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 거액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를 적발하고,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을 고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현영희 의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한 뒤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지난 3월 중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 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 홍준표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뒤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현영희 의원은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관한 허위 회계보고, 자원봉사자에 대한 금품 제공, 선거구민에 대한 기부행위, 유사기관 설치·운영, 타인명의의 정치자금 기부 등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는 현 전 의원과 홍 전 대표, 돈을 실제로 주고받은 양측의 측근들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해 수사를 의뢰했다.

3억원의 최종 행방 밝혀질까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의 수행비서였던 정동근씨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공천헌금 파문은 그 금액과 목적을 두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씨는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3억원을 받아 조기문 전 새누리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영희 의원과 조씨는 500만원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선관위와 검찰에 3월15일 서울역 인근에서 조씨와 만나 3억원을 건넸고, 조씨가 이를 루이뷔통 가방에 옮겨 담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를 아는 지역 정가 인사들은 정씨가 이 가방을 기억하는 것으로 미뤄 조씨와 정씨의 만남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씨가 이 가방을 다른 모임에도 자주 들고 나갔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 더군다나 검찰이 조씨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 가방을 찾아내면서 정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돈을 이 가방에 옮겨 담을 수 있었겠느냐와 쇼핑백에 6㎏(5만원권 60다발 기준)에 달하는 거액을 가지고 열차를 탈 수 있었겠느냐는 것. 사건 당사자의 주장도 일관성이 있다. 현영희 의원은 “활동비로 준 500만원을 정씨가 3억원으로 둔갑시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씨 역시  공천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서울로 가면서 현 의원에게 활동비 500만원을 요구해 받았으며 50만원을 수고비 명목으로 정씨에게 줬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씨는 나머지 450만원도 4일 후 현 의원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 의원과 조씨가 말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역시 정씨의 ‘3억원 주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에서는 현 의원과 조씨의 진술이 일관되지만 정씨의 주장을 믿을 만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의원으로부터 공천관련 청탁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지난 8월 9일 조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3억원이 현기환 전 의원에 전달됐거나 제3의 인물이 개입한 정황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돈을 최종적으로 건네받은 인물이 밝혀지면 파문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동근씨는 3억원 외에도 현 의원이 홍준표 전 대표에게도 2천만원을, 부산지역 일부 친박계 인사에게도 수백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현 의원의 일정표 등 관련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현재 이 부분은 ‘공천헌금’에 묻혔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또한 사실로 드러나면 적지 않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역 정가 “공천헌금 논란 사실 가능성 높아”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의 시발점인 현영희 의원은 유치원 교사에서 부산시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했다. 그의 이런 이력은 여성 리더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입지전적인 것으로 통하기도 했다. 부산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현영희 의원은 2002년 부산시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디딘 뒤,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의 부산지역 지지모임인 ‘포럼부산비전’의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외연을 넓혀왔다. 그러나 현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부산 동래구에 한나라당(옛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 이진복 의원에게 패배했고, 2010년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나섰으나 3위에 그쳤다. 현 의원의 한 측근은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한 현 의원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딸이 살던 영국으로 황급히 떠났다”며 “2개월가량 지났을 무렵 한나라당에서 당직을 맡긴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후 현영희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보직을 맡으며 다시 권력의지를 다졌다. 한나라당 상임위 전국위원을 맡고 있던 지난해 말에는 친박계 핵심 의원과 미국 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부부동반으로 LA 오렌지카운티 한인축제와 시애틀 한나라당 후원회 행사에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 의원은 부산시교육감 선거가 끝난 후 선관위에 13억8,100여만원을 사용했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40억~50억원을 더 썼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정치인은 “현 의원이 연속해서 시의원에 당선된 후 여러 지역단체 회장을 맡는 모습을 보고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며 “상당한 재력으로 항상 자신감에 차 있던 그가 선거에서 잇달아 좌절하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공천 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현영희 의원, 현기환 전 의원,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공천 헌금의 출처와 용처 규명을 위해 현 의원과 남편(임수복 강림CSP 회장), 임 회장의 회사 5곳의 자금 거래 내역과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도 한창이다. 검찰은 일단 3억원이 오간 지난 3월 15일을 전후해 수상한 행보를 보인 조기문 전 위원장의 통화 내용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최소 3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전 의원이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았다고 밝힌 ‘010-7167-××××’ 외에도 ‘010-5065-××××’, ‘010-2657-××××’ 번호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사용했다는 것. 특히 검찰은 조씨가 두 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현 의원, 현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과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통화 대상과 내용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현 의원과 조씨의 통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3월 15일 오후 1시 현 의원과 통화한 뒤 오후 7시쯤 현 의원 수행 비서였던 정동근씨를 서울역 3층 한식당에서 만나 3억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현 의원에게 모종의 청탁을 받고 상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 의원으로부터 현 전 의원을 만나 공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건네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것. 검찰은 4·11 총선을 앞두고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이 여러 차례 통화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의 휴대전화 내역 분석에서 지난 3월 15일 이전 여러 차례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현 전 의원은 현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지난 8월 6일 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소명서에는 “공천이 끝난 뒤 공천 결과를 알려 주기 위해, 또 지역구 선거를 도와주라는 내용으로 현 의원과 두 번 통화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여러 번 통화했다”면서 “두 사람이 나눈 내용을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현 전 의원과 친분이 있어 통화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환 전 의원 “정동근 본 적도 없다”
