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건축은 그 민족의 인문학과 과학의 결정체다. 작은 것 하나에도 녹아 있는 선조들의 농밀한 지혜와 자연의 원경까지 방안으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예술적 감각은 옛 건축을 대하는 현대의 후손들을 감탄케 하기에 충분하다.

▲ 고건축에 일생을 바쳐온 도편수 김범식 선생은 혼이 서린 예술로 민족의 인문과 과학의 결정체를 만드는, 진정한 이 시대의 장인이다

도편수는 집을 지을 때 책임을 지고 일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일컫는다. 전통건축 목수의 외길을 걷고 있는 김범식 도편수는 한국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전통 건축의 표상을 이어가고 있다.

민족의 인문과 과학의 결정체를 만들다
고건축에 일생을 바쳐온 도편수 김범식 선생은 혼이 서린 예술로 민족의 인문과 과학의 결정체를 만드는, 진정한 이 시대의 장인이다. 문화재의 예술양식을 승화시키며 한국의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전통건축의 표상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대의 독보적 장인인 그는 현재 한국전통건축연구원을 통해 후계자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 건축목수의 외길을 걷고 있는 김범식 도편수는 경북 김천 직지사박물관 신축을 비롯해 합천 해인사, 문경 봉암사, 청도 운문사, 수원 봉녕사 등 130여 사찰에 대한 복원·보수·증축·신축 등에 참여하며 ‘민족의 인문과 과학의 결정체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정제된 조형미와 절제된 선, 건축물의 양감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한 부자재와 단청의 아름다움을 살린 전통 건축에서 우러나는 오랜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복원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범식 도편수가 처음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목수가 되어 목조 건축 문화재를 재건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소목장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형편에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목수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거의 모든 일을 직접 손으로 했기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김범식 도편수가 처음 전통 건축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최기영, 전흥수 대목장의 스승이었던 김덕희 선생과 김윤원 선생 문하입문 이후 전통건축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범식 도편수는 당대 최고 대목장으로 꼽혔던 조원재 선생과 1960년대 말 경복궁 보수공사 때 처음 인연이 닿아, 생전 처음 도면이라는 것을 보게 됐다. 도면이 무엇인지, 전통건축물 공사를 관리하고 지휘하는 도편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원재 선생을 만나고 난 후 알게 된 그는 이후 조원재 선생의 제자인 이광규 선생과 진주 축성루 보수공사, 불국사 복원 등 굵직한 현장에 참여하면서 도편수가 되기 위한 경험과 기술을 차근차근 쌓았다. 지난해에는 그의 50년 전통건축 인생을 대표하는 전시회를 가졌다.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천년의 숨결! 새로운 천년을 만든다’는 테마로 ‘도편수 김범식의 우리건축’모형 18점을 전시한 것. ‘도편수 김범식의 우리건축’모형 전시에는 국보 제1호 숭례문, 보물 제1호 흥인지문을 비롯해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건축물 18점을 실물 그대로 정교하게 축소 재현해 관람객들과 국내외 주요 인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후진 양성 통해 전통 건축의 명맥 잇다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목조건축물들이 시멘트에 밀려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목조건축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빨리 빨리’를 외치며 쉬운 방법만 찾는다.”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건축물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김범식 도편수는 후진 양성을 통해 진정한 전통 건축의 명맥을 잇고자 하고 있다. 자신이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던 것처럼 스스로도 전통건축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통 건축 일을 배우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그는 “일반 기술자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줘 가면서 기술을 가르치지만 정작 전통문화재를 위해 일하는 기술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문화재 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건물을 짓는 것과 똑같이 취급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힘이 더 많이 드는 전통 건축 현장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도편수는 국보·보물 목조 문화재 조형물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하고, 이를 연구하며 공부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특히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국보·보물 목조 문화재 조형물은 30여 점으로, 앞으로 ‘한국 전통 모형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김범식 도편수는 “하늘과 땅, 온 우주를 담았던 이 땅의 전통 한옥, 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혼을 손에서 손으로 몸에서 몸으로 체득하여 그 기법을 전수코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고건축의 명맥을 잇고자 하는 장인의 노력으로 전통문화의 금자탑을 이룩할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