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병 이후 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으로 꼽히는 3.1운동. 삼일절이면 주로 유관순 열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그녀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기리는 갖가지 행사들이 열리곤 한다. 때문에 3.1운동 하면 유관순 열사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정작 그 뒤에서 3.1운동을 지휘했던 여러 단체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에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1운동의 진정한 주체가 천도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리고 우리 민족종교인 천도교에 대해 일반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현 천도교 최고지도자인 김동환 교령을 만나 3.1운동에서 천도교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듣고 3.1운동과 천도교의 관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 김동환 교령은 "앞으로 3.1운동을 위해 천도교가 추진했던 모든 계획들을 전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3.1운동은 의암 손병희 선생의 뜻을 받들어 1910년, 보성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되었고 1916년경부터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천도교는 동학 창도 이래 민족적 자주정신과 사회개혁사상으로 민족종교의 입지를 굳히고 있었고 인내천 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구국 차원에서 정치, 사회, 문화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일제의 탄압 대상에서 우선순위가 되었다. 하지만 천도교 측의 독립운동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어 1918년 말부터 최린, 오세창, 권동진 등의 회합하기 시작하면서 3.1운동의 계획은 구체화되었고 1919년 1월, 손병희 선생의 재가를 얻어 1월 20일 경 3.1운동의 행동지침으로 대중화, 일원화, 비폭력의 3대 원칙을 확정지었다.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천도교를 중심으로 한 3.1운동의 추진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한 운동이 결코 아닌 ‘나라의 독립’이라는 큰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1919년 3월 1일 마침내 전 국민이 참여하는 비폭력 독립운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노예해방보다 빠른 천도교의 자유평등의지
적극적인 3.1운동 계획, 전 세계에 독립의지 천명한 천도교
천도교 최고지도자 김동환 교령은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여 당시 있었던 제15회 힌국의 날 퍼레이드에 참가했으며 19일 밤에는 SF 고려정에서 ‘손병희 선생과 3.1정신’이라는 강연을 통해 “3.1운동은 천도교인들이 주도한 민족적 독립운동이었으며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손병희 3세 교주를 포함, 천도교인들이 15명이나 된다”고 밝히고 천도교는 한국에서 꽃핀 범세계적 차원의 종교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는 김동환 교령을 통해 천도교의 진정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3.1운동을 재조명하면서 한국 천도교의 제대로 된 모습을 알린 뜻깊은 자리였다. 이곳에서 김동환 교령은 “의암 손병희 선생에 의해 천도교로 천명하게 되었고, 원래 1860년 경북 경주에서 수운 최제우에 의해 창도된 동학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수운 대신사의 창도정신은 참으로 획기적인 민족거사로서 미국 링컨대통령이 1861년 노예해방을 선언했으나 그보다 앞선 1860년 수운 대신사는 몸소 노예해방을 실천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즉, 양반도 천민도 모두가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므로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시천주의 새로운 가르침을 선포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동학의 정신은 당시 삶의 새로운 질서를 포덕으로 내세워 많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경주 용담정에 모여들었고 이때가 포덕 원년인 1860년 4월 5일이라고 한다. 천도교는 이 날을 천도교의 원년으로 삼고 천일기념일로 기리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근원적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시천주의 새로운 가르침은 한국에서 꽃핀 우주적 차원의 세계종교의 탄생이었다. 이러한 동학의 정신을 기리고 있는 천도교는 한일합방 이후 독립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3.1운동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기 시작했고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거국적인 민족운동을 전개시킨 천도교의 3.1운동 정신은 1894년 갑오동학농민운동과 1904년 갑진혁신운동의 쓰라린 아픔을 딛고 ‘가장 적은 희생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비폭력 독립운동으로 승화되었다. 