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다베이 준코 별세
세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에 오른 일본 원로 산악인 다베이 준코씨가 10월 20일 일본 수도권 가와고에시에서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그는 키 152㎝에 몸무게 50㎏의 작은 몸이지만,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유방암·복막암·뇌종양 등과 싸우면서도 끊임없이 산에 오른 강골이었다. “인생은 8부 능선부터가 재미있다”는 말로 일본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고, 같은 제목의 책도 냈다.… 서른여섯 살 때인 1975년 남녀 통틀어 세계 6번째이자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라 ‘에베레스트 마마상’이란 별명을 얻었다. 당시 그는 산악인과 결혼해 딸 셋을 낳아 키우고 있었다. 쉰세 살 때는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을 추가했다. 여성 최초이자 남녀를 합쳐 19번째였다. <조선일보 2016년 10월 24일>

1969년 3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산악인 몇 명이 모여 히말라야 등정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1970년 5월 19일 안나푸르나 3봉(7577m)을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이 붙은 그들의 다음 목표는 에드먼드 힐러리가 1953년 초등에 성공한 후 20년 가깝도록 전 세계에서 9팀밖에 오르지 못한 에베레스트였다. 1975년 등정을 목표로 한 등반대장은 다베이 준코(1939~2016)가 맡고 대원은 15명으로 구성했다.
이후 다베이의 생활은 온통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데 바쳐졌다.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가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밤 10시가 되면 집 밖으로 나가 달렸고 하룻밤 4km로 시작된 달리기 거리는 19km로 늘어났다. 다베이는 1974년 12월 선발대로 도쿄를 떠나 1975년 3월 16일 53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세웠다. 이후 2개월 동안 4곳의 캠프를 더 세웠다. 그러던 중 5월 4일 새벽 32명이 모여 자는 캠프2에 눈사태가 덮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다베이도 다쳤으나 다행히 사흘 후 걸을 수 있게 되자 다시 등정에 박차를 가했다. 7986m 지점에는 캠프5를, 8500m 지점에는 캠프6을 설치했다.
다베이와 셰르파가 정상 등정을 위해 캠프6을 떠난 것은 5월 16일 오전 5시 50분이었다. 수직 암벽 힐러리 스텝을 지나 끝인가 싶으면 또 다른 고봉이 그들을 기다렸다. 다베이가 한발 한발 전진하고 있던 12시 30분 갑자기 몇 발짝 앞서가던 셰르파가 멈춰 서더니 “다베이 씨, 다 왔어요”라며 그곳이 정상임을 알려주었다. 고상돈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2년 2개월 전이었다. 두 사람은 정상에서 50분간 머문 뒤 하산을 서둘렀다.
훗날 누군가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 가장 중요한 도구가 뭐였느냐”고 물었을 때 다베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술과 능력만으로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그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도전은 없다.”
다베이 준코는 이렇게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강골의 산악인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사실 그는 어려서 운동이라면 질색하던 약골이었다. 몸집이 작아 체육 시간을 싫어하고 겁도 많았다. 키까지 작아 성인이 되어도 150cm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다베이가 산을 좋아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49년 봄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올라간 2,000m 높이의 산을 통해 한 발짝씩 천천히 오르면 반드시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뒤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후 다베이는 주말마다 산에 가자고 가족을 졸라댔고 산은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우리나라 허영호가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자랑하기 3년 6개월 전에 이뤄진 대기록

▲ 다베이 준코

다베이는 쇼와여자대 영문학과에 입학한 뒤 더욱 열정적으로 도쿄 인근의 산을 하나하나 톺아갔다. 졸업 무렵에는 2,000개가 넘는 산의 정상을 밟았다. 다베이는 1962년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물리학회에서 학회지 편집에 종사하면서도 틈만 나면 산에 올랐다. 1968년 결혼한 남편도 일본에서 손꼽히는 암벽 등반가였다. 남편은 1969년 알프스 3대 북벽 연속 등정에 도전했다. 마지막 남은 아이거 북벽에 오르던 중 동상에 걸려 발가락 4개를 잃었다.
다베이는 1975년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1981·5895m), 남미의 아콩카과(1987·6959m), 북미의 매킨리(1988·6194m), 유럽의 엘브루즈(1989·5642m) 등 각 대륙의 최고봉 등정에 성공했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세계 7대륙 최고봉 가운데 그가 오르지 못한 곳은 두 곳뿐이었다.
이 가운데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추위와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남극의 빈슨 매시프(4892m)는 1991년 1월 19일 등정에 성공했다. 20세기 최고 모험가 우에무라 나오미, 세기의 철인 라인홀트 메스너도 오르지 못한 빈슨 매시프를 50세도 넘은 나이에 오른 것이다. 빈슨 매시프는 1966년 미국 등반대가 초등하고 우리나라는 1985년 처음 등정했다.
다베이가 마침내 남태평양의 뉴기니섬에 위치한 오세아니아주 최고봉이자 적도선상의 만년설인 카르스텐츠 피라미드(4999m)를 등정하는 데 성공한 것은 1992년 6월 28일이었다. 이로써 다베이는 여성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우리나라 허영호가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자랑하기 3년 6개월 전에 이뤄진 대기록이었다.
다베이가 평생 등정한 산은 세계 56개국 159개에 달한다. 다베이는 1991년부터 세계 산악계의 지도자들과 함께 벌이고 있는 ‘클린 마운틴(산악 환경보호) 운동’을 계속했다. 등반도 죽기 직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60대를 넘어선 나이에도 매년 5~6회의 해외 원정을 다녔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이듬해부터는 피해지역 고등학생들과 함께 매년 후지산을 등반했다. 2012년 암 진단을 받고 나서도 등반은 계속됐다. 2016년 7월, 학생들과 함께 후지산 3000m 지점까지 오른 것이 다베이의 마지막 등반으로 기록됐다.

