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민주통합당의 새 대표로 친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당선됐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 전당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24.3%로 김한길(23.8%) 후보보다 0.5%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9일 치러진 임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는 민주당 새 대표인 이해찬과 김한길 후보에 이어 추미애(14.1%), 강기정(10%), 이종걸(8.4%), 우상호(7.5%) 후보가 그 뒤를 따랐다. 앞서 지역순회 경선이 마무리된 6월 초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총 10차례의 지역순회경선에서 이 후보는 2승 8패를 기록했지만, 반영비율 70%인 시민·당원 모바일 투표에서 6만5214표를 얻어 6만2735표에 그친 김 후보를 눌렀다. 이 대표는 대표수락 연설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하나로 모을 것이며,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는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며 강조했다. 

모바일 투표서 김한길 후보에 역전승
민주통합당의 새 수장으로 이해찬 대표가 당선되었으나 선거 후에도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이 대표의 당선은 ‘모바일 투표의 몰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 이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대의원투표와 권리당원투표, 40세 이상의 시민선거인단 모바일투표에서 모두 김한길 후보에 졌다. 이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유일하게 39세 이하의 시민선거인단 모바일투표에서 7만 4972표 가운데 31.0%인 2만 3238표를 얻어 1만 2912표(17.2%)에 그친 김 후보를 13.8%p 차이로 이겼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이 대표가 크게 두 번의 결정적 기회를 잘 살렸거나 준비를 철저히 했던 것에서 승리의 요인을 찾고 있다. 우선 조직적으로 시민선거인단을 적극 동원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20일 울산에서 시작된 전국 순회경선에서 부산과 대전, 충남을 빼고 모든 지역에서 김 후보에 밀렸다. 특히 5월 30일 모바일선거인단 모집 마감을 앞두고 이 후보는 경남과 충북, 강원 등지에서 연전연패하면서 대세론이 소멸하고 패배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졌다. 특히 지난 5월 26일 치러진 경남 경선에서 김 후보에 대패하면서 이 대표 캠프에서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당시 이 후보 진영에서는 “어차피 대의원선거에서 어렵다. 모바일 선거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면서 “모바일 조직동원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심도 이때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김 후보에게 기울고 있었다. 순회경선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5월 19일 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32.7%로 16.7%의 지지율을 얻은 김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지역별 순회경선에서 김 후보가 예상을 깨고 연전연승하면서 국민들의 민심도 급속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5월 26~27일 실시한 한겨레신문 조사에서 김 후보는 46.2%로 39.8%를 차지했던 이 대표를 근소하게 앞서더니, 5월 31일 내일신문 조사에서는 20% 포인트에 가까운 차이로 김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이처럼 당심과 민심이 급속히 김 후보로 기울어 가고 있을 때 선거인단 마감 당일인 5월 30일 5만 5000명이 등록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국민여론을 일정하게 반영한다고 볼 때 20~30대의 이번 투표결과는 일반적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따라서 선거인단 마지막 날 무더기 등록의 대부분이 친노성향의 시민단체와 관련이 있는 20~30대 선거인단으로 분석하는 기류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5일 이 후보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 도중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것도 이들 20~30대 지지층을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6월 5일 이 대표의 전화사건은 당일 인터넷 등을 뜨겁게 달구면서 최대의 이슈가 됐다. 이 대표의 돌발행동이 20~30대 모바일 선거인단의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였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기간 내내 패색이 짙던 이 후보가 입구(선거인단 모집)와 출구(모바일 투표)에서 버티고 있다 20~30대 열성 지지층을 결집해 승리한 것으로밖에 다른 해석이 불가능하다”며 “20일 동안 지다가 이틀을 이겨 당대표를 차지한 셈”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서도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지 않는 결과” 지적
이해찬 대표는 수도권을 비롯한 권역별 대의원 및 정책대의원 투표에서 김한길 후보에게 2.9% 뒤졌으나, 모바일 투표에서 역전을 이루어냈다. 합산결과 이해찬 대표가 0.5% 차이로 겨우 승리하였다. 결국 당심에서는 패배하였으나 모바일투표로 살아난 것이다. 이를 두고 김한길 후보는 “당심과 민심이 왜곡된 결과”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곧 회원 수 20만명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미권스) 등 친노성향의 시민단체 조직표들이 대거 모바일투표에 참여해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 결과라는 것이다. 모바일투표는 민주당이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일반국민의 참여를 위해 도입했다. 당시의 모바일 선거인단 규모는 64만 3000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2만 32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총선 패배 후 민주당에 실망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선거인단이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조직동원력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투표방식은 당심과 민심을 왜곡시킬 개연성이 내포되어 있다. 결국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원사격과 함께 조직표가 우세한 친노의 이해찬 대표가 승리한 것이다. 