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각 대학 학과들이 학부로 통폐합되면서 인문학 관련 학과가 사라지고 인문학은 사회에서 점차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문학·사학·철학은 돈이 안 되는 학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 홍병선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은 하나의 특정 전공분야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이 외면당하게 된 이면에는 인문학을 하면 먹고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자고나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세계의 본질과 근원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을 소홀히 하는 풍조가 사회 전반에 거쳐 만연하기 시작하면서 인문학 관련 학문은 차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인문학의 필요성 자각해도 사회적 뒷받침 없어
생명경시 풍조 및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이 또다시 강조되고 있다. 인문학은 지금까지 우리보다 앞서 산 이들의 생각이 잘 갈무리되어 있는 노천광산과 같다. 그 속의 광물은 시간이 지나고 낡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정수를 찾는 탐구이기 때문이다. 홍병선 중앙대학교 교수(철학)는 “기초교양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실용중심의 학문으로 시작하게 되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공부하게 되고, 결국 심도 있는 학문을 탐구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문학의 필요성을 자각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최근 한국교총에서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 정책과제(연구책임자: 홍병선 교수) <인문학 교육실태 분석 및 진흥방안 연구>에 따르면 ‘중등교육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고등교육은 취업과 평가지표에 휘둘리는 대학’으로 인해 인문학 교육이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실태 및 수요 설문조사’결과를 이루어졌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생 및 대학생 대부분은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인문학 교육 실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홍병선 교수팀이 전국의 대학생 905명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실태 분석 및 진흥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 대학생들은 다른 교양강좌에 비해 인문학 강좌의 만족도가 낮았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강좌가 너무 전문적이고 추상적이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최근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마다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인문학 교육에서 예술·미학이나 역사 등의 강좌를 중점적으로 다루어주기를 원했다. 또 인문학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교재 및 수업자료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홍병선 교수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에서의 인문학 교육이 현행 대학입시제도나 학생 취업률 또는 각종 단기적인 평가지표라는 제도적 틀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러한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인문학 교육 진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교양기초교육 풀 시스템 구축 계획
홍병선 교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은 하나의 특정 전공분야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산업사회와 달리 오늘날의 지식기반 내지 지식융합사회에서는 다양한 지식과 산업, 그리고 직업 활동들이 서로 융합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여러 전공분야에서 걸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학문적-간학문적-횡단학문적 능력이 배양되어야 한다는 것. 홍 교수는 “복합적 욕구 충족을 가능케 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판적-창의적 사고의 능력과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보다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분화된 분야들의 위상을 전체 속에서 가늠할 수 있는 총체적, 종합적 사유의 능력,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안목과 통찰력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심사위원, 행정안전부 PSAT출제/검토위원, 한국과학재단 WCU(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심사위원회 심사위원, 한국교양교육학회 재정이사 및 운영위원, 문화예술관광부 우수도서 추천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이슈발굴위원회 위원,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실무운영위원 및 평가위원 등을 역임한 홍병선 교수는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서양철학 분야 추천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위원, 등재학술지<철학탐구>편집위원, 한국교총 대학교육위원회 부위원장, 등재지<과학철학><철학탐구>심사위원을 비롯, 한국교양교육학회 총무이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성과 비판의 철학』(공저), 『현대인식론 논쟁』, 『서양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공저), 『그리스신화의 철학적 사유』, 『과학기술과 철학의 만남』, 『성공과 행복의 교향악』(공저), 『지식의 본성』, 『예술에서의 상상력』(공저) 등 수많은 저서를 출간한 그는 “인문학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문학을 엄격하고 제대로 배운 후학들이 이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적인 가치를 확보하고 균형 있는 학문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5~6년 안에 국내 대학에서 교양기초교육 풀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할 것”이라며 “새로운 연구 성과를 꾸준히 창출하고 이를 실제에 적용하고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진단하면서 그 실천을 위해 그는 관련 단체나 학회 활동, 프로젝트 수주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향후 우리나라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