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이인경은 1986년부터 한지의 다양한 물성을 실험해 왔다. 한지와 그 원료가 되는 ‘닥’을 이용해 염색, 자연염색, 바느질, 캐스팅, 콜라주, 등등으로 한지의 특성이나 장점을 꼭 한국적인 이미지에 국한시키지 않고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진 표현을 추구해왔다.

▲ 작가 이인경은 “내가 변하는 것, 생각이 변하고, 몸이 변하고, 느낌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주변 사람들이 변하고, 그래서 나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시중에 판매되는 색 한지는 인공염료를 쓴다. 닥섬유 자체를 물들이므로 색이 겉에만 묻어 들뜨는 느낌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자외선에 쉽게 바래는 단점이 있다. 염색이 잘 고정되지 않아 색이 번지기도 한다. 그리고 너무 두꺼워 여러 겹 겹치면 탁하고 밑의 색이 결합되지 못한다. 작가 이인경은 이러한 색 한지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지라고 불리는 가장 얇은 한지에 아크릴 계열 안료로 2-30회 색을 입혀 색 한지를 만든다. 아주 엷게 수 십 차례 안료를 올리면 염색의 효과가 나면서도 쉽게 바래지지 않고, 색이 번지지도 않는다.

워낙 얇기 때문에 여러 겹 붙여서 빛의 색 혼합효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색을 입힌 한지를 겹겹이 붙이면 더없이 깊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바느질이 가능한 질긴 한지의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실로 운동감과 깊이를 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미지는 바다나 들 같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이미지였다. 작가는 최근 친숙한 이미지를 한지의 독특한 느낌과?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배경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예전의 미니멀한 작품 위에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 모두 ‘休 III'?재료: '한지, 기타' 제작년도: 2012

그 과정은 self-denial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evolving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인경은 “내가 변하는 것, 생각이 변하고, 몸이 변하고, 느낌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주변 사람들이 변하고, 그래서 나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나는 내 변화를 정리하고, 받아들이고, 작업한다. 내 작품도 변한다. 흘러간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The School of the Museum of Fine Arts/Tufts University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이인경은 지금까지 총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6개국 판화 교류전, 한걸음전, 여성문제전, 청년작가 표현전, 한지작가협회전, 한강미술제, 행복한 여자, 서울대학교와 새 천년, 한울전, Making Their Remarks, Art Singapore, Art Zurich, Art Seoul, MANIF, 광화문미술제, 중한미술교류전 등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0년 여행 에세이 <아줌마, 지중해에 빠지다>를 출간한 바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국민대학교, 수원대학교 등 강의했다. 그는 국내외 아트페어 2~3회 및 내년 3월 14회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책 2권도 출간 예정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