새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당심과 민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향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모바일 선거인단 구성 등 경선 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6월 11일, 전당대회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최고위원은 “6·9 전당대회 결과가 당심과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새 지도부는 이를 유념해서 당심과 민심을 수용하는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국의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로 치러진 16개 시·도 순회경선에서 12개 시·도 대의원들은 저를 1등으로 뽑아주셨고, 권리당원 현장투표와 모바일투표에서도 저를 모두 1등으로 뽑아주셨다”며 “민주당 대의원들과 당원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고도 당대표가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의원 투표에서 김 최고위원이 이해찬 대표에게 2,400여 표 앞섰지만, 모바일 투표에서 이 대표가 3,900여 표 정도 앞서며 당 대표자리가 이 대표에게 돌아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 대의원 30%, 당원·일반시민 선거인단 70% 비중으로 치러졌으며,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의 득표율차는 불과 0.5%포인트, 1,471표에 불과했다. 전당대회 4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강기정 최고위원 역시 투표결과에 대해 “당심과 민심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당심만 내세우는 당은 일반국민과 괴리돼 대중정당의 모습을 잃을 수 있는 반면 민심만 강조하는 정당은 포퓰리즘 정당, 정책성 없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최고위원은 또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이 바로 코앞에 놓여있는데, 당심과 민심을 왜곡시키지 않게 할 수 있는 조정의 의무가 저에게 놓여 있다”며 “그 점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한 후 (지도부에) 지적과 요구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경선 출마 의지를 피력한 김영환 의원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투표에 나타난 ‘모발심(모바일로 나타난 민심)’이 여론수렴이 아닌 민심역행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분석과 검토 등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선거를 통해 권력의 정통성이 생겨나는데 민심이 왜곡되면 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권력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된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아닌 진영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앞서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선거는 민심과 당심 사이에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만든 모바일 경선이 민심을 왜곡시켰다”며 “결국 이번 당대표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은 민심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앞두고 경선 룰 변경 검토 중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통합당의 수장으로 당선된 이해찬 대표가 풀어야 할 우선 과제는 전대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경선 논란과 당내 계파 갈등 수습이다. 이를 의식해 이 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정권교체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하나”라고 결속을 당부했다. 민주당의 새 수장이 된 이해찬 대표는 야권의 대표적 정책기획 및 전략가로 꼽히는 6선 중진의원이다. 지난 대선에서 현 야권이 패배한 뒤 2008년 2월 총선 불출마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채 와신상담해온 그는 4년 4개월 만에 정권탈환을 위한 총사령탑 역을 맡게 됐다. 청년 시절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선두에 섰던 투사였던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던 74년 민청학련 사건 때 김근태 전 의원과 함께 투옥됐고,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다시 옥고를 치르는 등 4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출한 뒤 서울 관악을에서만 내리 5선을 기록했고, 4·11총선 때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대표는 경선과정에서 여당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과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막말’을 문제 삼아 종북을 들고 나오자 ‘신 매카시즘’으로 되받으면서 세를 결집했다. 하지만 매카시즘 논란의 폐해를 의식한 이 대표는 지난 6월 9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는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며 “새누리당에 간곡하게 요청을 드린다. 지금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정치권이 정치적인 전쟁을 벌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재임할 당시에도 자기 주관과 소신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수시로 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어 언제든 새누리당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 경선을 국민 참여 축제로 만들어 우리당 후보를 만들고, 당 밖의 후보와도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경선을 거쳐서 본선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경선 룰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대선 1년 전까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개정작업이다. 기존의 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동영 등 후보만으로는 역동적인 당내 경선과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 당헌 개정을 통해 수도권의 박영선·이인영 의원 등을 출마시키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퇴한 사람들(손학규, 정동영)의 동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의 새 대표로 이해찬 상임고문이 선출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의 시선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이 신임 대표에게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한 반면,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민주당 전대 직후 논평을 내고 “이 신임대표의 선출을 축하한다”며 “야권연대 당사자로서 통합진보당 부정선거를 통한 당선자 제명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최근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폭언으로 촉발된 민주통합당 내 종북 논란과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올 연말 대선에서 네거티브와 허위폭로전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정책 선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이정미 대변인은 축하 논평에서 “통합진보당은 앞으로도 민주통합당과의 흔들림 없는 단단한 야권연대로 올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간 갈등양상이 전면전으로 치닫을까
