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핀치에 몰렸다. 지난 8월2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을 발표했던 삼성전자는 이어 8월19일 한국과 미국 등 전세계 10개국에 제품을 정식 출시해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장정미 기자 haiyap@
제품 출시 5일 만엔 8월24일, 갤러시노트7이 충전 중 폭발했다는 소비자 제보가 나오며 제품 결함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는 지난 8월31일 국내 이통사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지난 9월2일, 갤럭시노트7의 발화가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는 사실을 공식확인하고 전량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에서 10건 넘는 발화사고 발생
삼성전자는 지난 9월19일부터 국내 이통사 판매·대리점 등을 통해 새 제품 교환을 시작했고, 21일부터는 미국에서도 새 제품을 교환했다. 이후 교환조치를 진행하며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갤럭시노트7의 일반판매를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 10월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택배를 통해 교환한 갤럭시노트7이 발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적 조사기관은 SGS에 의뢰해 X-ray와 CT 촬영을 한 결과 외부 충격 때문에 발화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갤럭시노트7의 발화 제보는 잇따랐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갤럭시노트7 신제품 발화 사례는 국 6건, 한국 3건, 중국·대만 각 1건, 뉴질랜드 1건 등이다. 이 중 지난 10월6일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공항에선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여객기 내에서 새 갤럭시노트7이 발화해 승객 전원이 대피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미국 연방항공청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월12일에는 뉴질랜드 방송사에서 뉴질랜드 한 가입자가 갤럭시노트7이 충전 후에 과열로 불이 났다며 통신사에 신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발화 제보가 잇따르자 결국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고, 하루 만에 판매 중단까지 결정했다. 업계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대해 삼성전자가 미국 CPSC의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발화 원인, 배터리 생산 공정상의 문제 가능성 높아
최근 발화 사고로 단종이 결정된 갤럭시노트7의 결함 원인은 배터리 설계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초 1차 리콜 당시 제품 발화의 원인으로 배터리 생산 공정상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10월12일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은 배터리 모서리 부분의 설계 오류”라고 주장했다. 정유섭 의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셀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층층이 쌓아서 ‘젤리 롤’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셀의 젤리 롤을 담는 배터리 케이스는 얇은 알루미늄 평판을 찍어 누르는 작업을 통해 제작되는데, 이때 모서리의 곡면부에 대한 설계값이 누락됐다는 것이 정유섭 의원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곡면부가 과하게 둥글게 제작되면서 케이스 모서리와 젤리 롤의 음극재 사이 간격이 매우 좁아지게 됐다는 것. 정 의원은 “이 과정에 오류
가 생기면서, 충전 중에 젤리 롤이 부풀어 오르고, 다시 음극재가 모서리에 닿아 분리막을 찌르게 됐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분리막이 찢어지고 음극재와 양극재의 알루미늄 성분이 접촉해 발화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의 충전용량을 3000밀리암페어아워(㎃h)에서 3500㎃h로 늘리면서 젤리 롤의 두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배터리 케이스와 젤리 롤 간의 공간이 더 협소해진 것도 발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1차 리콜 당시 공정상의 문제로 배터리 안의 분리막에 훼손이 생겨 음극재와 양극제 간 접촉이 일어나 발화가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분리막이 훼손되면 두 극이 맞닿으면서 과전류가 흘러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이외의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외장 케이스 등의 설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과 함께 소프트웨어상의 문제 등이 근본적으로 의심된다는 목소리다. 서둘러 교체용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현재 9건에 이르는 갤럭시노트7의 국내 발화 사건을 조사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0월11일 “전날 오후 개최한 갤럭시노트7 사고조사 합동회의 결과 새로운 제품 결함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한 즉각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따라 신규판매, 교환, 사용중지 권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1차 조사 때 발견한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 스마트폰 내 다른 곳에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안전을 위해 우선 조치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동조사팀의 이 같은 결론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갤럭시노트7에서도 여러 건의 발화가 나타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9건 중 2건은 외부 충격 등의 원인으로 문제가 생긴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나머지 7건 중 일부는 컴퓨터단층(CT)촬영 결과 배터리 설계상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당국자는 “일부는 서킷(본체 메인보드 회로기판)에 붙은 USB단자를 살펴보고 있다”며 “충전 관련 기술적 문제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통사 3사, 올 12월까지 갤럭시노트7의 교환 및 환불
