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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표현한 꿈속의 세계
2016년 11월 03일 (목) 17:56:52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정숙향 작가는 꽃을 그린다.” 이렇게 운을 떼고 나면 많은 사람들은 으레 ‘누구나 다 그리는 그림’, 또는 ‘어느 전시장에나 있는 그저 그런 꽃 그림’ 정도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꽃 그림이 제일 어렵다고들 하는 걸 거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정숙향 작가는 해체된 공간의 의미를 추적한다.” 지난 8월에 열린 정숙향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다.

신선영 기자 ssy@

꽃의 상징
지난 8월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정숙향 작가의 개인전에는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캔버스에 그려진 거대한 꽃잎이 마치 사람을 부르는 손짓인 냥 보인 탓도 있었을 것이고,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많았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게 뭐지?’ 하고 캔버스 앞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순간 그대로 멈춰 서 있게 되는 게 정숙향 작가의 작품이다.

   
▲ 정숙향 작가.

처음에는 ‘어쩜 이렇게 섬세하게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섬세하고 현학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가느다란 꽃잎의 결과 결, 포개지고 포개진 꽃잎의 얇은 이미지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그득하게 만든다. 모두 튤립이다.

튤립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양새가 지금까지 추구해오던 마음의 선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대와 이파리를 생략하고 오로지 꽃봉오리로만 캔버스를 채웠다. 크게는 백 십 호까지 그려진 이 꽃봉오리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관람객들의 심미안을 한층 높여줬다.

   
▲ 我-他 마주보기, 130x130cm, oil on canvas, 2016.

하지만 이 꽃은 그냥 사유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처음에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그물망이다. 모든 작품마다 그물망을 덧씌웠다. 가까이서 봤을 땐 ‘굳이 이렇게 시선을 흩트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몇 발짝 떨어져 보면 ‘오히려 그물망으로 해서 촘촘히 채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다.

그물망
사실 정숙향 작품은 꽃보다 그물망에 비중을 두고 봐야 한다. 보면 볼수록 대상보다는 재료에 더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이라는 주요 대상이 주(主)에서 객(客)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객(客)이었던 그물망이 주(主)로 전환되기도 한다.

   
▲ 공간_만개(滿開), 170x130cm, mixed media, 2016.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꽃에 ‘나’를 많이 대입해요.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로 의인화 하는데, 이때 그물망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로 거리를 둠으로써 시각을 떨어트려보는 효과를 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친숙하게 작품 앞에 다가갔는데 문득 회화가 낯설어 보이기도 하고, 현실의 꽃인 줄 알았는데 아득한 이상세계의 꽃으로 보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유 공간인줄 알았는데 촘촘한 사회적인 공간으로 보이기도 하는 변화들에 의미를 뒀어요.”

그렇게 해서 정해진 전시 제목이 <해체된 공간의 의미들>이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어색한 관계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결국은 조화로운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마무리했다. 쇠가 아닌 천으로 된 그물망을 선택하고, 꽃과 비슷한 색의 그물망을 선택한 것도 이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 他_시(視), 140x140cm, mixed media, 2016.

조화의 미
다시 말하자면, 정숙향 작가는 꽃을 그린다. 초기부터 일관되게 꽃을 그려왔지만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작품 없고,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은 작품 없이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첫 번째는 또 다른 세계의 시공간을 품고 있는 꽃 시리즈 <화중지몽 : 꿈속의 꽃과 꽃 속의 꿈>, 두 번째는 잔잔한 바다 위에 떠있는 꽃 시리즈 <화중지몽 : 꿈속의 꽃과 꽃 속의 꿈>, 그리고 금줄이나 그물망을 덧댄 꽃 시리즈 <해체된 공간의 의미들>이 그것이다. 모두 꽃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에 관념을 결합시킨 작품들이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조화에서 오는 긴장감이 좋다”고 말하는 작가는 “앞으로도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등 사람의 상상력을 한층 더 키워줄 수 있는 작품들로 멋스럽게 맛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我_공간 싸기, 162x130.3cm, mixed media, 2016.

그래서 2013년에 쓴 작가 노트는 아직 유효하다. “나는 꽃 속의 배경이 때로는 형상으로, 꽃 속의 형상이 다시 배경으로 바뀌는 작업이 재밌다. 꽃잎들 속에서 또 다른 배경을 찾는 일은 내겐 상상력을 넓혀주는 꿈속의 여행이다. 꽃 속에 꿈이 있고 꿈속에 꽃도 있다. 꽃 없는 꿈, 꿈 없는 꽃은 내 머릿속을 허무의 황량한 공간으로 만드는 폐허다. 초현실주의의 스타일과 일맥상통하든지 말든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꽃이 꽂힌 항아리가 꽃이 되면 어떤가.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되는 이상이, 형상과 배경의 술래잡기 같은 캔버스가 나는 마냥 좋다.”

   
▲ 기다림과 공간, 41x31.8cm, mixed media, 2016.

정숙향 작가는 숙명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시작 영상 디자인 전공 석사 과정과 숙명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AP갤러리, 가나아트스페이스)과 초대전(자유수로평화박물관, 구하갤러리, 2013아트서울, 2014~2015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을 열었다. 아트페어전(2016어퍼더블국제DDP, 힐링아트페스티벌코엑스)과 단체전(도쿄쿠보타갤러리, 광주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의정부예술의전당,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스페이스)에 다수 참가했다. 2016년 11월 중국심천국제아트페어를 시작으로 2017년 홍콩, 북경 등 해외 국제아트페어에 참가 확정아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2013년 단원미술제 서양화구상부문 특선을 수상했다. 화봉갤러리, (재)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작품 소장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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