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간첩단 ‘일심회’ 사건을 선두지휘하다 수사도중 돌연 사퇴했던 김승규 前국정원장의 최근 발언으로 일심회 사건에 대한 의혹과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일심회란 지난 2006년 10월 국가정보원에 의해 적발된 간첩단을 말한다. 이 사건은 당시 민주노동당의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중앙위원이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하던 재미교포 사업가 마이클 장(한국명 장민호)에게 포섭되어 민주노동당의 주요 당직자 300여 명에 대한 자료를 북한 노동당 대외연락부에 넘긴 것을 내용으로 한다.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무려 7차례에 걸쳐 북으로 넘어간 우리 측 정보는 A4용지 100만 쪽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이렇게 명백하고도 거대한 규모의 간첩활동에 대해 고작 관련자 5명이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 받은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일심회 사건의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김승규 前국정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게 된 것은 의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당시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안보 구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김원장이 스스로 사퇴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심회 사건 축소조사와 국정원장 경질에 대한 의혹을 가라앉히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대해 지난 해 9월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10월 26일 안보관계 장관회의 직후 김 원장에게 경질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미국 외교 전문(電文)을 공개했는가 하면, 최근 김 前국정원장이 자신의 사퇴가 청와대 측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만일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일심회 사건은 전면 재수사되어야 마땅하다. 북에 각종 기밀을 제공한 간첩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모든 국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간첩을 평시(平時)나 전시(戰時)를 불문하고 중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간첩활동에 대해 비정상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심지어는 명백한 반국가단체, 이적단체로 판명된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구국전위’, ‘왕재산’,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민청(사회민주주의청년연맹)’과 같은 단체의 관련자들이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민주화 유공자가 되기까지 했다.
 ‘민혁당’은 1990년대 중후반 무렵 우연히 그 실체가 드러난 지하혁명조직이다. 민혁당 사건은 북에서 남파된 간첩이 민혁당의 핵심멤버를 만나고 돌아가던 중 사용되었던 잠수정이 여수 앞바다에서 발각되어 격침되면서 그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당시 법원의 판결문에는 민혁당이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NLPDR)을 달성하기 위한 노동자, 농민의 지하 전위당'이라고 스스로 자신들의 조직의 성격을 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즉 남한 사회를 미국의 식민지로 간주하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아 반미와 민족자주권 회복을 주된 투쟁 목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판박이처럼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전형적인 종북(從北)좌파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보상위원회(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3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민혁당 관련자 2명을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했다.
 ‘구국전위’는 ‘남민전’에 연루되었던 안재구가 재일 북한공작원에게 포섭돼 북한에서 공작금 2억900만원을 받고 구축한 지하당 조직으로 1994년 6월 14일 검거되었다. 이 ‘구국전위’의 창립선언문 및 강령과 규약을 보면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찬양하며, 자신들을 ‘조국의 남녘땅에서 주체혁명 위업을 실현’하기 위해 일심동체가 된 ‘김일성주의 정수분자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북한체제를 추종하는 명백한 반국가단체이며 1995년 서울고법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구국전위 사건 관련자 중 홍중희와 정화려는 각각 2004년 2월과 2005년 12월에 민주화 유공자가 되었다. 
 그 외에도 2006년 3~6월 ‘남민전’ 사건(1979년) 관련자 38명, 12월에는 ‘구학련’ 사건(1986년) 관련자로서 1992년 간첩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는 황인욱, 또 2008년 12월에는 ‘사노맹’ 사건(1989년) 관련자 2명이 민주화 유공자란 명예를 지니게 되었다. 특히 지난 2011년 8월 검거되어 아직까지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왕재산’ 간첩단 총책이었던 김덕용과 인천 지역책이었던 임모씨도 민주화 유공자가 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덕용은 지난 2008년 5월 8일 민주화운동 보상금으로 지급받은 420여만 원을 적화혁명을 위한 간첩활동 공작비로 일부 사용한 것이 드러나기 까지 했다. 게다가 그가 인정받은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이 1985년 서울 노량진 앞 횃불시위, 민정당사 불법폭력 시위주도로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은 것이라고 하니 무엇을 위한 민주화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왕재산 간첩단의 임 모씨는 주사파 지하조직인 ‘반미구국학생동맹’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검거되어 1987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10월 선고받은 사실로 2003년 7월 민주화운동가로 인정되어 1400여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렇게 간첩사건, 불법폭력사건 관련자들조차 민주화 운동가로 선정되는 상황이고 보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화보상위원회가 과거 간첩경력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는 중대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민주화 유공자는 독립유공자, 6·25참전유공자 및 기타 유공자들과 같은 국가유공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독립유공자나 6·25참전유공자처럼 대한민국을 위해 개인적 안락을 저버리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국가를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오히려 이들은 대한민국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남한 정부를 전복해 북한이 말하는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이루고자 했던 자들이다. 즉 발본색출해서 진멸해야만 하는 우리 내부의 적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적에게 국민의 혈세를 모아 지원금을 대주고 명예훈장까지 달아준 셈이니 말 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와중에 잊힌 듯 했던 일심회 사건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다시 일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 일로 지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부정 경선 파문으로 불거진 종북좌파에 대한 의혹과 정체성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남남갈등을 첨예화 해왔던 종북좌파의 활동에 대해 무관심했던 일반인들에게 일말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연루돼 있고, 이들이 작성해 북한에 보낸 보고서에 현재 통진당 당권파 인사들의 성향과 정보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는 우리정부보다 북한이 이들 통진당 당권파 인사들을 더욱 잘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통진당 당권파에게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북좌파란 단순히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정치적 이념의 다양성과 그 표현의 자유로 존재하는 ‘좌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북한의 김일성 세습왕조를 지지하고 있으며, 북한 독재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반도 통일은 외세의 개입을 배제하고 우리민족끼리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인 것이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법적 방어막과 미군이라는 군사적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면 공식적으로 남한 내에서 주체사상과 인민해방혁명 선전을 통해 세력을 확산하고, 결국 북한식의 인민혁명을 통한 남한체제전복 시나리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좌파정권 10여 년 동안 확산된 안보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축소 은폐 혐의가 있는 일심회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반국가적 활동을 한 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간첩의 활동을 지원하고, 명예훈장을 달아주는 일은 최우선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