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粧刀)’란 사전에서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을 일컬으며,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하여 주머니 칼‘낭도’라 한다. 때론 허리춤에 차고 옷고름에 찬다하여 ‘패도’라 하며, ‘장도(粧刀)’가 ‘패도’와 ‘낭도’의 복합어로서 평소 몸에 치장한다하여 ‘치장(粧)칼(刀)’, ‘장도’라 부른다.

▲ 박종군 관장은 “편리한 도구를 넘어, 우리 민족의 한이 깃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우리의 장도는 다른 나라의 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의 정신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장도장(중요 무형문화재 제60호) 보유자로 광양장도박물관의 박종군 관장을 선정했다. 장도장은 절개를 상징하는 칼로,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졌던 독특한 모양의 칼이다. 박종군 관장은 장도장 명예보유자인 박용기 옹의 아들로, 일찍부터 아버지를 도와 장도를 제작, 전통기술이 뛰어나 아버지의 대를 이어 보유자가 됐다.

광양장도박물관 전수관 운영하며 예술혼 불태우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장도는 단순한 무기의 차원을 넘어, 정신적,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킨 도구다. 박종군 관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여자들이 순결을 지키는 도구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은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정신적 지조를 지키기 위한 소중한 도구로 사용해 왔다”면서 “예술적 가치를 가미해 남자들에게는 문구와 산수, 누각, 운학, 박쥐 등을 새기고 여인의 장도에는 꽃나무, 나뭇잎, 국화, 난 등을 새긴다”고 설명했다. 우리 옛 선조들은 신분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의 칼을 몸에 지녀 신분의 등위를 가리는 목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이러한 칼의 형태는 외형 장식 재료에 따라 구분되고 그 재료들은 귀금속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렇듯 ‘장도’는 실용성, 장신구, 예물용, 호신용 등 용도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박 관장은 “편리한 도구를 넘어, 우리 민족의 한이 깃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우리의 장도는 다른 나라의 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의 정신이 숨겨져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 관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광양장도박물관과 전수관을 운영하면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장도박물관은 연간 3만여 명이 다녀가는, 살아있는 역사의 공간이다. 현재 오천년 유구한 역사속에서 계승, 발전 되어온 장도는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브랜드위원회(www.koreabrand.net)에 게재되어 장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장도 명인 박용기 옹의 토지 기부로 건설된 이곳에는 현재 박용기 옹의 은장도 300여 점을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수집한 희귀 칼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도검과 영화 속의 칼, 판타지검, 현대 작가의 칼 등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매직비전의 입체 영상물을 통하여 한국 장도의 유래를 흥미롭게 재현했다. 2층의 전시실에는 장도장의 작품과 우리나라의 오랜 유물 200여점을 전시하여 한국 칼의 역사적 발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전시관내 2층 벽면대형부조를 통해 박용기 옹의 장도 제작하는 모습도 관람할 수 있다. 또 장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업장과 주전시실 외에도 체험학습실, 세미나실, 전통문화명품숍, 카페테리아 등이 구축되어 있다. 박 관장은 “체험학습실에서는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옛것에 대한 의미를 찾고 전통을 배우며 자신의 소망과 꿈을 담는 사물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도에 대한 관심 높이기 위해 총력 기울여

▲ 절개를 상징하는 장도장(칼)

박종군 관장의 부친이자 스승인 박용기 옹은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도 명인이다. 장도장의 길에 들어선 이후 60여 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부친의 영향을 받아 박 관장은 미대에 진학, 대학 4년때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장도 작업에 참여했다. 사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친의 뒤를 잇고자 했다. 이에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부에 들어가 예술에 대한 기초를 닦기 시작했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결국 대학 4년이 돼서야 기술과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박 관장은 “늦게 시작한 만큼 부친의 위업을 그대로 전수받기 위해 장도와 관련된 각종 문헌과 자료들을 섭렵하면서 새로운 장도장으로서 작품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 관장은 박물관 초청 및 해외 전시회 등을 통해 장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그의 아들 박남중 군도 우리 겨레의 삶의 예지와 숨결이 깃들어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최근 박 관장과 함께 장도 명맥 잇기에 함께 참여해 박 관장은 더욱 든든하다. 박 관장은 “충성, 효도, 의리, 예의, 지조, 절개가 담겨 있는 장도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장도박물관은 광양시의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유형·무형문화재를 통틀어 예술로 승화시킨 장도가 세계 최고의 문화유산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배우는 사회탐구 교과서에도 실린 장도 정신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