■호러스 언더우드의 한국 사랑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한국명 원두우) 사망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11일 열린 연세신학공개강좌 ‘언더우드의 유산’에서 손자인 원득한 전 서울외국인학교 교장은 “할아버지의 유산은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그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언더우드가(家)의 한국 사랑은 5대, 6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언더우드 사망 100주년 행사에는 모두 28명의 언더우드 후손이 모였다. 구한말 선교활동을 펼쳤던 미국인 선교사 언더우드는 역사교과서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언더우드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국립 서양의료기관인 제중원에서 호러스 알렌을 돕다가 정동의 가옥 한 채를 빌려 고아들을 가르쳤다. 이 교육시설이 나중에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오늘날의 연세대가 됐다. <문화일보 2016년 10월 19일>

부활절이던 1885년 4월 5일, 일본의 나가사키를 떠나 제물포항에 입항한 상선에서 벽안의 두 남자가 내렸다. 미국의 감리회가 파견한 헨리 아펜젤러(1858~1902)와 북장로회가 파견한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였다.

▲ 호러스 언더우드

언더우드는 영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뉴욕대(1881)와 신학교(1884)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인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기 위해 1년 동안 의학을 배웠다. 그러던 중 조선에 선교사가 필요한 데도 지원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도행을 포기하고 조선행을 결심했다. 1884년 7월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로 임명되어 그해 12월 16일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1885년 1월 25일 일본에 도착했다.
아펜젤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손더튼에서 출생해 프랭클린 마샬대를 거쳐 뉴저지 매디슨의 드류대 신학부를 졸업했다. 1884년 미국 감리교 선교회가 조선으로 파견하는 선교사로 임명되어 자신의 아내, 같은 감리회 소속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 선교사 가족과 함께 1885년 2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2월 21일 일본에 도착했다.
윌리엄 스크랜턴은 미국 예일대와 뉴욕의과대를 졸업하고 병원을 개원한 엘리트 청년의사였다. 하지만 아버지와 동생이 감리교회 목사였던 집안의 영향을 받아 다시 신학을 공부해 1884년 12월 미국 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조선으로 파견될 의료선교사로 임명되었다. 그가 이역만리 조선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된 데는 어머니 메리 스크랜턴(1832~1909)의 영향도 컸다. 어머니는 스크랜턴이 선교사를 결심하기 전에 이미 미 감리교회 해외여성선교부로부터 조선으로 파견될 첫 선교사로 발령받고 있었다. 스크랜턴은 아펜젤러가 포함된 미 감리회 선교단의 일원으로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두 살배기 어린 딸과 함께 2월 21일 일본에 도착했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조우한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은 가급적 빨리 조선으로 떠나려 했으나 수개월 전 일어난 갑신정변으로 조선의 정치상황이 불안하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에서 세례를 받아 기독교인 된 이수정,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서재필 등 개화파 지도자들에게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며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조선의 사정이 나아진 것 같자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4월 5일 같은 배를 타고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스크랜턴은 가족이 많아 계속 일본에 체류했다.