천도교 지도층의 독립정신은 궁극적으로 평화적 국제 교류에 부응하여 인류의 자유, 평등, 정의를 구현하는 데 있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천도교 지도층이 작성한 1922년 자주독립선언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선언문에서는 대한민국이 당당한 자주 독립국임을 선언한 후 기미년의 만세운동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독립의지를 만방에 천명한 것임을 강조했으며, 세계 대세의 흐름에 따라 자유, 정의, 진리를 조선 땅에 구현하려 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또한 1922년 보성사 사원 일동이 재봉기하려 한 것도 이러한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아울러 독립을 완성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 것이었다. 천도교 측의 독립운동은 3.1운동 이후 이종일 선생 등 보성사 사원을 주축으로 하여 더욱 조직적으로 전개되었고 그 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조선의 자주, 자립을 선포하고 일제의 만행을 폭로함과 동시에 공도로서 세계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끝까지 독립투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천도교가 3.1운동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가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천도교의 이러한 조직적이면서 평화적인 추진이 없었더라면 3.1운동은 거국적, 민족적인 독립운동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김동환 교령은 “3.1운동은 조직을 운영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모든 문제를 천도교인들이 주도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김동환 교령은 유관순 열사가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벌인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 초였다는 것을 덧붙이며 천도교가 3.1운동을 주도한 사실이 아직까지도 세상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에 이번 기회에 이 사실이 왜곡되고 축소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의욕도 밝히고 나아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동포들에게도 민족종교인 천도교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천도교의 3.1운동 큰 뜻, 인내천 사상의 실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된 3.1운동
천도교에서 추진했던 3.1운동의 큰 뜻을 김동환 교령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첫째, 3.1운동의 정신은 실학 이후 꾸준히 발전해 온 개화의식의 결실이다. 실학의 근대적 개화사상은 시대조류에 따라 민족개화의식, 위정척사사상, 항일투쟁의식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동학, 천도교의 후천개벽사상으로 이어졌다. 이종일 선생도 실학, 개화사상, 동학사상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했으며 특히 동학사상을 사회 전반의 진취적 개혁을 지향해온 신사상, 즉 의식의 발달을 선도하는 사상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이러한 차원에서 개혁적인 민족자립 의지를 표방한 동학을 개화사상의 연장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실학에서 개화사상, 동학사상으로 이어진 민족독립정신이 애국계몽운동과 3.1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며 1920년대에는 제2의 3.1운동을 의도한 제2독립선언에 이어 신문화운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둘째, 3.1운동 초기의 모의계획 과정부터 민족연합전선 결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획 일체를 천도교에서 주도했다는 점이다. 3.1운동은 갑오년, 갑진년의 동학정신이 전통적으로 이어여 온 자주, 자립 의지가 내재적 성장과 함께 조화를 이룬 항일독립운동이었다. 3.1운동 전 과정을 통틀어 볼 때, 천도교의 3.1운동 정신이 지닌 역사적 의미는 동양평화, 세계평화, 인류평화를 위한 인내천 사상의 실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천도교의 강한 독립의지의 큰 뜻은 서울을 중심으로 폭발한 3.1운동이 지방으로 확산되었고, 이 역시 천도교의 힘이 컸다”고 김동환 교령은 말한다. 실제로 일찍이 동학이 크게 보편화되었던 중부나 북부 지방에서 전개됐던 3.1운동은 거의 천도교에 의해 주도되었고 전국으로 만세운동이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3.1운동의 계획을 주도했던 천도교의 자금, 조직, 인적구성 능력이 월등했기 때문이었다. 천도교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3.1운동의 독립선언서는 강원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황해도, 평안도 등의 북부 지역과 경상도, 전라도 등 남부 지역으로까지 빠르게 전달되었다. 특히 수원 지역에서는 3.1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빼앗긴 조국을 되찾겠다는 일념 하에 천도교인들이 가산을 팔아 독립운동자금을 조성하는 등 애국열의가 충만했고 만세운동은 그 어느 지역보다 더 격렬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천도교에 의해 주도된 3.1운동은 지방 각지로 확산돼 거국적인 독립운동으로 발전했고, 지방 각 지역에서도 천도교인들의 주도로 만세운동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천도교인들의 구국정신과 애국의지가 이 때 특히 빛을 발했다.

