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휴전협정 조인
7월 27일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59년이 되는 날이다. 휴전 기념일만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밥솥 씻은 물을 마심으로써 한국인들은 식사를 끝낸다”고 회고록에 쓴 사람이다. 숭늉을 ‘밥솥 씻은 물’이라고 묘사한 이 사람은 전쟁 중 북한의 포로가 되었던 미 육군 24사단 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이다. (중앙일보 2012년 7월 24일 32면)

▲ 휴전협정 조인식

6·25전쟁 휴전논의가 처음 거론된 것은 중공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한강을 건너 파죽지세로 수원까지 장악한 1951년 1월이었다. 영국을 중심으로 캐나다와 인도 등이 ‘현위치 휴전안’을 유엔에 제출한 것이다. ‘현위치 휴전’이란 수원 이남까지 중공군과 북한군이 진출한 상태의 휴전이므로 이대로 휴전이 성사되면 서울이 공산군 수중에 넘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미국은 ‘현위치 휴전안’이 못마땅했으나 우방국 영국이 주도한 터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남의 나라 전쟁에 뛰어들어 엄청난 전쟁경비를 쓴 데다 3만여명이나 전사해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미국이 마지못해 휴전안을 지지하자 유엔은 1951년 1월 13일 휴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중국이 4일 뒤 휴전결의안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승승장구하던 당시 전황에 취해서 미국을 완전히 밀어낼 수 있다고 과신한 나머지 휴전안을 거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휴전안을 제안했던 나라들은 2월 1일 유엔이 중공을 침략자로 규정하는 결의에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리지웨이 미 8군 사령관의 반격으로 전선이 다시 북상해 38도선을 경계로 교착상태에 빠졌고 미국은 1951년 5월 중순, 38도선을 경계로 한 휴전선을 공식정책으로 확정했다. 그리고 미국의 소련 문제 전문가 조지 케넌이 1951년 5월 31일 야콥 말리크 주유엔 소련 대사에게 휴전협상을 타진했다. 트리그브 리 유엔사무총장도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면서 휴전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6월 23일 말리크가 교전 당사자 간의 대화를 제안하고 며칠 뒤 미·중이 지지를 표명하면서 휴전 논의가 성사되었다.
첫 본회담은 7월 10일 한때 고급요정이었던 개성의 내봉장에서 가졌다. 미 극동 해군사령관 조이 제독을 수석대표로 한 유엔군 측에서는 미군 장성과 백선엽 소장 등 5명이 참석했고, 공산측은 남일 조선인민군 참모장과 이상조 등 3명의 북한 장성과 중공군 장성 2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회담 첫날 공산군 측이 “안전을 이유로 양쪽이 백기를 달고 회담장에 나오자”고 제의해놓고선 유엔군 측이 백기를 들고 회담장에 들어서자 “유엔군이 굴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회담장에서 자기들은 높고 곧은 의자를 사용하면서도 유엔군 측에는 낮은 안락의자를 제공하는 등 공산군 측의 유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양측은 7월 26일 군사분계선 설정, 전쟁포로 교환, 휴전상태 감시기구 설치 문제 등 5개 의제에 합의했다. 초기 쟁점은 ‘군사분계선을 어디로 할 것이냐’였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이 문제를 타결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 공산군측은 ‘38도선’을 주장했고, 유엔군은 “해·공군 전력의 우세를 반영해 현재의 접촉선보다 ‘북쪽’에 설정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인들도 전쟁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38선 정전’은 결사반대했다.
