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 따르면 오는 11월 8일 열리는 제 36회 영평상 시상식 수상자와 수상작들을 결정했다. 경합이 치열했던 남자연기상은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에서 열연한 이병헌이 영광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이병헌의 이번 수상은 부일영화상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그만큼 이병헌이 연기한 <내부자들>의 ‘반전 깡패’ 안상구는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한 때, 사생활 파문으로 위기를 맞았던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미워할 수 없는’ 실력파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연기력 하나로 모든 논란 딛고 재기

▲ 영화배우 이병헌

배우 이병헌은 지난 2년 간 사생활 파문으로 크나큰 위기에 직면했지만 연기력 하나로 재기에 성공했다. 영화 <내부자들>과 <밀정> 등에서 보여준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지배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을 ‘인생작’으로 꼽은 그는 “매 작품이 서로 다른 이유로 소중하지만, 굳이 따진다면 이 영화”라며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그 영화로 인해 할리우드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참석했던 이병헌은 이날 자신의 영화관은 물론 가족 이야기까지 꺼내며 진솔하게 팬들과 소통해 행사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영화 <지.아이.조>의 스톰 쉐도우 역을 시작으로 최근 <매그니피센트7>의 빌리 락스 역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할리우드 무대는 공식적으로는 도전이라는 측면이 크다”면서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게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영화 <내부자들> 속 애드리브에 관해 “기본적으로 애드리브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감독의 의도나 결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감독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내부자들’ 속 자신의 캐릭터에 관해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강하고 진행이 숨 막히게 진행되기 때문에 재미있는 설정들은 쉼표 같은 목적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모텔신에서 화장실이 통유리로 된 거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미 했던 생각이었다. 그래서 디자인에 관해 의견을 냈다. 그런 경우는 이미 설계된 애드리브다”라며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잔 하자’는 애드리브는 사실 굉장히 위험한 애드리브다. 잘못하면 이 신이 망가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웃음은 웃음대로 그 신에서 가져가고자 하는 감정은 감정대로 잘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자들> 속편 제작과 관련해서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시류를 반영하는 것 같다”며 “범죄영화 장르가 많은 건 그만큼 사람들이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장르를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속편은 배우 입장에선 좋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찍으면 안 될 것 같다. 따뜻한 휴먼 드라마나 코미디가 사랑받는 세상이 오고 거기에 맞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할리우드가 탐내는 ‘아시아 최고의 배우’
1991년 KBS 14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이병헌은 데뷔 후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찼다. 데뷔 이듬해부터 드라마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지금까지도 늘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독살 위기에 놓인 광해군과 그의 대신해 ‘가짜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 영화 <광해>로 천만관객을 돌파, 한국영화 역대흥행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 작품에서 이병헌은 1인2역을 소화, 평단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월드스타로서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병헌 역시 칸에 입성했다. 그 곳에서 미국 에이전트를 만나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한다. 미국에서는 <지.아이.조>를 통해 ‘이병헌’이라는 이름을 알린 그는 한국에 돌아와 2009년 <아이리스>에 출연했다. <지.아이.조>, <아이리스>, <악마를 보았다> 등 작품을 통해 이병헌은 ‘헐리우드 스타’, ‘아시아 최고 배우’, ‘연기파 배우’ 등 수식어를 두루 얻게 됐다. 특히 그는 <지.아이.조1>편에서 코브라의 비밀 병기인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아 전 세계인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후 <지.아이.조2>에 연달아 출연하며 월드스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영화 <내부자들> 이후 다시금 배우로서 그 역량을 인정받으며 위치를 확고히 한 이병헌. 할리우드에서는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도 친화력이 좋고 연기 면에서도 안정적이라 많은 감독들이 탐을 내고 있다는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