천도교의 적극적인 주도에 힘입어 전개된 3.1운동은 국내는 물론 해외 다른 민족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3.1운동에 대한 소식은 한국에 와 있던 외국선교사들에 의해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며 미국, 영국, 중국 등 각국 신문을 통해 국제사회에 보도되었고, 한국 식민지 상황에 관해 일제의 거짓 선전으로 한국의 사정에 무지했던 세계인들은 이 소식에 놀라고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이로서 한국 민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동정을 갖게 된 세계인들은 한국 독립문제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고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과 인도의 독립운동 등 식민지 상황에 놓여 있던 아시아 각국의 독립운동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 외에도 천도교의 3.1운동에 대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참으로 많다”고 말하는 김동환 교령은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후 천도교 대강당에서 강연을 하면서 ‘이 건물이 아니었다면 3.1운동은 없었을 것이고 3.1운동이 없었더라면 상해임시정부가 없었으며 상해임시정부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로 천도교가 3.1운동, 나아가 대한민국 독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천도교 대교당 건축을 명분으로 독립운동자금을 모았기에 천도교 대강당의 모습이 백범 김구 선생에게는 크나큰 뿌듯함으로 남았을 것. 한편 “10년간 3.1운동을 위해 준비하면서 일제의 감시가 심해 일부러 한강에 배를 띄우고 명월관 기생들과 술먹고 춤추며 노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며 천도교의 주도면밀한 3.1운동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동관 교령은 “앞으로 3.1운동을 위해 천도교가 추진했던 모든 계획들을 전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했으면 한다”며 천도교가 민족종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NM

김동환 교령과의 인터뷰 내용 (박스처리)

1. 현재 천도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
: 천도교 중심의 대학을 세우는 것을 비롯하여 기존 대학에도 동학사상과 관련된 강의를 만들 것이며 대학 서클 활동을 지원해 특히 젊은이들이 천도교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세로로 읽어야 하는 경전을 가로로 다시 제작해 접하기 쉽게 하고 외국 홍보를 활성화시켜 조만간 일본 내에서의 강의와 일본판 경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2. 진정한 천도교 활동
: 천도교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민족종교로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윤리실천에 노력할 것과 인내천 사상으로 남북통일의 기반조성이란 큰 방향을 제시하고, 포덕천하함으로 세계인류평화에 길잡이가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3.1운동은 실제로 천도교에서 주체했는가?
: 3.1운동은 천도교에서 주도하였지만 기독교, 불교가 연합한 거국적 운동이었다.
손병희 선생은 경술국치의 비보를 접하고, “우리나라 독립은 내 손으로 찾을 것이다.”라고 굳게 다짐한 바 있고 그분을 중심으로 300만 천도교인의 주도 하에 3.1운동은 민족적인 만세운동으로 전국에 확산될 수 있었다.

4. 국내에서 현재 천도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 일본의 천도교 말살 정책을 시작으로 북한 지방에 특히 천도교가 많아 남북분단 이후 특히 그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민족운동에 대한 두려움으로 천도교를 비롯한 민족종교를 샤머니즘으로 왜곡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여과되지 않은 외래 물결이 민족종교를 약화시켰고, 천도교 자체로 대학을 일찍 설립하지 못한 점도 천도교 발전 저해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5. 앞으로의 계획과 강조할 내용
: 3.1운동의 진정한 모습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저 정치적인 의도를 배제하고 3.1운동을 바라보면 된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바로 동학이자 천도교이며, 세계 평화를 위해 전 세계에 천도교를 알리기 위해 힘쓸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학자 지도자들이 동학 천도교가 걸어온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 세계평화와 인류 구제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 그 속에 있음을 발견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