회담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유엔군 측은 중공과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군사적 공세를 취했다.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특히 중동부 전선에서 적을 38선 북쪽으로 상당히 밀어올렸다. 결국 1951년 11월 27일 양측은 현재의 휴전선과 유사한 ‘접촉선’을 기준으로 군사분계선을 설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어 양측은 협상의제 제3항인 ‘휴전 실시와 보장’, 제4항인 ‘포로문제’, 제5항 ‘쌍방의 당사국 정부에 대한 건의’를 병행 논의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여전히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휴전회담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다. 누가보아도 실현이 불가능했던 한국군의 단독북진을 주장한 완고한 노대통령의 고집 뒤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년 넘게 지속된 협상 중에도 유엔군과 공산군은 치열한 전투를 계속했다. 양측은 회담장에서는 ‘설전(舌戰)’을, 중·동부 전선에서는 ‘혈전(血戰)’을 벌였다. 양측의 이해관계와 계산법이 어긋나면서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휴전회담도 ‘결렬과 재개’를 반복했다. 하지만 양측은 휴전협상 전체를 파국에 빠뜨리지 않는 선에서, 협상이나 이후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공격으로 제한했다.
양측이 내놓은 모든 의제는 1952년 5월 7일까지 합의를 마쳤으나 포로교환문제만은 합의를 보지 못해 결국 1952년 10월 8일 무기한 휴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휴전을 공약으로 내건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에 당선(1952년 11월)되고 스탈린이 사망(1953년 3월)하면서 회담 재개 필요성이 양측 모두로부터 제기되어 양측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승만의 휴전반대 태도는 여전히 완강했으나 복심의 지향점은 분명했다. 이승만은 전쟁이 끝나면 동아시아 구석에 잊혀진 존재로 돌아갈 이 조그만 나라의 독립과 생존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미상호방위조약만이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만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카드는 “휴전을 거부하고 북진통일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벼랑 끝 전술 밖에 없었다.
이승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월 8일 포로교환협정이 체결되고 마지막으로 휴전조약 조인만이 남았을 때 이승만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휴전반대 데모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자 최후의 수단으로 6월 18일 반공포로 2만7000명을 일방적으로 석방한 것이다.
미국의 아이젠하워는 격분했으나 자칫 휴전협정 조인마저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에 로버트슨 미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를 한국에 급파했다. 로버트슨은 6월 25일부터 16일 동안 이승만을 14차례 만난 끝에 7월 12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약속하는 등의 5개항에 합의하고 이승만으로 부터는 휴전조약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
그 결과, 1953년 7월 27일 오전10시, 휴전조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 1951년 7월 10일 휴전회담이 처음 시작된 이래 765차례의 산고 끝에 이뤄진 결실이었다. 휴전협정 조인은 유엔측 대표 해리슨 중장과 북한 대표 남일 대장이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씌어진 전문 5조 36항의 협정문서 정본 9통, 부본 9통에 각각 서명한 뒤 자신의 문서를 상대방에 전달하고 다시 상대방의 서명 밑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함으로써 이뤄졌다.
두 사람의 서명 당사자는 12분만에 모든 서명절차를 마치고 관례적인 합동 기념촬영도 없이 곧바로 퇴장했다. 마크 웨인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 김일성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팽덕회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은 각각 후방의 사령부에서 협정문서에 서명했다. 휴전조약 조인은 인정했지만 여전히 휴전에는 반대했던 한국은 서명하지 않았다.
휴전조약에 따라 이날 밤 10시를 기해 한반도 전역에서는 총성과 포성이 멎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그날에도 양측은 협정이 발효되는 순간까지 상대방을 향한 공격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공산군 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있는 모든 포탄을 쏘아댔고, 국군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휴전이 이뤄진 데 대해 분노의 포격을 계속했다.

