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는 역사적으로 불교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하는 호국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불교는 최근 출가자·신도의 급감과 고령화, 군소 사찰 운영의 어려움 등 도처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윤담 기자 hyd@

이제 많은 이들이 한국 불교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불교연합조계종 종정 혜일스님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2006년 3월 (사)대한불교연합조계종을 창종한 혜일스님은 “현실 불교에서 벗어나 오로지 부처님처럼 생각하고 부처님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헌신적인 사랑 실천

▲ 혜일 스님

구도자로서의 수행을 비롯하여, 이 시대의 어려운 이웃에게 무한의 사랑을 베풀고 있는 혜일스님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호국불교를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종단의 종정으로 일반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해주고자, 때로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지금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온 혜일스님은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신체 장애인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온몸으로 자비를 실천해왔다. 불필요한 겉치레나 형식보다, ‘진심’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그는 “평소 불교계가 타 종교에 비해 각종 사회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면서 “저라도 나서야겠다는 강한 열정에 장애인들을 섬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노인들과 불우 이웃, 장애인을 섬기기 위해 노인심리상담사, 장례전문사, 식품처방사 등 복지 관련 다양한 자격증도 모두 취득했을 정도로 혜일스님이 이웃 사랑에 쏟는 열정은 크고도 깊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는 정부의 도움 없이 종단의 자비를 투입해 장애인 및 불우이웃들에게 매일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뜻을 같이 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폐지와 고철을 수집해 소년소녀 가장과 불우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도 쾌척하고 있다. 또한 매주 목요일이면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흥겨운 노래교실을 진행하고, 주 1회 장애인 교육기관인 경희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길을 위해 신체 장애인들과 교통정리를 수행하며 현장을 통한 봉사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혜일스님의 활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신체 장애인들과 함께 매월 우리 문화유산 소중히 지키기 운동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경주국립박물관을 청소하고 있으며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목욕봉사도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단 사찰을 동원해 쌀, 떡, 과일, 옷가지, 신발 등을 전국 장에인단체에 보내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매년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여 체력증진을 위한 씨름대회와 운동회를 개최하고 연말이면 불우중증장애인 위안의 날을 지정해 풍성한 잔치를 베풀고 있다. 하지만 혜일스님은 이러한 자신의 베풂이 ‘봉사’가 아닌 부처를 섬기는 자로서 가지는 ‘소명’이라고 여기고 날마다 이를 즐겁게 실천해왔다.

장애인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남부럽지 않은 풍족한 가정에서 자랐던 혜일스님. 공부는 물론 운동까지 다재다능했던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씨름선수로 활동하며 각종 씨름대회에서 입상까지 한 장사 출신이다. 하지만 피 끓는 혈기를 주먹으로 풀었던 그는 되는대로 살다 보면 결국 갈 곳은 교도소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출가를 결심했다. 승려가 된 후 과거 자신의 행동을 속죄하고 참회하고자 지리산과 경주 토함산 등을 찾아 토굴에서 6년간 고통스런 수행의 길을 통해 오늘날 진정한 구도자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제 그의 소망은 오직 하나다. 어렵고 힘든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이들과 함께 살다가 이슬처럼 죽는 것. 이것이 혜일스님이 현재까지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경주시 건천읍 인내산 중턱에 석가사 자비쉽터인 무료복지시설의 개원을 위해 불사의 원력도 세워놓았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1080평을 보시 받아 현재 부지선정을 완료한 상태로 불사중이며 석가사 자비심터가 개원되면 전국의 연로한 노스님들과 독거노인, 장애인들을 수용하기 위함이다. 혜일스님은 “그동안 불사에 여념이 없다 보니 보살행을 실천하는데 다소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소외계층과 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인 실천으로 종교의 사회적 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