이통사 3사는 지난 10월13일부터 갤럭시노트7의 교환 및 환불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 갤럭시노트7에서도 발화 위험이 제기됨에 따라 한국국가기술표준원이 판매중지, 교환중지, 사용중지를 권고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이동통신사들은 갤럭시노트7을 구매한 가입자들에게 전액 환불을 원칙으로 제시했으며 삼성전자 이외 타사 모델로도 교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타 모델로 교환을 원하지 않는 고객은 개통 취소도 가능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노트7 단종으로 이제 중국 화웨이와 애플, 구글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노트7이 경쟁구도에서 빠지며 픽셀 XL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 구글에게는 뜻밖의 호재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노트7 단종에 따라 약 100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삼성전자가 노트7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자 유가증권시장에서 8% 넘게 가치가 하락했다. 이런 하락율은 지난 2008년 10월 24일 13.76% 하락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다. 이에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0월1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 노트7 위기는 삼성 후계자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던 스마트폰의 플러그를 뽑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결함이 발견된 노트7에서 비롯된 삼성전자의 악화 위기가 명백한 재벌의 후계자인 이재용을 흔들고 있으며 이는 첫 번째 중요한 리더십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11일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을 출시한지 불과 52일 만이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볼 때 삼성전자가 생산한 갤럭시노트7은 대략 430만대로 추정된다. 초기 250만대가 생산됐고 이 가운데 판매된 제품이 150만대다. 리콜용으로 150만대를 만들었고 새 갤럭시노트7이 약 30만대 더 팔렸다. 갤럭시노트7 원가를 대당 500~600달러로 계산하면 순수 제품 처리 비용만 2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리콜로 인해 통신사 등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 통신사가 부과할 수 있는 페널티 등을 감안하면 단일 IT 제품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액이 계산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해 이익이 적게는 1조600억원원에서 많게는 3조3000억원까지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이윤손실이 다가 아니라, 이미지 실추 등 무형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데 있다.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도 1차 발화 문제가 발생한 직후 리콜을 실시한데 이어 단종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특히 갤럭시노트7 사태의 핵심인 원인 규명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이번 사태가 곧 이 부회장의 경영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태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 관계자를 인용해 “갤럭시노트7의 완전한 판매중단 결정도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보수적인 대응을 원했던 다른 경영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삼성전자의 최우선 과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제품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소비자에 설득하는 것”이라며 “최초 리콜 때처럼 미흡한 설명이 나올 경우 브랜드이미지 손상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이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승계하며 경영자질에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응이 확실하지 않으면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발화 사고에도 갤럭시노트에 대한 고객 충성도 높아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드 클래스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월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성명을 통해 “갤럭시 노트 7 단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월드클래스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리딩 기업이라는 관점은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 전자가 최고 수준의 기업 운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선택해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 및 단종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 브랜드에 대한 고객충성도 역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정보기술(IT) 매체인 샘모바일이 지난 10월12일(현지시간) 사이트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갤럭시노트 스마트폰을 구매하시겠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1.7%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스마트폰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65.2%는 “네, 저는 갤럭시노트 브랜드의 엄청난 팬입니다” 문항을 선택했으며 26.2%는 “네, 하지만 어떤 이슈가 있을지 몇주간 더 지켜보겠습니다” 문항을 선택했다. 에 라는 것이었다. 이 문항에는 1497명이 투표해 26.2%의 비율을 보였다. “아니오, 배터리 폭발로 인해 갤럭시노트 시리즈로부터 멀어지게 됐어요”라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NM
|
haiyap@newsmaker.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