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 이후 통합진보당을 탈당하거나 당비납부를 중단한 당원이 3천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월 1일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7월 27∼31일 전체 탈당자 숫자는 2천268명이고 당비납부 중단자는 1천32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통합진보당 탈당자의 경우 국민참여당 출신이 35%로 794명, 민주노동당 출신이 21.5%로 489명, 통합진보당 출범 이후 당에 가입한 일반당원이 43.4%인 985명이다. 당비납부 중단자의 경우 참여당 출신이 61.2%로 809명이며, 일반당원이 29.3%인 387명, 민노당 출신이 9.4%인 125명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탈당의 중심은 참여계가 아니라 최근 사태에 실망한 민노계와 통합 이후 입당한 일반 국민이다”라며 “참여계 인사들은 당비납부를 중단하고 신당권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의원 총회 결과 이·김 의원 제명안 부결
지난 7월 26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에 휘말렸던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결과 제명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오후 3시 재개된 의총에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상정됐으나, 예상을 뒤엎고 출석의원 12명 중 찬성 6표, 무효 1표, 기권 5명으로 부결되는 결과가 나왔다. 현행 정당법상 정당이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 전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하므로 통합진보당 의원 13명 중 과반인 7표 이상이 나와야 제명이 가능했다. 7월 26일 열렸던 의총에서는 이상규 의원이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김선동·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석기 의원 등 구당권파 5명이 기권했고, 신당권파인 심상정·노회찬·강동원·박원석·서기호 의원은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성향의 정진후·김제남 의원 가운데 1명은 찬성표를, 나머지 1명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제명안이 부결되자 심상정 원내대표와 강동원 원내수석부대표, 박원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는 사퇴했으나 김제남 원내부대표는 사퇴하지 않았다. 박원석 원내대변인은 “당의 방침을 의총에서 결정짓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의총 직후 이석기 의원은 “진보가, 진실이 승리했다. 앞으로 당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연 의원은 “당이 상처를 딛고 통합과 단결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김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도 향후 전망이 어둡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은 “진보당이 스스로 쇄신해야 한다”며 이·김 의원의 제명처리를 압박해 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의총 결과에 대해 “유감이다”면서 “국민이 오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야권연대 전망에 대해서는 “진보당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로 인한 모든 결과도 진보당이 져야 한다”면서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응방향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은 진보당과 관련한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한편 구당권파 측 김미희 의원은 ‘제명안 부결이 야권연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 내부가 분열되면 다른 당과의 연대도 불가능하다. 제명이 가결됐다면 심각한 내부 분열이 있었을 텐데 부결이 되면서 이를 막아냈다”며 “야권연대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국회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진보당의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는데 그동안 민주당이 진보당 눈치를 보느라 (의원 제명안 상정을 주저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으니 민주당이 빨리 협조해야 한다”며 의원 제명 절차를 속히 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전 대표 “대립과 분열 치유할 수 있는 힘 만들어야”
지난 7월 30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로 인한 당내 갈등 극대화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합진보당 내의 갈등이 커지고 장기화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전 공동대표는 현재 통합진보당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간 대립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화합’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논의 끝에 합류한 사람들이 어떻게 한 순간에 죄인으로 전락하거나 배신자로 돌변할 수 있는가”라며 “우리는 이미 함께 존재하고 협력해야 뿌리 내리고 피어날 수 있는 한 그루 나무와 같은 공동운명체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며 “나에게 첫 마음이 있었다면, 상대에게도 그 첫 마음이 있었다. 상대의 말에 칼날이 선연해도, 그의 첫 마음부터 날카로운 칼끝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일부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탈당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화합에 필요하다면, 그 상처를 만들어낸 사람일지라도 다시 믿어야 한다”며 “대치상황을 종결짓고 화합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 통합진보당의 미래를 함께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진보정당, 화합하고 단합하는 통합진보당을 만들겠다던 우리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금 통합진보당의 대립과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야만 비로소 우리가 역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지난 5월 12일 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이후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해 왔다. 따라서 이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약 80여일만에 입을 연 셈이다. 한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지난 8월 1일 제명안 부결에 대해 “믿음과 양심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실이 왜곡되며 고통을 받고, 진심이 외면 받으며 피눈물을 흘린 사람들, 하지만 그 운명에 맞서 당당히 싸워온 사람들이 보여준 진심의 승리”라며 언급했다. 이어 “의원총회장을 뒤로 하며 청년시절 동경했던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운명은 화강암보다 단단하지만, 사람의 양심은 운명보다 더 단단하다’는 말이 떠올랐다”며 “때로는 운명이 화강암보다도 더 견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양심은 운명보다 더 단단해서 운명쯤은 능히 개척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상을 바꿔온 사람들은 ‘과거보다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다. 이제 단 하루를 살더라도 당의 승리를 위해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겠다”며 “너른 마음으로 서로를 안고, 통합의 정신으로 함께 달려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원실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제명이 부결된 직후 사무실로 돌아와서 한 말을 갈무리 해뒀다가 지금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폐기론’에 무게 실리나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로 야권연대 파열음이 예상되고 있다. 