지난 8월 3일 현기환 전 의원은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그러나 현 전 의원은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현 전 의원은 검찰 출두 전 기자들에게 “답답해서 그랬다. 선관위에서 저에게 조사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부산 지검으로 수사 의뢰했다”며 “내가 먼저 자진출석해야 진실이 빨리 밝혀지지 않겠나”며 자진출두한 이유를 밝혔다. 현 전 의원은 또 “언론에서 현기환이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처럼 쓰고 있다. 저는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나”며 “사정 당국인 검찰에 와서 조사해달라고 하고 성실히 임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진실이 밝혀지고 국민에 제대로 알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당내 친이, 친박이 있고 공천 탈락한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로서는 서운했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그룹도 있다고 보지만 진실 확인이 끝난 후 추적해 밝혀야 한다. 지금 이를 제기하는 것은 진실 확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전 의원은 당내 제기되는 출당·탈당설에 대해서는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탈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출당·탈당이 진실 규명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국민들이 ‘꼬리 자르기 하는구나, 뭐가 있으니 나가는구나’ 할 것 아닌가”며 “새누리당 당원이 기득권인가. 아무런 의미 없는 것으로 본질을 흐리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 전 의원은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상처를 준다는 말에 대해 “사실일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만 사실이 아니다”면서 “검찰 조사에서 다 밝히겠지만 제보자 정동근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도 없고 본 적도 없다. 현영희 의원은 당시 ‘공천 과정에서 돌변해 전화도 안 받느냐’고 불만을 표했다”고 부인했다. 또 “제발 그랬을 것이라는 짐작 하에서 보도하지 말고 아닐 수 있다는 것에도 형평을 맞춰 보도해달라”며 “저 개인 뿐 아니라 당에 심대한 타격이 와 대선 후보들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온다”고 언론에 당부했다. 한편 지난 8월 12일 새누리당 공천뇌물 진상조사위원회는 공천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이 지역구 공천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 위해 지역구 공천신청을 철회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위는 이날 2차 회의에서 공천실무를 총괄했던 이동주 전 기조국장을 불러 비례대표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당초 부산 중·동구에 지역구 공천 신청을 한 현 의원이 공천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인 3월 8일 공천 신청을 포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례대표 공천을 위해서는 지역구 공천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수 개월 동안 공천을 위해 선거운동을 벌였던 현 의원이 공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공천 신청을 포기한 것은 아직까지 의문이다. 조사위는 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신청 기간 첫날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고 바로 당일 비례대표 공천 신청서를 당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현 의원이 공천심사위원회 내부 누군가로부터 지역구 공천 결과를 미리 전해들은 뒤 공천 신청을 포기하고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것 아니냐, 비례대표 공천을 미리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현재 공천뇌물 전달책 혐의를 받고 있는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이 공천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지역구 공천 포기를 둘러싼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 각 지역에서 지역구 공천을 위한 컷오프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공천여부와 관련해 어느 정도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현 의원이 이를 전해 들은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당 추천 몫으로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조성환 경기대 교수는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포기하고 비례대표를 신청한 사람이 60여명으로 현 의원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성 의원도 “오늘은 이 국장으로부터 전반적인 공천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며 “지역구 공천 포기와 비례대표 신청 과정에 대해서는 현 의원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위는 이동주 전 기획조정국장을 상대로 비례대표 공천심사 관련 서류의 보관 여부를 조사했지만 이미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전 국장이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공천심사위원회 기획소위에 업무지원을 했는지 여부도 조사했지만 이 전 국장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차명 후원금 문제
공천헌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이번 사건의 제보자인 정동근씨를 통해 친박계 이정현·현경대 전 의원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차명 후원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비서가 “친박계 실세들에게 후원금을 내야 한다”며 1,000만원을 요구해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다만 정 전 비서가 돈을 받은 뒤 영수증이나 사용처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는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현 의원의 차명 후원금이 친박계 의원들에게 공천 로비를 하기 위한 목적인지 조사하고 있다. 차명으로 후원금을 제공할 경우 준 쪽은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받은 쪽에 대해선 혐의를 물을 수 없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다수의 공천 희망자들이 이 같은 수법을 사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복수 인사를 통해 차명 후원금을 제공한 뒤 해당 정치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경우 법망을 피해가며 얼마든지 ‘돈 정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차명 후원금 제공 부분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정치권 전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당사자로 지목된 이정현 최고위원은 “현영희 의원이 후원금을 보냈다는 얘기 자체를 들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 차례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경대 전 의원도 “휴대폰 문자메시지조차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차명 후원금 문제 등을 포함한 공천헌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자체 조사를 위한 진상조사위원장에 성남지청장 출신인 이봉희 변호사, 위원으로 김재원 김용태 의원과 이희용·이우승·김기홍 변호사를 선임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호재를 잡은 듯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까지 제기하며 집중 포화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몰랐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며 몰랐기 때문에 더 정중히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박범계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어마어마한 내용이 제보되고 있다”며 “권역별로 실세라는 몇몇 분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 아니냐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중앙선관위에 조사자료 제출을 요청한 데 이어,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부산 지검을 방문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며 압박했다.

