈북자 증가세를 고려할 때 연말에는 탈북민이 3만 3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의 탈북자 정책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변화된 탈북자들의 현황에 맞게 한 단계 업그레이 된 방향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이질화된 체제 속에서 생활하던 탈북민들을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여 적응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이는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을 따뜻한 동포애로 포용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기대에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남한 주민들로부터 차별을 느끼고 적응에 실패하여 외국으로 가고자 하는 탈북민들도 다수이다. 드문 경우이지만 심지어 북한으로 되돌아 가려고 했던 실례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탈북자 관리는 통일부가 주무부처가 되어 지난 1997년 1월에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와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통합 대비를 목표로 탈북민 지원업무를 해왔다. 그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에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의 탈북자 정책도 개선되어 왔다. 예컨대 본 법의 시행 초기에는 현금지원이 중심이었으나 상이한 경제체제에서 살던 탈북민에게 적절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2005년부터는 이런 방식이 인센티브 개념을 도입하여 자립·자활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변화되었다.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맞춤형 사회적응교육을 강화하고 직업훈련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힘쓰기로 했다. 통일부가 탈북민의 정서적 고립을 해소하고 일반 주민과의 소통을 돕기 위해 서울 마곡지구에 추진 중인 ’남북통합문화센터’ 건립에 최근 해당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단적인 실례는 탈북민들에 대해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대변해 준다.
 근자에 북한당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여 탈북행렬이 일시적으로 위축시킬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 북한의 외교·경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탈북민의 증가는 큰 흐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북한의 경제는 이미 배급경제가 붕괴되고 장마당 경제의 시대로 넘어갔다. 북한에는 전국적으로 383곳의 공설시장과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비공식시장이 운영되는데, 그것이 소위 장마당 경제체제이다. 지난 2003년 북한의 종합시장 개혁 이후 북한에는 계층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 주관한 ‘2016 대북지원 국제회의’에서 ‘북한주민생활의 변화상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한 정은이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의 발표논문을 보면, 북한의 장마당 경제로 인해 북한주민들도 이미 자본의 맛을 상당정도로 체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마당이 들어선 이후 북한에서 통용되는 부의 기준이 ‘어떤 음식, 어떤 옷, 어떤 가전제품을 소비하느냐’에서 ‘어떤 집에 살고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지면 인간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의 고위층 엘리트까지 가세한 탈북러시는 향후 대량 탈북사태의 개연성의 배재하기 어렵게 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고 전제하고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해 탈북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제 탈북민 정착을 위한 제도를 재점검하고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갖추는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말았다. 지금 북한은  핵개발을 완료하고 실전배치가 임박한 단계에 와 있다. 특히 근자에 북한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하면서 전민족의 핵인질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핵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중국도 결국에는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북한의 장마당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이 접경무역의 통제를 강화하면 북한내부의 반응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최근에 우리 정부에서는 휴전선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폐교 등을 탈북민 수용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얼마전에 한 언론매체가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약 2조원을 들여 10만명 규모의 탈북자를 수용할 수 있는 '탈북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도 있다.?핵개발을 자신들의 정권의 생명과 직결시키고 있는 북한에 맞서 우리정부는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국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국가안보에 초당적으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 3만명 시대인 작금은 통일시대의 도래를 함유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온 국민이 힘을 하나로 통합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