대선이 4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외연 확대가 절실한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경선 부정을 저지르고 종북 의혹을 받고 있는 구당권파 인사들이 버티고 있는 정당과 선을 그을 수밖에 없기 때문. 앞으로도 계속 연대에 매달릴 경우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줄곧 제시한 야권연대의 척도는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제명이었다. 현재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중도층을 파고드는 상황에서 구당권파가 포함된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을 경우 대선 정국에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지난 7월 12일 박지원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 심상정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빨리 매듭을 지어줘야만 우리도 움직일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 역시 여러 차례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고에도 두 의원 제명안이 부결됨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야권연대 폐기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야권연대는 4·11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 합계가 여당 득표율보다 앞서게 한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김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된 지금 야권연대의 유지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60% 선에 이르고 있다. 물론 대선이 임박해지면 야권연대 카드가 다시 거론될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이 “오늘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말한 것처럼 상당 기간 야권연대 균열은 필연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주당이 그나마 연대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 신당권파 역시 당장 이번 사태 수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번 이·김 의원의 제명안 부결로 옛 민주노동당 시절을 포함해 8년 만에 당권 교체를 한 신당권파 지도부의 운명도 결국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이번 사태를 놓고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물론 심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끝나기엔 사태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조건부 지지 입장을 밝혔던 민주노총 등의 도미노 탈당 사태가 현실화되면 단순한 책임론으로 끝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지난 7월 13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두 의원 제명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하면서 탈당계를 제출한 상태다.

민주통합당 “통진당 개혁 없이 야권연대 어렵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등 야권의 대선 ‘빅3’ 후보는 통합진보당 스스로 진보의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일어서야만 야권연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은 “통진당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야권연대도 어렵고, 야권연대를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통진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추진, 의원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회법에 따라 윤리위 회부 등 충분한 제명근거를 확인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손학규 후보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타까웠고 실망했다. 야권연대 이전에 통합진보당이 진보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금 상태로는 연대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김두관 후보는 ‘통진당을 배제한 연대’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통진당이 더 큰 혁신을 해야 함께할 수 있다”면서 “통진당만이 노동과 진보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계, 시민사회와 실질적 야권연대를 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후보는 이·김 의원의 제명 불발에 대해 “저런 상황이면 곤란하다.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면서 “강기갑 대표가 당선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 생각과 거꾸로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환·조경태 후보는 통진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후보는 “내부 집안 단속도 안 되는 정당과 이념의 차이가 있는데도 어떻게 연대하고 공동정부를 수립할 수 있겠나”라며 “부분적으로 정책 연대를 하는 것 외에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명안 부결은 상식선을 벗어난 것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말하는 상식선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준영 후보도 “가치와 지향에 대해 공통점이 있는 부분에서만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며 김 후보와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통진당과의 연대나 안 원장과의 연대에 앞서 우선 민주당이 자신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후보는 “야권연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스스로 변하지 않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통진당 당원들의 탈당 러시가 시작되자 야권연대를 하지 않아도 통진당 지지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구당권파가 기득권을 쥔 통진당과 연대할 경우 자칫 민주당이 ‘종북당’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에 대해 “제명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줄기차게 주장한 쇄신이 말 잔치뿐인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며 “통합진보당이 두 의원의 제명에 대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두 의원 자격심사에 있어서 기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자진 사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김 후보의 결단”이라며 “새누리당은 대법원의 사법적 기능이 하루빨리 정상화되도록 국회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야당도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에 대해 맹비난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7월 26일 제명안 부결 직후 논평을 통해 “혁신의 첫 번째 벽인 두 의원의 제명조차 해결되지 못했으니 앞으로 통합진보당의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며 “‘버티기’로 일관한 당선자조차 그 의원직을 박탈하지 못하는 당은 이미 자정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의원의 제명안이 가결됐더라도 (통합진보당)혁신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을 것”이라며 “오늘의 결과로 인해 진보정당의 전통적 지지층 또한 통합진보당에게서 고개를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목과 불신으로 표 대결만 남은 통합진보당에 혁신은 없다”며 쓴소리를 냈다.

