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마다 반복되어 온 친인척 비리의 굴레에서 MB정부도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지난 7월 3일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되어 친인척 비리의 정점을 찍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7월 3일 검찰 소환 후 일주일 후인 7월 10일 구속됐다. 결국 이번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친인척이 권력형 비리로 사법처리되고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재연된 셈이다. 또 다시 비리의 수렁에 빠진 권력 주변의 인사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어 온 친인척 비리
‘만사형통(萬事兄通)’, ‘영일대군’, ‘상왕’으로 불리며 명실상부한 정권 최고의 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전 의원은 검찰 조사 개시 직후 신분이 피의자로 바뀌었다. 사실 현 정권에서의 친인척 비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씨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3억9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4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또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도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소환으로 또다시 불거진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전두환 정권 이래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어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88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씨가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을 강탈한 혐의로, 동생 전경환씨가 새마을본부 회장을 맡아 공금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노태우 정권 당시 정무1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 등을 지내며 ‘6공 황태자’라 불린 노 전 대통령의 처사촌 박철언 전 의원은 이후 김영삼 정권 초기였던 1993년 슬롯머신 업자에게 6억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김영삼 정권 말기에는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그룹 비리에 연루돼 6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되는 비극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장남 김홍일씨는 불구속 기소됐고, 차남 김홍업씨와 삼남 김홍걸씨는 이권 청탁 등의 대가로 거액을 수수해 구속 기소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지난 2006년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에게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아파트 매입과 관련해 약 13억원(미화 100만달러)을 불법 반출한 의혹을 받는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에 대해선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상득 전 의원 서울 구치소에 수감
지난 7월 10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경우는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했다. 박 판사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된다”면서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과 피의자의 지위 및 정치적 영향력에 비춰 볼 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 직후인 이날 오후 11시40분께 대검찰청에서 집행됐다. 이 전 의원은 다음날 새벽 0시20분께 대검 청사 밖으로 나와 ‘대통령에게 할 말은 없는가’,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심경이 어떤가’라는 등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차량에 올라탔다. 이 전 의원은 구속된 다음날인 7월 11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대표로 있던 코오롱그룹에서 정상적인 회계처리 없이 고문료 형식으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전 의원은 검찰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적이 없고, 코오롱그룹에서 받은 1억5000만원도 대가성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합수단은 임 회장 등으로부터 확보한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제시, 이 전 의원 측의 주장을 반박했고 여러 장에 걸쳐 작성한 구속 의견서를 법원에 함께 제출했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을 소환 조사한지 사흘만인 지난 7월 6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이 전 의원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리게 된 합수단은 임 회장이 건넨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 등 용처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아무 것도 없이 산을 넘어갈 수 있겠느냐”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 청사에 출석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전국저축은행비대위 소속 회원 20여명이 나와 이 전 의원을 향해 날계란을 던지고,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는 등 소란을 피워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 전 의원, 정 의원 나란히 검찰 소환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은 현 정권의 대표적 개국공신이었지만, 정권 초기부터 으르렁대다 결국 검찰에 나란히 소환되는 얄궂은 운명이 되었다. 이상득 전 의원은 창업공신 그룹인 ‘6인회’의 주요 멤버이자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막전막후에서 실권을 휘둘렀다. 정 의원 역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거쳐 정무부시장에 발탁된 뒤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인수위 시절 권력의 축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는 정 의원이 이 대통령 일가의 뒷조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통령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정두언 의원은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노무현 정부 때 국세청이 만들었던 ‘국세청 엠비(MB) 파일’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파일에 ‘도곡동 땅 의혹’ 관련 내용 등 이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오해’가 풀렸다는 후문도 나오기는 했지만, 당시 이 대통령은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고 정 의원은 결국 파워게임에서 밀려났다.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두원 의원과 이상득 전 의원과의 대립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을 일으켰다. 이 전 의원이 반란을 진압하고 당선되면서 두 사람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정 의원은 이때부터 쇄신파로 변신해 청와대를 정면 겨냥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이 전 의원의 측근인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겨냥,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해 박 전 차관이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2009년 4월에는 경북 경주 재·보선에서 이 전 의원이 지원한 정종복 전 의원이 정수성 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하자, 정두언 의원이 이끈 ‘7인회’가 여권 내 인적 쇄신을 요구했고, 이상득 전 의원은 결국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를 하겠다며 해외를 돌다가, 지난해 12월 그의 보좌관이던 박배수씨가 SLS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결국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로 다른 행보를 걷던 두 사람이었으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정 의원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의 수사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수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검찰이 이 전 의원 조사와 동시에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7월 4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가 속도를 내게 된 직접적 ‘동력’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다. 자신의 구명을 위해 임 회장이 예상과 달리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저축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금품 등을 줬던 정·관계 인사 명단을 검찰에 넘겼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도 임 회장이 명절날 ‘보험’ 차원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돌린 선물 리스트가 있다는 정도는 확인해 줬다. 검찰 인사도 수사에 일부 영향을 주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검찰 간부 인사가 예고된 만큼 진행 중인 수사는 질질 끌지 말고 마무리 짓고 가야 한다는 게 검찰의 내부 분위기다. 수사를 완결짓지는 못하더라도 일부 핵심인사들의 사법처리는 끝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이런 상황이 수사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임 회장이 검찰에 건넸다고 알려진 리스트에 거론되는 인사들이 주로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신중한 수사도 좋지만 자칫 시기를 놓치면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치권이 담합해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서둘러 ‘손을 털겠다’는 것이 검찰 입장일 수도 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구속되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한 두 사람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도 “(이 전 의원 등에 대한) 구속은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향후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할 대가성 부분에 대해 두 사람이 강력 부인하고 있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검찰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총 4번을 시도한 끝에 3번에 걸쳐 정 의원에게 1억4000만 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7월 11일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은 첫 번째는 정 의원의 비서를 통해 2007년 3~4월 사이 길거리에서 차로 돈을 옮겨 실었다. 