<윌리엄 딘 소장>

6·25 개전 초기, 속전속결로 남하하는 소련제 T-34 탱크에 우리 군은 속수무책이었다. 급기야 육군본부는 오산, 평택을 거쳐 대전으로 후퇴했고, 일본에서 급파된 미 제24사단도 대전에 포진했다. 24사단 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은 2차대전 때 유럽에서 용맹을 날린 용장이었다. 평소 그는 2차대전 때 자신의 사단이 전사 968명, 부상 4300명, 실종 374명, 포로 42명의 피해를 본 것을 자랑했다. 포로가 적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포로가 되는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겼다.

▲ 윌리엄 딘 소장

24사단은 7월 18일부터 3일간 대전에서 잘 버텼으나 인민군이 금강 전선에까지 도달하자 충북 옥천을 항해 대전을 떠날 채비를 했다. 육군본부도 대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딘 소장은 소수의 호위병과 함께 철수에 나섰으나 남하 도중 만난 옥천·금산 분기점이 운명의 갈림길이 되었다. 옥천이 아닌 금산 방향으로 남하하다가 진로가 잘못되었음을 곧 깨달았지만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밤을 기다려 산쪽으로 우회했다. 딘 소장은 적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바주카포로 북한군 탱크를 박살내는 전과를 올렸다.
1950년 7월 20일 밤, 딘 소장이 친히 부상병들의 물을 뜨러갔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져 의식을 잃은 사이, 호위장교가 그를 찾지 못하고 철수하면서 딘 소장은 단신으로 방황하는 처지가 되었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10개월간 마지막 군정장관을 역임한 터라 한국 땅이 낯설진 않지만 사방엔 인민군 투성이였다. 딘 소장은 중도에 역시 낙오병이 된 타보 중위를 만나 동행했다. 7월 26일 두 사람은 산속에서 한국인을 만나 자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주면 4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한국인은 딘 소장 일행을 오막살이 집으로 데려간 후 인민군에 밀고했다. 두 사람은 집을 포위한 인민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겨우 탈출에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헤어졌다. 타보 중위는 며칠 후 북한군의 포로가 되어 처형되었다.
딘 소장은 한동안 논에 숨어 있다가 날이 어두워진 후 산길을 걸었다. 8월 2일 산속에서 호의적인 한국인을 만나 4일 동안 머물렀으나 미군을 보호해주면 자신들이 위험하다고 하소연해 다시 집을 나와 걸었다. 4일간 걷다가 만난 한 노인은 미군이 있는 대구까지는 이틀만 걸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86kg이던 체중은 어느덧 58kg으로 줄어있었다. 방황 36일째인 8월 25일, 전북 진안을 지날 때 대구까지 길을 안내하겠다는 두 청년을 만났으나 결국 그들의 밀고로 20여명의 공산당 자위대에 붙잡혔다. 이후 딘 소장은 지옥 같은 3년간의 포로생활을 버틴 끝에 1953년 9월 4일, 교환포로 제1호로 자유의 품에 안겼다.

■클라이드 톰보 명왕성 발견

명왕성 주변을 도는 다섯 번째 위성이 발견됐다. BBC에 따르면 외계지적생명체 탐사(SETI)팀은 7월 11일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명왕성 주위를 관찰한 결과 명왕성의 다섯 번째 위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P5로 이름 붙여진 이 위성은 지름이 10∼24㎞인 불규칙한 모양으로 허블우주망원경의 이미지(사진)에서는 빛나는 작은 점으로 보인다. (문화일보 2012년 7월 13일 2면)