박 전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론 목소리 높아져
최근 공천헌금 파문이 확산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경선 캠프 내부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홍일표 대변인은 8월 13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후보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박 후보 본인도 이미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얘기한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나 당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 새로운 본인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사실 대선 후보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거나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사건이 워낙 중대하기 때문에 박 후보가 진정하고 처절한 반성 등의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박 전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문제는 당에서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무겁게 책임질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석고대죄 심정으로 대국민 사과와 인적 쇄신 등 책임있는 후속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 뿐 아니라 모든 비대위원에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며 “검찰 수사가 매듭지어지는 대로 사과 같은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박 전 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또 “만일 현기환 의원에게 돈이 도달해 검찰이 기소한다면 요샛말로 멘붕이 열 번도 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공천위원이 회의 도중 나가서 돈을 받고 다시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도대체 상상이 안 가는데 우리가 몰랐다 하더라도 어떻게 사과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증거부족 때문에 ‘혐의는 충분하지만 기소할 수 없다’고 하면 검찰과 새누리당이 동시에 망가질 것 같다”며 “검찰이 분명한 사실적 결론을 내지 못하면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당 내에서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대국민 사과론에 대해 박근혜 경선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은 “대국민 사과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할 일이 있으면 사과의 강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野 “박근혜 후보가 공천헌금 사태 책임져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 김한길 최고위원은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차떼기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정당이 공천장사와 매관매직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며 “공천 장사가 만일 사실이면 멘붕이 아니라 새붕(새누리당 붕괴)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황우여 대표가 책임을 지겠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드러나면 황우여 대표가 사퇴한다고 하는데 정말 재밌는 발상”이라며 “옛날에 왕실에선 왕세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대신 매를 맞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는데 황 대표가 사실상 공천을 장악했던 박근혜 의원을 대신해 매를 맞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박근혜 후보는 얼렁뚱땅 미봉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부산지역 정가에선 총선마다 돈공천 소문이 파다했고 결국 불거져 나온 것”이라며 “이미 돈누리당이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후보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정책 토크에서 마지못해 응답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나하곤 상관없으니 당에서 얼른 처리하라는 식의 책임회피”라며 “공주마마께서 여왕적인, 제왕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후보는 당내 후보들이 문제제기를 하니 당을 망치는 일이라면서 신경질을 냈다고 한다. 솔직하게 사과하고 후보에서 사퇴해야할 일이 아니냐”며 “얼른 덮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이미 지도자로서 자질을 상실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강기정 최고위원도 “현기환 전 의원을 공심위원으로 임명한 사람이 박근혜고 현 황우여 지도부를 구성한 것도 박근혜며 총선일정과 경선룰을 만든 것도 박근혜”라며 “그런데 현기환, 홍준표의 비리가 확인되면 황우여가 사퇴한다고 한다. 바지사장은 들었어도 바지대표는 듣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책임은 박근혜 의원에게 있으므로 바지대표에게 뒤집어씌워선 안 된다”며 “검찰에 출석해야 할 사람이고 수사 대상자인 박근혜 의원은 지금 즉시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종걸 최고위원 역시 “왜 국민들이 즐거워하는 올림픽 기간 중에 이런 것을 터뜨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느냐”며 “황우여 대표가 책임질 것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이 당당히 책임지고 이 사태의 전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