그러나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시 비서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병원에서 입·퇴원한 시기와 그쪽(검찰)에서 주장하는 시기가 맞물리는 부분이 일부 있었지만 비서는 돈 받은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이후 정 의원의 승용차 안에서 한 번 더 돈을 건넸으나 정 의원이 버럭 화를 내면서 되돌려줬다. 이어 임 회장은 정 의원과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건강식품(홍삼선물세트)을 선물로 돌리면서 정 의원에게 건네줄 홍삼 박스 안에만 돈을 함께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임 회장으로부터 지난 4.11 총선 당시 정두언 의원의 선거 사무실 책상 위에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반면, 정 의원 측은 “봉투는 구경도 못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1일 법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정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의 체포 동의가 없으면 회기 중 국회의원을 심문하거나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접수된 영장을 기각이나 각하 등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상득 전 의원과 함께 2007년 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은 다음날인 7월 7일 오후 정 의원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기 위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보냈다. 법무부와 대통령을 거쳐 7월 1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1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與,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선 긋기에 나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7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새누리당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결과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비상대책위의 약속을 저버린 꼴이 되면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 홈페이지에도 비판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쇄신책으로 비대위에서 가장 먼저 의결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행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7월 10일 긴급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에 대해 체포안 부결과 상관없이 법정에 자진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권고하기로 결론을 낸 것도 이 같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친박계는 부결 사태의 파장이 박 전 위원장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선을 긋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비대위 시절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방탄국회를 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방탄국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불체포특권과 동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영향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진행한다면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선 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교수도 “불체포특권 포기 등은 당시 비대위 초기에 쇄신파들이 주장한 것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당시 너무 각론이라는 점에서 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사태가 박 전 위원장의 대권 행보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나온 것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핵심측근은 “현행법상 체포되지 않고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못하게 돼있다”며 “정 의원이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누누이 밝혔던 만큼, 이런 부분이 사전에 의원들 사이에서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면 어제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놓고서도 이견이 노정되면서 7월 13일 의총에서의 ‘내홍’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사퇴의사를 번복하고 재신임을 얻은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강도 높은 경제 구조 개혁과 국회 쇄신을 앞세우며 원내대표 임무를 재개 했다. 이번 재신임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데다 정책 등에서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이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한 것도 이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번복한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는 중론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가 7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밝힌 강도 높은 개혁안은 사퇴 의사 번복에 따른 당 안팎의 논란을 잠재우고, 야당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와 관련한 새누리당 차원의 해법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대기업 집단의 졸부 같은 행태는 국민들을 실망시킨다”며 대기업과 기업 총수 일가를 향한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청와대 문턱까지 파고든 저축은행 비리
한편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던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까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관급 직책으로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이 맡는 자리다. 김 부속실장은 7월 13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후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속실장은 “보도 내용처럼 금품수수는 하지 않았지만 이름이 거명된 데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일단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애초 휴가를 중단하고 청와대에 출근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로 했지만, 청와대에 들어오지는 않은 채 사의만 전달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15년을 동고동락한 최측근 인사로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참모로 꼽힌다. 또 오랫동안 이 대통령 곁을 지켰으면서도 소탈하고 겸손해 ‘권력’의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평을 받아왔다. 일각에서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된 것보다 김 실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더 쇼킹한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만 봐도 청와대 내에서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간의 수사 결과를 되짚어보면, 임 회장은 대선이 있던 2007년 후반기에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 줄을 대기 시작했다. 이호영 국무총리실 국정운영2실장을 통해 소개받은 정 의원이 교두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정 의원을 통해 당시 국회부의장이자 이명박 캠프의 좌장이었던 이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 3억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임 회장이 김 실장과 연이 닿은 것도 이 무렵으로 추정된다. 대선 때 이 후보를 밀착 수행한 김 실장은 이 후보와 정 의원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정 의원과도 동고동락한 관계였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실장이 대선 국면에서 맺은 임 회장과의 인연을 끊지 못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문만 무성했던 임 회장의 마당발 인맥이 속속 확인되면서 “도대체 임석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의 끝은 어디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미 야당의 거물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도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등 그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 간부 3, 4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석 리스트’에는 경제부처 수장 출신 거물급 인사가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그의 입에 따라 운명이 갈릴 인사들이 아직 더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은 돈 뿌리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금품 로비가 몸에 밴 사람”이라며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6일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한 고비를 넘긴 뒤 박지원 원내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됐던 검찰 수사는 김 실장의 사의 표명으로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의 경우 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실장이 임 회장으로부터 직접 은행 퇴출 저지 청탁을 받았는지, 정·관계 유력인사를 소개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 실장의 갑작스러운 사의를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자, 검찰도 물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 실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간의 친분관계는 확인했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품이 오간 정황이나 단서는 확보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아직까지 김 실장이 금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단서가 나오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단 김 실장의 계좌와 통화내역 등을 들여다보며, 구체적인 단서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