▲ 클라이드 톰보

18세기 중반까지 태양계에서 존재가 확인된 행성은 지구를 포함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6개 뿐이었다. 그 후 1781년 영국의 천문학자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하고 1846년 프랑스의 수학자 르베리에가 1840년 예측한 궤도에서 해왕성이 발견됨으로써 태양계 행성은 8개로 늘어났다.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1855~1916)은 해왕성 바깥에 9번째 행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그 미지의 ‘X-행성’을 찾기 위해 자기 이름을 딴 로웰천문대까지 세웠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1916년 눈을 감았다.
1928년 고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22세 청년 클라이드 톰보(1906~1997)가 로웰천문대에 고용되었다. 어려서부터 별의 관찰을 좋아했던 이 몽상가에게 주어진 임무는 천체 사진을 찍고 변화를 살피는 일이었다. 1930년 2월 18일에도 톰보는 여느 때처럼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훑어보고 있었다. 순간 눈이 커지더니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로웰이 그토록 찾았던 ‘X-행성’이 사진 속에 있었던 것이다. ‘X-행성'은 11세 영국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5월 1일부터 ‘플루토(Pluto)’란 명칭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플루토'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으로 한자로는 ‘명계(冥界)의 왕’ 즉 ‘명왕’으로 번역된다. 톰보는 명왕성을 발견한 공로로 장학금을 받아 캔자스 대학을 졸업하고 천문학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이후에도 천문학자와 교수로 활동하며 혜성 1개와 성단 6개, 초은하단 1개, 소행성 750개 이상을 발견하는 등 천체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런데 명왕성이 문제가 되었다. 다른 행성에 비해 너무 작은 체구, 일그러진 타원형 궤도, 다른 행성들과 어긋나는 궤도면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발견 초기의 환호와 열광은 사라지고 행성이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었다. 크기(지름 2300㎞)는 지구의 위성인 달(지름 3400㎞)보다 작았고,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지거나 가스층으로 덮인 다른 행성과 달리 얼음으로 이뤄진 것도 석연치 않았다. 공전 궤도는 다른 행성들로부터 17도 가량 벗어나 있었고, 앞으로 어디 있을지 예측도 할 수 없을 만큼 궤적도 불안정했다.
논란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던 차에 1992년 해왕성 궤도의 바깥쪽에서 주로 얼음 덩어리와 운석들이 거대한 띠를 이루고 모여있는 ‘카이퍼 벨트’가 관측되었다. 길쭉한 궤도와 들쭉날쭉한 궤도 평면을 감안하면 명왕성의 운동 패턴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보다는 ‘카이퍼 벨트’의 물체에 더 가까워보였다.
더욱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2004년 명왕성 인근에서 발견된 ‘2003UB313’(일명 제나) 천체가 명왕성보다 더 크다는 데 있었다. 이는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들이 앞으로 발견될 때마다 행성수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명왕성이 '카론' 위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제나 역시 ‘카브리엘’ 위성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자 행성의 지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위한 국제천문연맹 총회가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되었다.
총회는 “태양을 따라 공전하되, 지름 800㎞ 이상, 질량 5×10㎏ 이상으로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중력이 강해 궤도주변에서 지배적인 천체”를 행성으로 규정했다. 명왕성은 248년을 주기로 태양주위를 공전하고, 지름이 2300㎞, 질량이 1.2×10㎏라는 점에서 두 가지 요건은 충족했지만 충분한 중력으로 주변 천체에 대해 지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세 번째 조건은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총회 결정에 따라 명왕성은 ‘소행성’ 등급으로 강등되었고 이름은 소행성 ‘134340’으로 바뀌었다. 총회는 또한 8개의 행성 이외에 구형이고 태양을 공전하나 자신의 궤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천체를 ‘왜(矮) 행성’으로 분류했다.
2006년의 총회에서 쓴 잔을 마신 것은 명왕성만이 아니었다. 1978년 워싱턴 미 해군천문대가 발견한 명왕성 위성 '카론'과, 해왕성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가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마이클 브라운 교수 팀이 발견한 '제나' 역시 ‘왜행성’으로 분류되었다. 1801년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발견되어 행성으로 등극했다가 50년 뒤 행성의 지위에서 쫓겨났던 소행성 ‘세레스’도 총회에서 ‘왜행성’으로 분류되었다. ‘제나’는 총회 후인 2006년 9월 ‘분쟁과 불화’를 의미하는 그리스 여신 ‘에리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2008년의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는 명왕성과 더불어 ‘플루토이드’라는 새로운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플루토이드’는 "해왕성보다 먼 거리에서 태양 궤도를 선회하는 천체로서, 강체(剛體·외부의 힘을 가해도 크기나 형태가 변하지 않는 물체)의 힘을 이길 수 있는 질량을 갖고 있으며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궤도 주변에 다른 이웃 천체들이 있는 천체"로 공식 정의되었다. 2006년의 총회가 있기 전인 2006년 1월 명왕성을 목표로 발사된 무인우주선 ‘뉴 호라이즌스’는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2015년 도착을 목표로 지금도 명왕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우주선 안에는 톰보의 유골이 실려 있으니 톰보와 명왕성의 운명도 얄궂다.

■중동건설 붐과 삼환기업 최종환

시공 능력 평가액 29위인 중견 건설업체 삼환기업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7월 23일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12년 7월 24일 B1면)

▲ 중동건설 노동자들(1974년)

우리 건설업체가 처음 해외로 진출한 것은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의 베트남과 동남아시아였다. 베트남전이 끝난 1970년대 초반에는 유가 급등 덕에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여 도로, 병원, 항만 등 인프라 공사를 쏟아 내고 있는 중동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척했다. 그러나 당시 중동 지역에는 우리 공관이 한 곳도 없어 건설업체 홀로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그런 불리한 여건 하에서도 중동 땅에 먼저 깃발을 꽂은 건설업체가 있었으니 삼환기업이었다.
설립자 최종환(1925~ )은 황소걸음으로 건설 외길을 걸어간 우리나라 건설업의 개척자였다. 그는 남이 만들어놓은 길을 가기보다 새 길을 뚫어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의 경영자였다. 최종환은 서울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부친이 일찍 작고하는 바람에 강냉이 장사를 하며 7남매를 키운 모친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했다. 최종환이 장차 삼환그룹의 효시가 될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한 것은 21살이던 1946년 3월 15일이었다. ‘삼환’은 맏형인 명환과 둘째형인 영환과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뜻이다.
삼환은 설립 이후 주로 주한 미군에서 수주한 공사에 전념했다. 1960년대부터는 남산 자유센터(1964년), 조선호텔(1969년), 삼일빌딩(1970년), 국립극장(1973년), 프라자호텔(1976년), 태평로 삼성빌딩(1976년), 신라호텔(1978년), 광주박물관(1978년), 포항제철 공장(1971~1981년) 등을 지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 호남, 영동, 남해, 동해고속도로 등 각종 토목 공사에도 삼환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 최종환

