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에게 신비롭게 조화로운 세계이고, 인간은 자연을 통해 인격과 겸양을 배운다. 이 관점에 의하면 자연과 인간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서로 화합하게 된다. 자연을 합리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순리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자연의 기운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 김성오 작가는 일본, 중국, 독일, 태국, 등을 오가며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회원, 제주도 미술대전 추천작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인간은 감정이라는 매우 귀중한 생명의 힘이 있어 감각에 충실하는 것이 때로는 독창적인 작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화가들은 누구나 독창적인 작품을 꿈꾸게 되는데, 자신의 조형언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에 속하는 것이다.

지문 사이사이에 자신의 삶을 심다
주목받는 작가 김성오는 주로 제주의 풍경을 그려왔다. 그는 소리 없이 제주를 그리는 화가의 반열을 이탈한 적도 없고, 크게 소리쳐 본 적도 없지만 없는 것처럼 한 자리에 줄곧 있어 온 것이 그가 화가로서 존재하는 하나의 이유다. 화가들의 그림에는 저마다 원인과 결과가 있다. 인생 자체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한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데는 결정적으로 작가 자신의 심리적이고 사회적 관계가 따른다. 화가로서 살아가는 작가 김성오의 삶의 전모는 많고 많은 원인과 결과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는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이 반드시 있게 된다. 작가 김성오는 현재 ‘오름’을 그리고 있다. 그 오름은 너무도 익숙하여 속살이 보일 정도로 친숙하다. 오름은 작가에게 줄곧 생활사적으로 이어져 왔다. 아버지의 발걸음과 자신의 그림자를 오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름’은 작가 김성오의 어린 시절 바람을 몰고 온다. 그 오름은 마치 자신의 태생을 인정하는 기념비적인 동산처럼 오름에 둘러싸이면 햇살도 구름도 모두가 벗이 된다. 이제 오름은 서서히 작가의 지문이 되면서 지문 사이사이에 자신의 삶을 심고 있다. 오름은 작가 김성오의 사회적 풍경이 되어 단지 펼쳐진 대상으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가꾸는, 목적 있는 평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화산과 시간이 만든 오름은 그의 손에 새겨진 지문으로 다가온다. 미세한 선들은 물의 흐름처럼 오름 사이를 자유롭게 가로지른다. 개인의 지문에서 사회적 지문으로 확장되는 그의 화면은 삶의 환희일 수도 있는 일종의 자유 상태를 구가하는 충일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유 상태를 지향하는 것은 제도와 사회적 힘듦에 억눌려 있는 자아를 해방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제 작가 김성오는 바로 자신의 그림으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모순이지만 하나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반전은 시대적 감각 없이 반복해서 그리는 행위만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름의 근원과 풍경의 사회·미학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반전의 미학적 풍경으로 자신의 골격 드러내다

▲ 바람-생명의씨(162x130 acrylic on canvas)

작가 김성오는 최근 반전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감성의 지형도’라 일컬어질 만한 그의 작품들은 기존의 풍경화적 관점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사물에 영원이라는 것은 없다. 미학도 예술사상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의식 또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변화가 더디다. 최근 작가 김성오가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풍경작업들은 완전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형식의 문제만도 아니며 실험적 차원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의 궁극적 미학의 목표는 바로 우리의 얼굴이 나타나는 제주다움의 표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가 쉽게 연결되는 시대라 하더라도 자신의 얼굴 없이 세계화를 외칠 수는 없다. 실제 자신의 얼굴을 갖는 것은 자아의 실현이자 자신의 언어를 찾은 결과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 김성오가 시도하는 반전의 미학적 풍경은 기존의 풍경화적 관점으로 가려졌던 자신의 골격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작가 김성오는 지금까지 총 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제주미술대전 대상, 단원미술제, 제주도미술대전 특선 4회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그는 일본, 중국, 독일, 태국, 등을 오가며 국내외 유수의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했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회원, 제주도 미술대전 추천작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