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북한의 최고통치자의 자리를 계승한 이후 북한은 점점 더 대남무력도발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이명박 정부는 과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알아서 달러와 식량을 채워주던 햇볕정책을 무산시키고,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좁혀버린 처단해야만 할 정권인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김정은이 보여준 현지시찰 중 대부분은 군부대 방문이었고, 대내·외 활동의 거의 대부분도 현 남한정권에 대한 도전과 도발이었다.  

▲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이것은 3대째 이은 세습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북한식의 위기극복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체사상에 근거해 충성스럽게 김씨 왕조를 떠받들고 있는 북한군을 중심으로 더욱 강력히 내부결속을 강화시키는 것만이 그들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로의 권력승계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미 북한식의 3년간에 걸친 ‘유훈통치’를 지켜본 바 있다. 그 과정에서 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사상’으로 1990년 중반 이후 북한군의 영향력은 거듭 확대 되었고, 현재까지 북한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심세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경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불러온 무서운 굶주림을 겪었다. 이른바 ‘고난행군’으로 불리는 이 시기 북한 땅에는 한국전쟁 때 사망한 군인과 민간인의 수를 합한 수와 거의 비슷한 규모인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되었다. 따라서 이제 또다시 시작될 김정일 유훈통치에 대한 원초적인 불안감이 북한 주민들에게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체제 시작 이후 북한의 여러 가지 경제지표는 매우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은 그 존재자체가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와 병립할 수 없는 중대한 모순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북한은 마을 단위 소규모 자유거래 시장인 장마당을 기정사실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북한의 경제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중국의 위안(元)화에 대한 북한 원화의 환율이 하루가 멀다고 급등하고 있으며, 쌀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세에 있다. 이러한 물가불안과 식량사정의 악화로 국경선을 넘는 탈북자의 수는 점점 더 증가되어 왔다. 급기야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시키고, 북한의 김정은이 이들에 대한 공개처형 및 ‘3대 멸족’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인권단체들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이 이렇게 전근대적인 ‘3대 멸족’ 운운하면서까지 강경대응을 불사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이탈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인 것이다. 또한 중국이 전 세계 인권관련 단체의 적극적인 저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하는 것도 바로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현재 북한으로서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더욱 강력히 내세워 주민단속과 체제유지를 도모할 것이며,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이어나갈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을 내세운 북한 지도체제는 선전용 전방부대 방문과 외세척결을 위한 강력타격을 더 자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북한은 식량이 없어서라기보다 다른 곳에 쓰기 위해서 국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해 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군사비 지출과 고위층의 고가물품 지출이 더 늘어난 것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이해 지난 4월 13일 쏘아올린 광명성 3호가 가장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고를 무시하면서  쏘아 올린 미사일는 북한 언론의 선전에 비해 어이없는 실패로 끝나버렸다. 그러나 북한이 광명성 3호에 쏟아 부은 돈은 1년 치 북한 주민들의 식량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과연 이러한 북한의 체제가 정상인가 아닌가를 논하기 전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대남 도발 강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북한은 지난 4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행사에 15만 명의 군민을 동원해 ‘결사옹위’, ‘일심단결’, ‘선군정치’를 내세운 전국적 규모의 대남 규탄대회를 개최해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한 그 보다 앞선 4월 18일엔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서울 불바다’라는 원색적 협박을 가해 왔는가 하면, 4월 23일엔 ‘3-4분 이내 남한 정부와 주요 기관을 초토화’ 할 수 있는 ‘특별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남침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강도 높은 도발 가능성 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 또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보수 진영이 승리하긴 했으나, 진보통합당이 원내 13석이나 확보하면서 앞으로 제19대 국회의 순조로운 행보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것은 지난 총선과정에서도 지켜보았듯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불과 몇 석 되지도 않은 의석으로 100석이 넘는 거대 야당 민주통합당을 떡 주무르듯 좌지우지 해온 통합진보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일 이들이 자신의 소원대로 원내 교섭단체라도 구성한다면 그동안 힘겹게 이루어 온 한·미 FTA도 당장 폐기될 처지가 될 것이며, 서민복지라는 이름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분배가 정형화되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명목으로 조건 없는 남북대화 및 미군철수와 군비축소를 주도해 나간다면 과연 대한민국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사실 통합진보당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4.11 총선출마 포기 과정에서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북한지하조직과의 연계설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였다. 당시 통합진보당의 당권파가 ‘경기동부연합’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이 ‘경기동부연합’의 뿌리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종북(從北)좌파의 전형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더구나 4·11 총선과정에서 과거 이들과 함께 종북좌파 학생운동을 하다가 두 차례나 수감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새누리당의 한 후보가 통합진보당의 최소한 5명 이상의 지도급 인사들이 북한 지하조직원 경력을 지닌 인물들이라는 폭로는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철지난 ‘색깔론 공세’라며 펄쩍 뛰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초기반응과는 달리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경기동부연합’ 조직의 실체를 아예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우리 사회를 전복해 북한식 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친북, 종북좌파 세력들이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으로 도처에서 국론분열을 자행하고 있는데, 이제 이들 반국가적인 세력이 대한민국의 입법기관에 까지 정식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과거 1975년 4월 30일 결국 공산화에 이르게 되었던 월남패망을 기억하게 만든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우방국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으로 군사력과 국력 면에서 베트콩을 월등히 앞서고 있었던 월남이 결국 공산화가 되고 만 배경에는 월남 내 공산월맹을 지지하는 세력, 즉 친북·종북좌파들의 활약이 있었다. 당시 민족화합을 내세운 좌편향적 이념은 정치, 언론, 학계, 종교를 막론하고 뿌리 깊게 확대되어 있었는데, 특히 일반인의 존경을 받던 종교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베트남민족해방전선(NLF)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월남 내의 친북·종북 좌파 세력은 1973년 1월 27일 베트남전쟁종결과 평화회복에 관한 '파리협정'이 공식적으로 체결될 당시 미국, 남·북베트남 정부와 함께 베트남전쟁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4자 중 하나로 참석할 정도로 세력을 확대시켰다. 결국 이들은 ‘외세배격’, ‘민족화합’ 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미군철수를 성공시켰으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공을 무단 점유해 베트남을 공산화 시켜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 베트남에서 벌어졌던 비극은 ‘보트 피플’이라는 상징적 표현으로 지금까지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따라서 현재 우리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운 남남갈등 확대와 끊임없는 미군철수 주장과 함께 그에 동조하는 우리사회 내의 친북·종북좌파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증가된 북한의 무력도발과 함께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NM