대표적인 친노세력으로 손꼽히는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수장으로 등장함에 따라 벌써부터 정국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기존에 이 대표가 대여 관계에서 견지해온 노선이 ‘화해’, ‘포용’이라는 단어와는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종북 등 ‘색깔론’ 격화는 물론이고,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제명 건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당선됐다는 소식에 정가에선 “6월 국회 개원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출 후 작심한 듯 여당을 겨냥해 선전포고 했다. 6월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5주년 기념식에선 “저 패악 무도한 정권을 이제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9일에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는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선출로 민주당은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온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막강 강성 지도부’가 들어서게 됐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선거 후반부부터 지지층 결집의 일환으로 대여 색깔공세를 주도해왔고, 박 원내대표와도 두 톱을 이뤄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야 간 갈등양상이 전면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수장으로 확정되자마자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종북 논란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통합진당 당선자 제명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건 외교적 결례”라고 말해, 6월 11일 보수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에 강성 라인이 들어서면서 정국 경색은 물론이고, 여야 간 원 구성 협상 공전으로 국회 개원도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가 개원 협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치권이 싸움만 할 경우 6월내 개원은 어려울 것이고 민생현안 논의도 밀릴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권 교체 위해 당심(黨心) 모을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출범한 민주통합당 ‘이해찬 호(號)’가 발 빠르게 대선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 대표는 연일 당내 중진급 의원들을 만나며 당대표 경선 기간 동안 흩어졌던 당심을 모으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지난 6월 12일 낮 이해찬 당대표는 당내 3선급 의원들을 여의도 모 식당에서 만났다. 전날 6월 11일에 4선 이상 의원들을 만나 자신의 정국구상을 밝힌 후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당심을 모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6월 12일 저녁 당직인선안을 의결 발표했다. 당초 6월 13일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것을 하루 앞당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경태 의원을 시작으로 당내 경선 주자들의 출마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빠른 당직자 인선이 필요하다는 이 대표의 판단이 그 배경이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당직자 인선은 최고위 전원의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은 유임됐고, 기존 박용진 대변인 외에 정성호 김현 의원을 추가해 3명의 대변인 체제를 구축했다. 민주당 측은 “당직 대부분을 현역 의원들로 채운 것도 특징이다. 대선 승리를 위한 전력 보강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 일정도 밝혔다. 7월 중 경선 룰을 확정하고, 9월 중순 당 대선후보를 선출한 다음 안철수 교수와는 11월초께 단일화하겠다는 복안이다. 6월중 경선룰을 확정하고, 8월중 당 대선후보를 뽑겠다는 당초 안보다 한 달 가량 늦춘 것이다. 이는 경선 흥행을 위해 올림픽 기간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선거 막바지 정몽준 후보와의 깜짝 단일화가 큰 변수로 작용했지만 올해 대선에선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 안이 이미 너무 노출돼버려 극적인 효과가 2002년 때처럼 폭발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대권 분리 규정’도 해결 과제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는 대선일 1년 전부터 당 대표나 최고위원을 맡을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지난 1·15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인사들은 대권 출마가 불가한 상태다. 이 대표는 기간(1년)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다른 대선 주자들의 반발 여론도 적지 않다. 경선 흥행을 위해선 당규 수정이 필요하지만 대선체제 코앞에서 규정을 바꿀 경우 ‘고무줄 당규’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독선적 리더십’ 벗어나기 위해 스킨십 강화 노력
대여 강공 노선을 예고했던 이해찬 민주통합당 신임 대표는 6월 11일 첫 행보로 ‘민생 챙기기’와 ‘당내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새누리당을 향해 강한 공세를 퍼붓던 상황에서 한 템포 숨을 돌리는 속도 조절과 유화 제스처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다”며 새누리당에 ‘여야정 경제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힘을 합쳐서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며 민생 경제를 위해 새누리당에 협조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6·9 전당대회 전후에 연일 대여 강성 발언을 쏟아내던 모습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어조다. 앞서 이 대표는 6월 9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는 “패악무도한 현 정권을 이제 끝장내야 한다”고 여권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이처럼 속도를 조절하고 나선 데에는 대외적 이미지와 당내 화합 등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경선과 관련해 당내 일부의 반목이 남아 있는 만큼 무엇보다 안정감 있는 리더십 발휘가 요구되는 데다 대외적으로도 이 대표의 강경한 이미지 고착은 자칫 중도층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경제 정책에 대해 열린 자세로 야당과 공동 협의체를 운영했다”며 “19대 국회 들어서는 여당의 자세로 국민경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상임고문단과 오찬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앞으로 선수(選數) 별로 의원들과의 오찬 및 만찬 모임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의 스킨십 강화 노력은 그간 독선적 성격이란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소통이 안 돼서 고생을 많이 했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맞설 때는 강하게 맞서 싸우는 강골이면서도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윤호중 사무총장과 이용섭 정책위의장을 유임시키고 대표비서실장에 김태년 의원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