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다섯 달 남짓 남았다. 한국정치의 역동성이 워낙 강해서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아직까지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가도에서 단연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문가들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세론’에 근거함이다. 4.11 총선은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의석이 100석도 되지 못할 거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당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결국 선거도 당의 이름으로 치르지 못하고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이름으로 치렀다. 그는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로 흔들렸던 ‘선거의 여왕’ 신화와, ‘박근혜 대세론’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경선 룰 원안 고수, ‘원칙의 정치인’평가 재확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박 전 비대위원장은 대선후보경선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게 됐다. 당이 현행 당헌당규상의 룰과 일정대로 경선을 실시키로 확정하면서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경선룰을 원안대로 고수하면서 원칙 이미지를 지켜냈다. 하지만 부담도 크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독선적 이미지를 남겼고 보수분열도 불가피해졌으며, 흥행도 어려워졌다. 박 전 대표의 호통에 실세들조차 주눅드는 모습이 비쳐지면서 친박 내 소통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경선룰 협상을 처음부터 반대했다. 5년 전 어렵게 만든 당헌·당규를 ‘후보에게 룰을 맞추려고’ 바꾸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었다. 비박이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역선택과 부정 가능성, 그리고 정당정치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고려가 되질 않았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적잖은 반발을 넘어 기존 룰을 고수하면서 ‘역시 원칙의 정치인’이란 평가를 재확인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했다면 감수했어야 할 네거티브와 부정 가능성도 사라졌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한 측근도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득이 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원칙과 소신을 지킴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위험, 경선과정에서 있을지도 모를 부정 경선, 그리고 무엇보다 비박 주자들의 파상 공세를 모두 피하게 됐다.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안전하게 본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역풍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선승패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동시에 유연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에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인 중도층에게 독선 이미지를 남겼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다. 비박 3인을 껴안지 않고 ‘속좁은 리더십’(김태호 의원)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여권 내)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당장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도 ‘박근혜 대세론’은 여전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과 종북논란까지 겹치면서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새누리당 대선 경선 룰 관련 문제로 최근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약간 하락하긴 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대선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박 전 비대위원장을 누를 수 있는 어떤 위협적인 존재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경선룰 원칙을 고수하면서 경선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하고, 대선을 위한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등 대선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 대선은 지난 총선 전국 득표율에서 새누리당이 야권연대에 밀렸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부동층 즉 ‘플러스 알파(+α)’를 포용해야 이길 수 있는 ‘피를 말리는’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박 전 비대위원장은 남은 시간 동안 대세론을 무너뜨리지 않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한계를 극복해야만 부동층까지 끌어 모으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