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한의사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하루에 몇 번 정도 섹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7번 정도라는 통설이 있었으나 최근 영국에서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남자들은 평균 18번 정도 그것을 떠올리거나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그보단 적지만 평균 10회 정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차는 있다. 성적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 하루 20-30번씩 그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특정한 프로젝트나 시험 등 중요한 일에 쫓겨 잡념을 가질 겨를이 없어 서너 차례 떠올리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파트너가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 신체 컨디션 여부, 요즘 특정한 관심사가 있느냐의 여부, 종교적 문화적 환경조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떻든 이 조사는 건강하고 젊은 남자가 하루 10~20회 정도 섹스를 생각한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비슷한 사회적 지위와 환경을 가진 젊은이들 대상의 조사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보고서에 남녀간 횟수 차이만 해도 10대 18로 거의 배에 가까운 차이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섹스가 갖는 본질적 동기와 상관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성적인 결합을 지향하는 본질적 동기는 동물이나 식물의 암수가 성적 결합을 지향하는 동기와 다르지 않다. 바로 종족번식의 본능이다.
현실적으로 인간이나 일부 진화된 동물들에게서 성적 결합이 종족보존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섹스가 주는 편안함과 즐거움 때문에 인간들에게서는 애정의 확인 수단으로, 혹은 쾌락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침팬지 등의 유인원에게서도 화해의 수단, 다른 개체들끼리 평화하기 위한 유희적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본질적 출발점은 한 가지, 바로 종족보존이라는 본능에서 시작되었다. 때문에 인간의 성 행동은 필연적으로 본질적 동기를 기초로 해서 파악될 수 있다.  수컷의 동기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는 데 있다. 남자는 한번 사정할 때 3천만에서 많게는 7억 개까지의 정자를 쏟아 붓는다. 수정 성공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한 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돼지의 경우는 한번에 80억 개의 정자를 배출한다고 한다.

영국 더럼(Durham)대학의 성 심리학자 앤 캠벨 교수는 남성들이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육체적 모험도 감행하는 것은 바로 유전자를 남길 여성을 차지하려는 동물적 본능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남성은 2세 양육에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조건(건강 외모)를 지닌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을 찾아내고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평생을 바친다. 단 한 번의 교미 후에 암컷의 먹이가 되고 마는 수컷 사마귀의 희생심 못지않게 인간 남자들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일에 목숨 걸 듯 진지하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 경쟁은 단지 육체적 강인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매력적인 외모와 교양을 과시하거나 고급 승용차 키나 플래티넘 신용카드를 은근히 노출시키는 행동들은 마음에 드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전략에 해당한다. 사회적 경쟁의 배후에는 단지 생존본능 뿐 아니라 종족번식의 본능으로부터 유래한 성적 본능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여성들의 성적 생리 매커니즘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한 번 임신에 사용하는 난자의 개수는 보통 단 한 개, 많아도 2-3개를 넘지 않는다. 아기의 숫자가 적을수록 젖을 먹이고 양육하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에 생긴 신체전략이다. 좀 더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남자를 선호하는 것은 향후 아기를 기르는데 믿을 만한 보호자로서의 능력을 탐지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배우자를 차지하려는 남성들의 노력이 실제로 그들의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회 계층 간 격차가 크지 않은 사회에서는 남성들이 여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크지 않으나 격차가 큰 사회에서는 더 많은 모험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평등지수가 높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남녀 간 평균수명의 차이가 4년 정도로 크지 않으나, 빈부격차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은 콜롬비아(2009년 기준 격차지수 60.4%)의 경우는 7-8년까지 차이가 난다. 남자들이 하루 중 섹스를 생각하는 횟수는 먹고 싶거나 자고 싶다고 생각하는 횟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