삼환은 관급 공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부 발주 공사를 둘러싸고 정치권력과의 정경유착이 최종환의 생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환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진가를 발휘했다. 국내 건설이 걸음마 단계에 있던 1959년, 최종환이 해외 건설시장을 살피기 위해 3개월 동안 세계를 둘러본 일은 건설업계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그 여행은 국내 건설업의 해외진출을 개척한 전환점으로 우리나라 토목건설사(史)에 기록되어 있다.
삼환은 1966년 4월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베트남의 사이공과 일본 도쿄에 지사를 설치했다. 1972년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하는 공사에 세 차례나 입찰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해 세계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1973년 6월 사우디의 카이바~알울라 간 고속도로 7공구(175km)를 수주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네 번째 도전만에 한국 건설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중동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중동 땅에서 처음 이뤄진 공사는 5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삼환은 첫 번째 수주 성공에 이어 1974년 사우디 제1의 도시 제다시를 현대화하는 제다시 미화 공사를 2427만달러에 수주하는데도 성공했다. 당시 제다시측은 회교도들의 메카 순례 기간에 맞추어 공사를 앞당겨달라고 삼환에 요청했다. 마침 현장에 있던 최종환이 1인 3교대 철야작업을 지시했으나 전기 시설이 부족해 수천 개의 솜방망이에 불을 켜놓고 공사를 강행했다. 사막의 밤 하늘을 수놓은 횃불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느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파이잘 국왕은 “저렇게 성실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사를 주라”고 특별 지시를 했다. 덕분에 삼환은 6500만달러 규모의 제다시 미화 2차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따내는 행운을 얻었다.
이후 삼환은 사우디의 펜타곤으로 불리는 2억4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방위사령부(1976~1980년)를 비롯 사우디 최고층 건물(27층)인 사우디 국립상업은행 본점(1978~1984년), 사우디 왕궁 및 왕자궁(1978~1981) 등을 수주하며 승승장구했다. 1980년대 들어서도 삼환의 해외진출은 멈추지 않았다. 1978년 미 수교국이던 예멘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1984년 북예멘 마리브 유전개발에 참여하면서 원유사업을 시작했고 요르단, 파푸아 뉴기니아, 방글라데시, 사할린 등 지역과 국가의 구분 없이 사업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들었다. 1985년에는 3400만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교도소 공사를 수주해 우리나라 업체 중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삼환이 중동에 길을 트자 그동안 베트남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건설에 경험을 쌓아오던 국내 건설업체들도 1970년대 중반부터 속속 중동으로 진출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베트남에서 닦은 경험과 기술, 인력, 장비들을 중동 땅에 총동원했다. 당시 우리 경제는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난데다 오일쇼크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정부는 이 시련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중동 진출을 총력 지원했다. 1974년 남광토건, 신한기공에 이어 1975년 대림산업, 신원개발이 중동에 진출했고 1975년 10월에는 현대건설이 그때까지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한 해외공사로는 최대규모인 1억4460만달러짜리 바레인 수리조선소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중동 곳곳에 한국의 깃발을 꽂았다. 1976년 2월에도 현대건설이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로 일컬어지던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지역 신항 건설공사를 9억3000만달러에 수주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동건설 붐 덕에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은 1976년 25억 달러, 1978년 81억 달러를 기록했다. 1981년에는 세계 33개국에서 136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외건설 강국으로 부상했다. 1983년엔 동아건설이 36억 달러의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를 수주하는데 성공, 기네스북에 오르며 해외건설의 한 획을 그었다.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던 중동 붐은 1984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1984년 101억 달러, 1985년 47억 달러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엔 16억달러로 폭삭 내려 앉아 1992년까지 계속된 침체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악성 미수금이 늘어나 일부 업체는 도산 또는 은행관리에 들어갔고 증권시장에서는 사고뭉치 취급을 받았으며 건설업체에 대한 이미지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잠시 도약하는가 싶었으나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다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다시 중흥기를 맞아 2005년 108억 달러를 시작으로 2006년 164억달러, 2007년 398억 달러, 2008년 476억 달러, 2009년 491억 달러, 2010년 715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일 해외건설 수주액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