언더우드, 조선에서의 첫 세례 주다

제물포 도착 후 미혼인 언더우드는 이틀 후 서울로 올라간 반면 기혼자인 아펜젤러는 8일 동안 제물포에 머물며 서울의 사정을 살폈다. 결국 서울의 분위기가 여전히 불안하고 부인이 임신 중이어서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자 아펜젤러는 서울행을 포기하고 4월 13일 일본으로 되돌아갔다가 5월 3일 스크랜턴과 함께 제물포항에 다시 입항했다. 스크랜턴의 가족과 아펜젤러의 부인은 6월 20일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아펜젤러는 이번에도 스크랜턴이 제물포 도착 후 바로 서울로 올라간 것과 달리 한동안 제물포에 머물다 7월 29일에야 서울로 올라갔다.
아펜젤러는 서울에서 구입한 집에 작은 교실을 만들어 1885년 8월 3일 이겸라와 고영필이라는 2명의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고종은 1886년 6월 8일 이 학교에 ‘재목을 키운다’는 뜻의 ‘배재학당’ 학교명을 하사하며 격려했다. 1886년 부활절에 주한 일본 공사관 직원에게 첫 세례를 주고 1887년 2명의 배재학당 학생에게 세례를 주는 것으로 목회 활동을 본격화했다. 1887년 9월에는 정동의 조그만 집 한 채를 구입해 ‘벧엘 예배당’으로 꾸민 뒤 1887년 10월 9일 첫 예배를 보았다. 이 예배당이 한국 감리교회의 요람인 정동제일교회다.
언더우드는 조선 최초의 의료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1885년 4월 10일 서울에 설립한 ‘제중원’에서 환자 마취와 간단한 의료 업무를 맡는 것으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동의 가옥 한 채를 빌려 고아들을 가르쳤다. 1886년 5월 11일에는 ‘언더우드 학당(구세학당)’으로 명명한 학교를 개교했다. 김규식과 안창호도 거쳐간 언더우드 학당은 1901년 연지동으로 교사를 옮기고 1905년 ‘경신학교’로 개명했다.
언더우드는 선교 임무도 열심히 수행했다. 1886년 7월 11일 자신의 두 번째 조선어 선생인 노춘경에게 조선에서의 첫 세례를 주었고, 1887년 9월 27일 정동의 자기집 사랑방에서 14명의 교인들과 함께 첫 예배를 보았다. 오늘날의 ‘새문안교회’와 한국장로회는 이 날을 뿌리로 삼고 있다. 이처럼 1887년 비슷한 시기에 두 선교사가 뿌린 씨앗 덕에 장로교파와 감리교파는 오늘날 우리나라 개신교의 80%를 넘는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

언더우드 후손들,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한국 사랑 실천

언더우드는 1889년 3월 제중원 여의사 릴리어스 호턴과 결혼했다. 호턴은 미국에서 시카고 여자의과대를 졸업한 후 1888년 3월 의사 겸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되어 제중원 의사와 민비의 시의로 인술을 펼치고 있었다. 1890년 첫 애를 낳고 부인의 건강이 나빠져 1891년 3월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1892년 말 조선으로 돌아와서는 충정로 산등성이에 피난처를 열고 길가에 버려진 불쌍한 환자들을 위한 진료 할동을 벌였다. 1895년 10월 명성황후 시해 후 공포에 떨고 있는 고종을 위해서는 에비슨, 헐버트 등 선교사들과 함께 고종의 침전에서 불침번을 섰으며, 1899년 아펜젤러와 함께 한국의 YMCA 창설을 촉구하는 서한을 북미 YMCA 국제위원회에 보내 YMCA 설립의 초석을 쌓았다.
1903년에는 기독교청년회 회장으로 피선되고 1915년 4월 12일 YMCA 안에 ‘조선기독교대학’을 설립 개교했다. 언더우드는 첫 교장으로 취임했으나 건강 악화로 1916년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10월 12일 미국에서 눈을 감았다. 조선기독교대학은 1917년 4월 연희전문학교로 인가를 받고 1917년 9월 지금의 연세대 자리로 교사를 옮겼다. 해방 후 연희대학교로 개명하고 1957년 1월 세브란스 의과대와 병합해 오늘의 연세대를 이루고 있다.
언더우드 후손들 역시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한국 사랑을 실천했다. 언더우드의 활동까지 포함하면 그 기간이 장장 4대, 119년에 이른다. 외아들 원한경은 3·1운동 때 제암리교회 학살사건 등을 직접 조사·정리해 이를 세계 언론과 교회에 보내 일제의 만행을 규탄했다. 1934년부터 연희전문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 아들 원일한과 함께 5개월 동안 투옥되었다가 1942년 4월 강제 추방되었다. 광복 후에는 미 육군성 한국어 통역 요원으로 다시 한국 땅을 밟아 활동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인 와그너 여사가 좌익청년들에게 피살되는 아픔을 겪었다. 6·25전쟁 발발 후에는 민간고문단으로 동분서주하다 1951년 2월 부산에서 숨졌다.
언더우드의 손자이자 원한경의 아들 중 첫째인 원일한은 해방 후 입국해 연희전문학교와 연희대 교수 등으로 활동하다가 6·25 발발 후에는 미 해군에 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하고 유엔군 정전협상 수석 통역장교를 맡았다. 원일한의 쌍둥이 동생이자 둘째인 원요한은 광주호남신학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원한경의 3남(원재한)과 4남(원득한) 역시 6·25 때 해군 군목과 통역 요원으로 참전했다. 이처럼 자진해서 6·25전쟁에 참전한 언더우드가 이야기는 미국에서도 화제를 불러 수많은 미국 방송과 신문에 소개되었다.
언더우드의 증손자이자 언더우드가의 적자인 원한광(4대)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11월 “한국에서 언더우드가 할 일은 다한 것 같다”며 한국을 떠났다. 미국에 안장되었던 언더우드의 시신은 1999년 손자인 원일한에 의해 양화진 외국인묘지로 이장되었다. 현재 양화진 언더우드가의 가족 묘역에는 원두우(언더우드) 부부, 원한경, 원일한 등 4대에 걸쳐 모두 7명이 묻혀 있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