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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써 천 냥 빚을 늘리는 정부
말이 부른 정책실패
2008년 12월 13일 (토) 16:54:07 이종현 기자 jh@

 2008년 2월 25일 출범한 실용정부는 출범부터 국민의 큰 반발이 있었다. 대운하 건설, 사립고 100개 신설, 영어교육 강화 등 서민에게 가까이 다가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서민의 벽을 넘은 지 오래였다.                              
이종현 기자 jh@

 정부의 잇단 경제정책 실패, 바닥을 치닫는 민심. 집권 초기부터 무모한 정책 추진을 감행하다 촛불의 벽에 부딪힌 정부는 민심 추스르기에 정신이 없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내수부진. 서민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너무 팍팍하다. 달러는 계속 오르고 주가는 그 바닥이 어딘지 계속 곤두박질치고 정부의 지지율마저 추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부양이라는 기치하에 “국정 최우선 과제를 물가와 민생안정에 두겠다”며 방향을 급선회했지만 경제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9월 2일 과천정부청사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통상적인 일자리 창출대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없다”며 “비상시기인 만큼 그에 걸맞은 실질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환율 등의 상승에 따른 내수부진이 원인이 된 마이너스 고용창출임을 모르나 보다.

 경제 성장을 지향하던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고공으로 치달은 유가와 환율은 이내 물가마저 끌어올렸다. 5%를 넘나드는 물가상승이다. 서민층의 원성을 사게 되자 과감히 시장 개입에 나서 지난 6월 이후 두 달 동안 150억 달러의 외화를 쏟아부어 환율 끌어내리기에 몰두했지만 환율은 아랑곳없이 1400원대를 돌파하며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면 ‘고환율 대책, 고유가 대책, 부동산 대책, 세제개편’ 등 모든 것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자들에게 더 유리한 대책뿐이다. 세제개편만 하더라도 정부가 발표한 향후 5년간 26조원에 달하는 감세의 절반가량은 소위 ‘2% 부자’들의 몫이다. 돈을 벌고 내는 소득세, 집을 팔거나 보유할 때 내는 양도소득세ㆍ종합부동산세, 재산을 물려줄 때 내는 상속ㆍ증여세 등 부자들이 가장 득을 보게 되는 부분이다. 서민과 중산층도 약간은 해당되겠지만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면서 정작 내놓는 정책은 ‘없는 자’의 좌절을 이끌어낸다. 말뿐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실행 가능한 희망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서민이 중산층이 되고 중산층이 상층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사회는 양극화의 심화로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고 있는데 오히려 더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서민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생활하기가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생활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은 서민과 중산층, 상류층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한다. 특정계층을 위한 정책은 양극화만 부추길 뿐이다. 그리고 정부 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하여 오락가락이 아닌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각종 정책마다 말을 너무 바꿔 쌓아야 할 시장의 신뢰를 오히려 무너뜨리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겠다며 법인세를 내려준다고 했다가, 두 달 만에 인하시기를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으며,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중단을 선언했는데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두 달여 만에 재개 의지를 내비쳐 논란을 부추겼다. 청와대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한다는 발표로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손발도 너무 안 맞는다. 고환율 정책만 해도 정부가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다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주택공급 정책도 오락가락하며, 부처 간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대책만 쏟아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사회에서 하는 모든 일은 손발이 척척 맞아도 낭패를 겪는 수가 다반사다. 하물며 집안에서 하는 작은 일도 손발이 안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부처 간 손발을 맞춰 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정부가 발표하는 설렁설렁한 정책에 국민의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   

 진정으로 ‘통(通)’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말이 갖는 힘의 원리를 깨쳐야 한다. 일단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우선적으로 말이 가지는 힘에 대한 재인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말이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힘은 예시성이다. 반복되는 말은 마치 기원처럼 그대로 이루어지는 성향을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촛불시위가 최고조로 치달을 즈음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상황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힘을 실어 위기감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 위기감 조성은 시장경제의 위축으로 돌아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맞장구를 쳐 “많은 경제지표가 환란 이후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관계자들은 “위기상황이 아니다”라고 황급히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번진 한국 경제의 위기감은 요지부동이다.

 말로써 천 냥 빚을 갚으려 했던 정부가 말로써 천 냥 빚만 늘리고 있다. 오히려 양치기 소년의 말로(末路)처럼 자신을 궁지로 내몰고 있기까지 하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반복되는 말은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스스로 최면시킨다고 주장한다. 긍정적인 말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자긍심을, 부정적인 말은 자신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고 위축을 가져와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부정적인 말은 실제 가진 능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말이 행동을 미리 예시하는 셈이다. 사회적으로 이 같은 효과는 종종 잘못된 현상을 지속시키고 부정적인 상황을 현실화한다.
 
 위기다, 위기가 온다 하면 위기가 힘을 더 받게 되고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낙담과 위축을 조성한다. 부정적인 설이 떠도는 것 그 자체가 위기다. 말의 힘을 제대로 알고 활용할 줄 아는 리더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긍정’을 퍼뜨린다.
 
 현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떠도는 말에 대해 우두커니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일관성 있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거짓이 아닌 진실만으로 진정으로 ‘통(通)’하고자 한다면 그 뜻은 염원이 되어 민중의 품에 닿을 것이다. 무엇보다 말이 갖는 힘의 원리를 깨쳐야 한다. 일단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서운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더 이상 치졸한 말 바꾸기에 상처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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