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이병욱의 <그림자 상형시>는 분명 경계 뛰어넘기요, 탈장르의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명명할 만하다. <그림자 상형시>는 회화와 시(詩), 이미지와 언어의 혼합경작이요, 이모작이요, 이종교배다. 

▲ 작가 이병욱은 시를 분해하여 회화적 구조로 재조립한다. 시를 시어(詩語)의 단위로 분할한 다음, 그것들을 하나의 의미의 구조체를 위한 예약된 블록으로 전유한다.

작가 이병욱은 시를 분해하여 회화적 구조로 재조립한다. 시를 시어(詩語)의 단위로 분할한 다음, 그것들을 하나의 의미의 구조체를 위한 예약된 블록으로 전유한다. 시(詩)의 분신들에 의해 수수께끼 같은 구조를 지닌 그 ‘상형시적 실체’는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그것과 무관해 보이는 그림자에 의해 역설적이게도 더 명확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그림자는 통상적인 그것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구조체와의 연결 부위로부터 시작되어 길게 늘어진 형태를 하고 있는데, 그 거리는 시 쓰기가 충분히 배열될만한 시간과 공간을 허용하는 만큼 늘어져 있다.

그림자는 그 자체로 모호한 공간으로,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의 표현을 따르면 실체의 ‘집요한 분신(分身)’이요, 사고(思考)의 테제이자 안티테제인 ‘사고되지 않은 공간’이다. “어둠, 사고를 둘러싸고 있는 부동의 밀집층, 사고 속에 완전히 포함되어 있으면서 그것을 사로잡고 있는 하나의 ‘사고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실체에 대해서 ‘타자(l'autre)’다. 그것은 자율적인 방식으로 반성의 대상이 되지는 못하지만, 동시에 그것엔 실체의 실체성, 곧 중추의 반영이다. 작가 이병욱의 <그림자 상형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사유될 수 없는 것들을 사유하기 위해, 시를 분해하고 이미지로 재조립해내고, 그리고 특별히 사유되지 않은 공간이자 잠재적이고 드러나지 않은 것이며 침전된 것인 그림자의 탐구에 나선다.

▲ 그림자 상형시-난을 치다 오감도 한국현대문학전집13 삼성출판사 1979 pp.164-165 Acrylic on Korean paper 100X72.7cm 2011

사물 안에 내재해 있는 언어적, 개념적 질서를 바로 보는 것, 그리고 그 언어적, 개념적 질서를 통해 다른 것들과의 통섭적인 연관을 확인해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통관적 시야를 갖는다는 의미인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 작가 이병욱이 세계를 더 충실히 진척시켜 나감으로써, 사물과 경계들 사이의 연관에 기초한 참신한 통섭의 담론, 곧 하나의 삶의 방식이기도 한 가능성을 더 긴밀하게 제안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작가 이병욱은 지금까지 총 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스위스와 한국 등을 오가며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 및 기획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제7회 청년미술대상전 입선, 제26회 경기미술대전 우수상, 제5회 경인미술대전 특선, 제6회 뉴프론티어전 특선, 21세기 미술 우수상, 경향미술대전 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1998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을 등단한 그는 현대문학, 문학예술, 현대시학, 월간에세이, 문학과 세상 등에 시, 에세이 등을 발표하는 등 문학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