신당권파 신당 창당 가능할까
현재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신당 창당에 동참하기로 한 박원석·정진후·서기호 등 비례대표 의원들은 일단 당에 잔류한 뒤 제명을 통해 신당 창당에 합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서기호 의원은 지난 8월 8일 뉴스Y에 출연해 신당권파가 추진하는 당 해산이 무산될 경우 “제명 때에만 자연스럽게 신당 창당에 합류할 수 있다”면서 “제명도 여의치 않으면 통합진보당에 남아서 꾸준히 우리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당은 의원직 상실로 이어져 사퇴와 같다”면서 “그런데 사퇴할 사람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으로, 이들이 사퇴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태인데 다른 3명이 사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또 “통합진보당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정한 것으로, 자리 지키기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박원석·정진후 의원도 이 같은 의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공직선거법상 당이 합당·해산되거나 의원 제명 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당권파는 당 해산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 당 해산은 당원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이루어진다. 정당법에 따라 소속 의원의 과반수인 7명이 동의해야 하는 제명 역시 신당권파 측 의원이 6명에 불과해 가능성이 낮지만 신당권 측은 구당권파 측과 거리가 있는 김제남 의원이 제명에 찬성할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강기갑 대표는 뉴스Y에 출연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 “비례대표의 최종 거취는 지금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강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해산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구당권파 측 최고위원들이 “해당 행위로 대표를 사퇴해야 한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당권파 측 최고위원들은 중앙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신당권파 최고위원들은 “당의 진로가 아니라 정파들의 요구를 가지고 파행을 빚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당권파 측 한 최고위원은 “구당권파가 다수인 중앙위원회 개최는 폭력전대의 책임이 있는 중앙위원들을 징계하려는 중앙당기위의 인적 구성을 바꿔 징계 절차를 무력화시키려는 속셈”이라고 피력했다.

민주노총의 전면 지지 철회 선언
지난 8월 14일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이에 통합진보당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13시간 가까이 진행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끝에 8월 14일 오전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결정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포함한 ‘당 쇄신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것이 그간 민주노총의 입장이었기 때문. 민주노총의 지지철회는 곧 통합진보당의 향후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통합진보당에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7만5000여명 중 3만5000여명이 소속된 민주노총은 당의 ‘최대주주’였던 것. 더군다나 한국노총과 함께 한국의 양대 노총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지는 통합진보당에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 진보정당'이라는 지위를 부여해왔다. 이처럼 당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민주노총이 등을 돌림으로써 위기를 명분으로 창당을 시도 중인 신당권파의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을 예정이다. 이·김 의원 제명안 부결 이후 신당권파의 비상대책위원회 격으로 꾸려진 ‘진보정치 혁신모임’은 지난 8월 13일 이미 구당권파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창당 계획까지 내놨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혁신모임 지역조직 확대, 창당 지지 전국 서명운동을 비롯하여, 탈당 당원·국민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대중조직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지철회를 선언하면서 “민주노총의 결정은 당내의 어떤 세력이나 정파 간의 이해와 무관한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결정”이라며 신당권파의 창당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대신 “향후 정치방침 수립은 ‘새로운노동자정치체력화특별위원회’를 비롯한 조직 내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토론하고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당권파는 창당에 미온적인 당 안팎의 기류를 근거로 신당권파를 압박함과 동시에 자신들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당권파 성향인 이상규 의원은 “민주노총의 지지는 당의 근간이었는데 철회됐다는 점을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대해 충격 받은 이들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구당권파가 책임 있는 답변을 하는 게 맞다. 잘못한 것은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탈당을 할 수 있는 것은 참여계 밖에 없다고 본다. 인천연합도 상층은 탈당이 있지만 기층은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도 집단 탈당하기에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 부담이 갈 것”이라며 “분열 분당이라는 것은 나가는 쪽도 커다란 모험이지만 남게 되는 쪽도 큰 상처다. 마지막까지 호소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당권파인 강기갑 대표는 이미 민심이 당에서 떠났다는 입장이며, 구당권파 내부에서도 ‘당권수복·대선 독자 후보 옹립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극적 타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